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53차 정기산행: 불광산(660m) 시산제 산행기 ◈(2015. 2. 28. 토)

부산갈매기88 2015. 3. 3. 12:05

◎산행지: 삼각산(469m),시명산(676m), 불광산(660m)

★산행일시: 2015. 2. 28.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8명(청림, 금호지, 동무, 스마트, 윤슬, 흔적, 한사랑, 산우, 실바람(신현주), 붉은노을, 은수, 슬로우 부부, 봄산, 유유산속, 솔뫼, 혜영, 해월정, 갈바람, 숙이, 산들바람, 해곤, 배일식, 얼씨구, 순남 부부, 팅커벨, 수정, 가연, 햇띵구, 나영, 동방, 민병주, 와니, 운해,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장안산 주차장~324~311~359~삼각산(469m)~410~557~투구봉(564m)~631~시명산(676m)~불광산(660m)~척판암 갈림길~424~척판암~장안사 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09:09 장안사 주차장 도착

09:21 산행시작

09:46 324봉(투구봉)

10:41 삼각산(469m)

12:25 투구봉(564m)<시산세 및 중식 80분>

14:33 시명산(676m)

14:46 불광산(660m)

15:57 척판암

16:21 장안사 주차장

 

★산행 시간: 7시간(시산제 및 점심식사 80분, 기타 휴식 30분)

                <순수 산행시간: 5시간 30분>

◍산행거리: 12.8km(GPS)

◎교통편: 부산백산산악회 전용 관광버스<신부산 고속투어>

 

▶산행 tip: 이번 정기산행은 시산제를 겸한 산행이다. 시산제는 산악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음력 1월에 지낸다. 시산제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산행에 대한 감사와 새해 산행의 안전과 화합을 위한 다짐의 자리다. 물론 그 무탈과 안전 산행을 위해서 천지신명에게 고하는 절차였으나 오히려 요즘에는 회원간의 친목도모와 화합, 건강 염원을 담아서 마음을 모두는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산행에 38명의 회원 및 게스트가 동참해 주었다.

 

장안사 주차장에 09:09분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행채비와 준비운동을 하고 09:21분에 장안사 남쪽 입구에 있는 서쪽 화장실 뒤에서 324봉(투구봉) 방향으로 된비알을 오르기 시작한다. 70도 이상 깎아지른 비탈길은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는데,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아서 산꾼의 발길로 다음어진 길 그 자체였다. 점차 비탈은 더 가팔라지고 또 산중턱에는 암벽이 병목처럼 버티고 있어서 정체가 일어난다. 그 병목 방향으로 가지 않고 암벽을 타고 오르던 모 회원님의 발끝에서 발바닥 크기의 돌이 그 아래로 뚝 떨어졌다. 아뿔사 그 돌은 팅커벨님의 어깨와 팔을 스치고 발 앞에 굴러내렸다.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해빙기를 맞이하여 암벽 끝에 괴여 있던 돌이 몸의 하중에 발을 떼고 지나간 후 떨어지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천우신조였다. 그게 머리 위에나 발등 위에 바로 떨어졌더라면 곧바로 하산을 해야 했을지도 모르기에.

 

산중턱에 올라서니 장안사가 발 아래로 보이고 사방이 트이어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날씨는 을씨년스럽게 쌀쌀한 바람마저 불어댄다. 324봉(작두봉)을 바로 치고 올라간 금호지님과 일행들은 정상에서 인증샷을 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나머지 그 뒤를 따라간 일행들 대부분은 작두봉에서 내려오는 311봉 방향의 능선길에 잠시 숨고르기를 했다. 초입에서 거기까지 25분여가 걸렸다. 거기서부터는 낙엽이 깔린 능선길이다. 산꾼들이 많이 오지 않은 탓인지 낙엽도 온전한 상태로 유지되어 있어서 낙엽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일행과 이야기를 하면서 발걸음도 사슴처럼 가볍게 떼면서 걸을 수 있었다.

