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58차 정기산행: 진안 구봉산 산행기 ◈(2015. 5. 9. 토)

부산갈매기88 2015. 5. 14. 15:32

◎산행지: 전북 진안 구봉산(1,002m) <산림청 전국 100대 명산>

★산행일시: 2015. 5. 9.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2명(박가이버, 햇살이, 윤슬, 수정, 폭우, 붉은노을, 스마트, 피네, 수희, 슬로우2, 산들바람, 송향, 방랑자, 해월정, 청림, 갈바람, 팅커벨, 동해, 문선자, 현진, 은수, 태영, 양규, 와석, 넬스, 은하수, 수산나, 효리, 수니, 윤영진, 새콤달콤, 백합, 가연, 동방, 햇띵구, 새벽길, 까망콩,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상양명 주차장~제 1봉~~8봉~돈내미재~구봉산 천왕봉~천황사~수암마을

◔시간대별 산행코스(후미 기준):

  10:43 상양명 주차장 도착

  10:55 출발

  11:14 능선 이정표

  11:39 제 1봉/제 2봉 갈림길 이정표

  11:41 제 1봉(668m)

  11:52 제 2봉(720m)

  11:59 제 3봉(728m)

  12:08 제 4봉(752m)

  12:29 제 5봉(742m) 공사중

  12:36 제 6봉(732m)

  12:50 제 7봉(739.8m)

  13;03 제 8봉(780m)

  13:10 돈내미재(점심식사 35분)

  14:42 구봉산 천왕봉(1,002m)

  16:40 천황사

  16:55 수암마을

 

★산행 시간(후미 기준): 6시간(중식 35분, 기타 휴식 50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35분>

◍산행거리: 7.9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 전용버스

 

▶산행 tip: 전국에서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은 많지만 암릉의 연봉이 1봉~8봉 또는 9봉으로 이름 붙여진 산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대략 홍천의 팔봉산, 고흥의 팔영산, 영덕의 팔각산, 영월의 구봉대산 그리고 진안의 구봉산 등 그 이름 자체에서 암릉의 봉우리가 몇 개인지를 대략 어림짐작할 수가 있다.

 

이번 진안 구봉산의 산행은 제 1봉에서 8봉까지를 1시간 20여 분에 완등하여 다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 감동을 1시간 반도 안 되어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산행이다. 암릉의 봉우리 자체는 그렇게 높지도 않고 그 어떤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봉~9봉이라는 연봉에 순서를 붙여 놓아 그 암봉을 완등하고 말겠다는 마음의 각오를 다지게 한다. 구봉산은 한 봉 한 봉을 들여다보면 암봉 그 자체에 볼거리가 있는 산은 아니다. 그러나 제 1봉을 올라 구봉을 완등하고 하산길에서 멀리 바라보는 암봉의 산세는 한 폭의 동양화임을 느끼게 해 준다. 나무 한 그루보다는 전체 숲과 나무, 바위, 시냇물 등의 조화로운 그림을 감상하듯 멀리서 제 1봉에서 9봉까지의 산세와 암릉의 배치를 바라보노라면 감동의 전율이 일게 된다. 아! 그래서 먼 길을 달려와도 시간이 아깝지 않음을 느끼게 해 준다.

 

전체 산행시간은 상양명 주차장에서 9봉을 완등하고 천황사와 수암마을까지 6시간 정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걸린다. 거리는 7.9km로 적당하다. 들머리에서 양명교를 지나 10여 분 가면 너덜 계곡이 시작된다. 이 계곡을 7~8분 치고 올라가면 왼쪽 능선에 닿게 된다. 잠시 일행은 발걸음을 멈춰 땀을 훔친다. 거기서부터 약간 마사토와 바위투성이의 된비알을 20여 분 올라가게 되면 왼쪽 하늘위로 구봉산자락과 4봉의 정자 등이 빠꼼히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5분여를 더 진행하게 되면 제 1봉과 2봉의 사이가 된다. 그런데 제 1봉(668m)은 오른쪽 남쪽 100미터 정도 가야 한다. 그 제 1봉에 들러서 인증샷도 한 컷 하고, 정상석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서 조금 전에 올라온 주차장과 먼 산을 조망하는 가운데 시원한 바람도 보너스로 쏘이게 된다.

