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54차 정기산행: 100대 명산 장수 장안산 산행기 ◈(2015. 3. 14. 토)

부산갈매기88 2015. 3. 18. 11:33

산행지: 장수장안산(1,237m)

산행일시: 2015. 3. 14.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4명(금호지, 동무, 혜영, 솔뫼, 스마트, 청파, 와석, 배일식, 산우, 실바람, 봄산, 유유산속, 키종, 은수, 청림, 산들바람, 송향, 윤슬, 피네, 수희, 현진, 미소, 가평, 제천, 해월정, 붉은노을, 운해, 와니, 창수, 즐거운산행,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무룡(령)고개 주차장~팔각정~전망대~목책계단~장안산(1,237m)~중봉~하봉~덕천고개~906봉~범연동

 

◔시간대별 산행코스:

  10:26 무룡고개 주차장 도착

  10:40 산행 안내판/들머리

  10:51 팔각정

  11:33 전망데크

  12:04 목책계단

  12:15 장안산(중식 및 휴식 45분)

  14:23 이정표(장안사 3.3km/범연동 2.2km)

  14:40 906봉

  15:16 덕산리 범연동/하산종료

  16:14 논개사당(30분 관람)

 

★산행 시간: 4시간 35분(중식 45분, 기타 휴식 35분)

                 <순수 산행시간: 3시간 15분>

◍산행거리: 8.5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 전용버스

 

▶산행 tip: 이번 산행은 따뜻한 봄 날씨 속의 봄소풍과 같은 산행으로 장수의 진산인 장안산(1,237m)을 찾아서 갔다. 장안산은 전북 장수군에 있는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갈라진 금남호남정맥이 시작되는 산으로 우리나라 8대 종산(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치악산, 장안산) 중의 호남 종산이다.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지리산, 덕유산, 남덕유산에 이어서 호남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다.

 

전날 눈이 조금 내린 탓에 온통 산들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으나 낮에 기온이 상승한 관계로 등산로는 퍽 질퍽거렸다. 장안산은 산림청 전국 100대 명산에 들어가나 계절상으로 지금이 아니고서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산이다. 그러나 그 식상함을 하얀 눈이 보상을 해주고 있었다. 부산 사는 사람들이라면 하얀 눈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는데, 봄의 길목이긴 해도 산이 높아서 제대로 눈이 녹지 않은데다 전날 눈이 조금 내린 탓에 적절하게 구경거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전체 산행시간도 중식 및 기타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4시간 반, 8.5km 정도 걸었는데 실제 걸은 시간은 3시간 15분여이다. 이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걸어본 산행은 퍽 드문 예다. 그래서 그런지 장안산에 올라 동쪽의 금원산(1,353m), 기백산(1,331m), 거망산(1,184m), 황석산(1,190m), 서쪽의 팔공산(1,151m), 북쪽의 남덕유산(1,507m), 동남쪽의 백운산(1,279m), 남쪽의 지리산자락의 마루금을 둘러볼 수 있었다.

 

▶무룡고개 주차장 ►장안산(1,237m)

해발 900여 미터의 무룡고개 주차장에 09시 26분에 도착하여 10여분 몸 풀기를 하며 산행 채비를 준비한다. 그런 후 100여 미터 위의 산행 안내판이 있는 들머리로 올라간다. 주차장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어서 기분마저 웬지 모르게 상쾌한 느낌이 든다. 햇빛은 머리 위에서 아주 따사롭게 비치고 있다.

 