 

그 능선길을 나아가고 있는데 하늘에서 축복의 싸락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모두 어린아이마냥 신바람이 나서 들뜬 기분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간다. 그게 이슬비라면 운치가 조금 덜 했겠지만 부산사람들이 자주 보지 못하는 눈이기에 일행들은 운해님을 향해서 ‘싸락눈까지 연출해 주느냐’고 웃음꽃을 피운다. 사람들은 뭐 거창한 것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아주 사소한 것. 기대할 수 없는 상황 하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얻어질 때 그때 감동을 받고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그 싸락눈이 오랜 시간 내린 것은 아니지만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고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지기가 된 것이다.

 

삼각산으로 한 걸음씩 기분 좋게 전진해 본다. 삼각산 가기 전 전망바위에서 일행은 추억 담기를 한다. 그리고 삼각산의 예전 정상석과 새 정상석 앞에서 각양의 자세를 취해 보기도 한다. 삼각산에서 투구봉으로 가는 길은 산을 제법 내려가서 골프장 철조망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 북동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오늘 숙이님과 군자대로행님의 몸 컨디션이 약간 안 좋은 모양이다. 후미에서 쳐져 후미대장인 붉은노을님과 햇띵구님, 배일식님 등이 보좌를 하면서 천천히 함께 오고 있다. 410봉에서 골프장 동쪽의 557봉을 치고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편이지만 아침밥도 제대로 안 먹고 온 일행에게는 다소 힘이 부치는 것 같다. 골프장이 끝난 북쪽 끝자락 위에 투구봉(564m)이 위치해 있는데, 그 투구봉으로 오르는 등로에는 된비알이 버티고 있어서 체력이 바닥난 사람에게는 발걸음을 무겁게 해준다. 된비알이라도 알려주는 듯 밧줄도 걸려 있다.

 

▶투구봉에서의 시산제

들머리에서 이곳 투구봉까지는 3시간이 걸렸다. 투구봉 정상석 주위에는 널찍한 암반이 있고 그 정상에 제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시산제를 지내기에는 안성마춤이다. 운해님은 그 제단과 장소를 사전 답사나 산행을 통해서 알았기에 그 장소로 택했으리라. 시산제를 지낼 준비는 거의 다 되었다. 그러나 정작 후미의 몇 사람이 도착하지 않아서 10분 정도 뜸을 들여 본다. 하늘은 잔뜩 웅크리고 있고 쌀쌀한 바람은 심술궂게 온 몸을 훑고 지나간다. 일행은 방한 자켓과 모자를 뒤집어 써 보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 불평하는 사람 한 사람도 없이 후미를 기다려준다. 모두 가족 같은 마음으로 기다린다. 올해의 안전한 산행을 함께 기리자고.

 

시산제는 운해님의 연출과 청림님의 축문으로 진행되었다. 회장의 초헌, 금호지님의 아헌, 부회장님들의 종헌 순으로 이어지고, 회원님들이 헌작하는 순서로 진행이 되었다. 시산제인 만큼 엄숙하고 예의바르게 잘 진행이 되었다. 올 한 해 백산의 안전한 산행을 염원하고 우리 회원들이 잘 단합하고 화목하여 희망차고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천지신명에게 간구하는 그런 제사인 것이다. 그리하여 가정과 직장, 생업터가 복을 받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그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행복한 마음을 전하는 행복 전도사의 역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건강해야 남을 도와줄 수 있고, 건강해야 충만한 삶의 에너지로 남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최우선이 건강이다. 건강해야 웃을 수 있다. 또 건강해야 가정과 직장을 영위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오랫동안 백산의 산우들도 볼 수 있을 것이기에.

 

시산제를 끝난 후 식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그 자리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썰렁한 바람이 불어대기에 오래 앉아 점심을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먹는둥 마는둥 한 술 뜨고서 재빨리 일어선다. 시산제와 중식시간을 합쳐 1시간 20분이 걸렸다. 춥다고 배낭을 챙겨서 일어서기에 바쁘다.