 

제 1봉과 2봉의 거리는 200여 미터도 안 되기에 가볍게 1봉에서 2봉으로 오를 수가 있다. 그리고 2봉과 3봉의 앉은뱅이 정상석을 깔고 앉아 사진을 찍고 나서 4봉은 조금 경사진 암릉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4봉에는 2층으로 된 정자도 있다. 그래서 일행들은 그 정자에 올라가 앉아서 잠시 숨고르기도 한다. 4봉 정자 뒤편의 너럭바위에서 5봉~9봉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5봉은 4봉과의 구름다리 공사를 위해 시멘트 혼합기 등과 시공 자재들이 쌓여 있고 아예 정상석은 없기에 4봉에서 5봉의 흔적을 남긴다.

 

4봉에서 5봉으로 가려면 4봉에서 안부로 조금 내려간 후 다시 암벽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그 트인 안부의 절벽난간에서 산 아래의 경치를 배경으로 지나가는 발자취를 남기려고 카메라 앞에 서기도 한다. 아래를 보면 아찔하지만 그 명소를 지나치기에는 후회가 남을 것 같기에. 암벽을 올라서게 되면 5봉은 4봉과 5봉의 구름다리 공사를 위해 쌓아놓은 장비와 자재로 정신이 혼란스럽다. 자연미가 넘치고 평온스러워야 할 공간에 인위적인 부산물들이 그득해 있어서 심기가 불편하다. 마음에 거부반응이 온다. 사람이 편해지려는 욕심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의 심장을 자꾸 허옇게 깎아내려고 한다. 게다가 지자체의 물욕도 한 몫을 한다. 뭔가 과시적인 문화 또한 일조를 하고 있다.

 

5봉 정상석이 없는 것을 달래기 위해 5봉의 북쪽 끝에서 6봉 위쪽을 배경으로 추억 담기를 한다. 6봉에서 인증샷이 끝나고 나면 또다시 조금 암벽을 타고 내려간 다음 나무계단을 층층히 밟고 올라가야 한다. 대체로 완만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서 절벽에 붙어 살아남아있는 큰 소나무를 배경으로 일행은 한 덩어리가 되어 본다. 그리고 나무계단 여기저기에서 삼삼오오 어깨를 맞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7봉으로 향하는 길고 긴 나무계단에서의 행복나누기가 시작된다. 이 따뜻한 봄날에 이처럼 행복한 산행이 얼마나 될까? 7봉의 비좁은 정상 공간에서도 여럿이 함께 하고 싶어 얼굴을 맞대어 본다. 웃음소리가 하늘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새들은 우리의 웃음소리에 경계심을 드러내려는 듯 휘파람을 날린다. 오늘 구봉산은 백산인의 독차지다. 간간히 지나가는 길손이 있긴 하나 백산의 독무대가 된 것이다.

 

7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에서의 경치 조망이 좋았다면, 8봉으로 오르는 것도 7봉과 8봉 사이에 가로놓인 무지개 다리가 진가를 발휘한다. 나무난간의 홍예다리에서 아래로 보는 조망도 좋고 주위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또한 암벽에 붙어사는 이끼류와 풀들의 파릇파릇함에 삶의 활력이 넘치게 한다. 그 극한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감동도 받게 되고 우리 속에 잠자고 있던 감성이 깨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파트의 딱딱한 시멘트벽만 쳐다보며 살다가 그 암벽에서 생명체가 휘날리고 있음에 전율이 이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연한 녹색으로.....