들머리의 산행 안내판 앞에서 일행은 단체 인증샷을 누른다. 안내판 뒤로 난 나무계단은 경사가 조금 가파르고 눈이 얼어 붙어 있다. 그러나 아이젠을 신고 올라가는 산행이라 그렇게 힘든 것은 없다. 금호지님은 영취산에 갔다 온다고 먼저 길을 나섰고, 미소님과 게스트분 두 사람도 영취산 방향으로 갔다. 들머리에서 팔각정까지 10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 바닥은 따뜻한 날씨 탓에 땅이 녹아서 질퍽거리기 시작한다. 등로에서 100미터 벗어난 곳에 있는 팔각정에 일행들은 의기투합해서 가 본다. 팔각정에서부터 나무데크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경사길이고, 옆에는 조릿대(산죽)가 파랗게 하늘을 향해 쳐들고 서 있어서 그나마 메말라 있는 산야에 포근함을 준다. 온통 산은 하얗게 분칠을 하고 등로 바닥만 새까만 진흙에 눈 녹은 물이 신발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다. 지난 겨울 동안 수많은 등산객들에게 밟힌 등로의 두꺼운 얼음은 살짝 덮힌 눈에 가리어져 있다가 산꾼의 발걸음에 속살이 드러나 있다. 경사진 곳의 얼음은 보기만 해도 미끄럽게 보여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중국에서 온 지인이 무룡고개 주차장에서 만나 30여 분을 올라오다가 빈혈이 나고 체력이 달려서 못 가겠다고 산행 포기를 한다. 붉은노을님이 지인의 배낭을 메워보는데, 지인은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산을 하겠다고 한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건데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전체 산행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 같아서 지인의 하산을 받아들이게 된다. 오랜 중국 생활에 운동을 하지 못하고 의욕만 앞세워 경기도 분당에서 3시간 운전을 해서 여기까지 왔었는데.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마음은 짠 하지만 마음을 접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50여 분만에 목책으로 만든 전망대에 도착을 하게 된다. 그 전망대 바로 아래 비스듬한 언덕빼기에서 일행들이 두어 사람에게 눈을 뒤집어 씌어서 한바탕 주위가 요란스럽다. 으레 눈만 있으면 백산의 남녀 회원들은 닭싸움을 하듯 한바탕 푸닥거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허연 눈가루에 온 몸을 뒤집어쓰고 웃음소리가 허공을 몇 번 갈라놓아서야 그 푸닥거리는 끝이 난다. 시야가 탁 트인 전망대에 올라 전망대의 목책에 기대어 삼삼오오 이런저런 포즈를 잡아본다.

 

산등성이는 대체로 완만하여 부담감이 적어서 그냥 산책을 하는 기분이다. 주위의 억새들은 메말라버렸고, 나뭇가지의 이파리는 계절에 밀리어 그렇게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동쪽으로나 남쪽으로 조망을 하기에 그지없이 좋았다. 능선을 따라 20여 분을 올라가게 되면 제법 가파른 나무계단이 나온다. 약간 뻐근한 다리로 올라가게 되면 앞에 서 있는 일행들의 카메라 시선이 고정된다. 그리고 함께 숨고르기를 해 보고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본다. 그 능선들은 허연 분가루를 뒤집어쓰고 뱀 등처럼 구불구불하다. 한 걸음씩 옮겨온 것이 뒤돌아보니 아득하다. 세월도 이처럼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이제 정상에 도착하니 족구장 크기의 공간이 나타나고 그 북동 뒤쪽에 정상석이 덩그란히 놓여 있다.

 

▶장안산 ►중봉►하봉▻덕천고개►덕산리 범연동

장안산 정상은 초입에서 1시간 반 정도 올라왔다. 개인 및 단체 인증샷을 남긴다고 부산하다. 낮의 기온이 조금씩 올라감에 따라 바닥의 눈도 조금씩 질척하게 녹기 시작한다. 그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오늘은 누군가 호박으로 담은 막걸리도 가져 왔다. 자주 복분자 원액을 가져오는 은수님이 오늘도 막걸리에 타서 한 순배 돌린다. 도란도란 앉아서 먹는 재미도 산행의 깊은 맛이 있다. 혼자 먹는 밥보다 이렇게 옆의 사람과 얘기도 하고 웃음꽃을 피우면 삶의 에너지가 솟구친다. 사진도 찍고 느긋하게 점심을 먹다보니 점심시간이 45분이나 후딱 지나가버린다. 그동안 정상 주위의 땅은 우리 일행의 열기와 햇살에 얼어붙은 눈이 녹아서 물이 흥건하다.