 

투구봉에서 시명산으로 오르려면 투구봉에서 급한 경사길을 따라 내려갔다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비탈이 깎아지른 절벽이고 길도 너덜길이라 누군가 뒤에서 미끄러져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내려오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는데, 뒤에서 미끄러지는 소리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별 탈 없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는 모습이 보이니 다행이다. 오래 전에 천관산을 함께 갔던 나영님은 앞서서 잘 간다. 전날 나에게 전화를 해서 산행신청을 해달라고 했다. 오랜만에 나오게 되면 산우들의 얼굴을 몰라 데면데면하여 누군가 아는 한 사람이라도 만들어 가려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투구봉에서 안부까지 내려왔다가 완만한 능선을 따라 다시 올라가 시명산 정상까지는 50여 분 정도 걸렸다.

 

▷시명산과 불광산

시명산에서 봄산님과 유유산속님 부부, 슬로우님 부부, 그리고 운해님과 함께 인증샷을 해 본다. 후미에서는 아직 절반이 따라오지 않고 있다. 식후 영향인 탓도 있고, 일행과 어울려 지정거리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것 같다. 시명산 인증샷을 해 준다고 운해님은 후미조를 기다리고 있다. 일행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 기여하려는 그 마음을 엿볼 수가 있다. 그러하기에 백산이 더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다.

 

시명산에서 불광산까지의 거리는 10여 분이다. 불광산 정상에서 단체 인증샷을 찍기로 하였기에 앞서간 금호지님과 얼씨구님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온 순서대로 개인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후미조 대원들이 차례대로 도착을 한다. 시산제를 위해 준비해 온 플랭카드를 펼치고 그 뒤에 일행이 도열한다. 백산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환호성이 불광산을 뒤덮는다. 한 바탕 한 덩어리가 되어 웃어본 시간이다. 이제는 장안사까지의 하산길이다.

 

하산길은 삼삼오오, 대여섯 명씩 짝을 지어서 백련사 방향, 척판암 방향으로 내려간다. 봄산님과 유유산속님, 그리고 수희님과 함께 척판암 방향으로 하산을 하여 그 절의 물을 한 바가지 받아서 마신다. 날씨가 차가운 탓인지 물도 차갑다. 암자라 그런지 조그맣다. 그 절 앞의 목책계단이 이곳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고 있는 것 같다. 절에서 장안사 방향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진창길이라 미끄러워서 애를 먹는다. 그래도 도심의 시멘트 바닥보다는 발밑에 붙는 흙덩어리가 더 정감있게 다가온다. 땅을 밟는 자 땅 기운을 얻기에.

 

시산제를 위한 7시간의 산행은 끝이 나고 장안사 앞 냇가에서 신발의 흙덩어리를 씻어낸다. 묵은 우리 마음의 욕심을 씻기라도 하듯. 오늘 이 산행지의 산들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 아기자기하면서 낙엽이 카펫처럼 깔려 있어서 마음이 푸근했다. 앙칼진 바람이 훑고 지나가도 그것에 안달복달하지 않고 마음을 열어 웃음꽃 피운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다. 백산에 처음 오면서 이틀 후 해군에 입대할 아들(민병주)과의 추억 만들기를 위해 온 동방님에게 아름다운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산행 초반에 시산제를 지낼 떡 상자까지 동방님이 안고 온 그 정성에 머리가 숙여진다. 산은 늘 그렇게 우리에게 겸손하고 온유함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위로해 주려는 그 마음들이 모여서 백산은 나날이 발전해 간다.

 

▷뒤풀이 ▶'백산을 위하여!!!'

뒤풀이는 오리구이에 소주와 막걸리로 산에서 움츠려진 몸을 녹였다. 또 10여 명의 일행은 식당 뒤켠의 족구장에서 주체하지 못하는 체력을 발산하고 있었으니. 함께 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시산제 준비와 진행을 위해서 운해대장님과 와니님이 고생을 많이 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백산의 큰 행사를 마음과 뜻을 모두어 잘 진행했다. 그 열정이 올 한 해에도 꾸준히 식지 않고 이어지기를 소원한다. 모두 건강하고 가정과 직장이 활기찬 가운데 인생 후반전의 꿈이 성취되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 본다. 이 모든 것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백산을 위하여!!!’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