 

이제 배낭을 챙겨 범연동 방향의 이정표를 따라 하산을 하게 된다. 하산길은 군데군데 땅이 녹아서 질척거리고 또 응달진 곳은 1미터 이상의 눈이 쌓여 얼어있는 곳도 있어서 상황이 좋지 않다. 게다가 경사도 가파른 곳이 많고 바닥은 빙판이라 다소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아래로 내려올수록 낙엽이 깔린 샤방샤방한 길도 있어서 가을 느낌을 주는 곳도 있다. 하산길은 조금 지루한 느낌이 난다. 육산이라 전망바위나 경치가 좋은 뭐 그런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산 중턱 아래까지 눈이 쌓여 있다는 점이다. 덕천고개를 지나면서 눈의 자취는 없어진다. 함께 걷는 산우와 일상의 얘기도 해보며 삶의 궤적을 그려본다.

 

906봉 가기 전의 샛길이 과거 산행지도에는 보이나 주민들이 농작물 보호 때문에 통제를 해 두었다. 그래서 906봉으로 조금 치고 올라가서 덕산리 범연동으로 내려왔다. 포장도로 위의 마지막 하산지점은 경사가 가파르고 목책계단의 흙이 장맛비에 다 쓸려 내려가 걸음을 떼기가 힘겹다. 범연동 산행 안내판 앞에서 마지막 인증샷을 한다. 그리고 개울로 내려가 흙 묻은 등산화를 닦는다고 일행은 죄다 달려갔다. 겨울의 끝자락이라 냇물은 손이 시럽다. 4시간 반 동안 몸에 붙어있던 땀과 흙을 냇물에 씻어 보낸다. 또 욕심의 찌꺼기도 살짝 냇물에 흘러 보낸다. 냇물에 손을 담그며 조금더 정결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논개사당 ►단성 강성식당의 뒤풀이

범연동에서 30여 분을 달려 굽이굽이 몇 개의 산을 돌아서 논개사당을 찾아간다. 논개에 대한 역사공부도 하게 된다. 논개는 기생이 아니라 남편 최경회 현감이 2차 진주성 싸움에서 중과부적으로 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버린 남편의 원수를 갚고자 기생으로 가장하여 왜군의 승전연에 참석하여 왜장을 껴안고 진주 남강변의 의암 바위에서 왜장을 껴안고 투신했다는 사실. 우리는 논개가 기생이라고 배워 알고 있었는데, 현감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수군에서 조성한 2만여 평의 논개사당에는 논개의 생가와 전시관, 연못과 정자(단아정), 논개 석상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곳을 30분 정도 둘러보고 내려왔다. 봄철이면 철쭉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직 때가 일러 마음으로 그리고만 왔다.

 

논개사당에서 산청군의 단성에 있는 강성식당까지 뒤풀이를 위해 1시간여를 달려왔다. 산꾼들의 우정은 늘 뒤풀이에서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산을 정복하고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함께 땀을 흘리고 손을 잡아주고 또 과일 한 조각이라도 나누어 먹던 그 추억과 기억을 뒤풀이에서 건배의 잔으로 마무리를 한다. 밥만 혼자 먹고 일어선다는 그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한 주일 동안 직장동료나 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식사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사와 의미와 다른 것은 적어도 5~6시간 동안 소중한 시간을 함께 땀을 흘리며 보냈다는 것이다. 행복했고 즐거웠던 시간을 공유했었기에 산우들의 모습에 친밀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다. 사람은 밥만으로 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연유다. 혼자 걸으면 고독하지만, 둘 이상 땀을 흘리며 함께 웃음꽃을 피우면 인생의 나뭇가지에 희망과 꿈, 추억의 열매가 열리는 것이다. 언제나 들어도 좋은 구호 “산이 좋다. 사람이 좋다. 백산이 좋다!!!”고 외쳐본다. 어렵고 힘든 인생 살이에 에너지를 충전받고 마음을 힐링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평소 건강하다고 너무 자만하지 않은 인생이기를......

 

 

산행지도: 산행코스는 덕천고개에서 906봉을 올라 하산함. 지형 참조.

산행사진

△사진 출처: 청림님(한 컷 빌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