 

8봉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돌아서고 나면 갑자기 허기가 진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넘어가고 있기에. 8봉 뒤편의 돈내미재 너럭바위에 주저앉는다. 너럭바위의 햇살은 따끈따끈하게 내리쬐어도 함께 자리를 잡아 희망을 나누고, 반찬을 나누고, 웃음을 나눌 수가 있다면 그 큰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들머리에서 거기까지 2시간 10여 분을 놀아가면서 올라온 것이다. 식사시간만은 조금 느긋하게 천상의 파티를 펼친다. 배낭 속의 먹거리들이 자갈치 시장마냥 펼쳐진다. 그렇게 인간미 넘치는 먹는 재미 또한 산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다.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35분 정도 점심식사를 하고 일어서서 5분여를 가면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있지만, 이제는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데 자그마치 74계단이다. 점심식사에 일행이 먹거리를 잔뜩 싸온 것을 먹어댔으니 직벽에 가까운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일행들도 애를 먹는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그 직벽의 나무 계단을 오르고 나면 40여 개의 목책 계단이 나오고, 그것으로 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르막길은 바위가 턱을 괴고 있고, 가팔라서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게다가 전망 쉼터 바로 아래에는 72개의 직벽계단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젖 먹던 힘을 다해서 계단을 오른다. 돈내미재에서 30 여분쯤 산 중턱에 올라 아래가 훤히 보이는 전망쉼터에서 바라보는 1봉~8봉까지의 봉우리들이 아스라히 아래로 보인다. 그 경치에 취해서 일행들은 교대로 발걸음을 사진에 담는다.

 

그 쉼터에서 산허리를 비스듬하게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게 되는데 앞서서 일행은 휭 하니 정상으로 올라가버렸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그 계단을 오른다. 그나마 쉼터에서 구봉산 정상가기까지 군데군데 산철쭉이 피어 있어 힘든 시간을 보상받게 된다. 계단을 올라서면 구봉산 정상 0.1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반긴다. 정상 인증샷을 하는 일행의 함성이 골짜기를 메운다. 구봉산 정상석은 가슴 높이까지 오니 역시 으뜸이다. 그 옛날 앉은뱅이 정상석은 새 것에 밀리어 천대를 받아 옆에 굴러다니고 있다. 운해대장님이 두 손으로 옛것을 들어 보인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뽑는다고, 새 것이 옛것을 대체하고 있었으니. 사람이나 사물이나 모두 흐름을 따라가는가 보다.

 

♣하산이여!

이제 하산이다. 그래서 기대를 하지 않고 내려서는데 내려갈수록 1봉~8봉의 암릉을 죄다 조망할 수 있는 포토존이 몇 번이나 나오기에 일행은 그때마다 포즈를 잡아보기도 한다. 날씨도 좋아서 조망도 좋지만 전체적인 윤곽을 또렷이 볼 수 있기에 환상적인 시간이다. 사진 콘테스트에서 봄직한 풍경이 딱 눈앞에 전개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일행들은 세월에 짓눌려져 굽어지고 휘어진 소나무 위에 올라가 개구쟁이 시절로 되돌아 가보기도 한다. 아래로 보이는 산자락과 저수지를 조망해가면서 하산길을 재촉한다. 이미 하산 예정시간보다 30분 늘어났다고 무전이 오건만, 비경에 옴팍 빠져버린 마음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하산길의 능선도 암봉이 많으나 7부 능선 이하로 내려서니 길은 조금씩 좋아진다.

 

천황사 가기 전 개울에서 얼굴을 씻어 땀 냄새를 없애본다. 발을 개울물에 담그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완전히 다 풀린다. 이런 기분은 돈재벌이라 해도 느껴보기 힘든 것이다. 건강해야 맛볼 수 있는 건강의 미학이기에. 천황사에 들어가 본다. 개울에서 천황사로 난 길은 어렴풋하고, 철조망이 여기저기 경계를 지우고 있어서 조금 조심스러웠으나 마당에서 채소를 다듬고 있던 아낙은 절 안으로 내려와도 된다고 한다. 절 마당이 꽤나 넓다. 일행 중 몇 명은 대웅전으로 들어가 예불을 드린다. 절 앞 입구에는 1~2백년은 됨직한 은행나무가 두세 그루 서 있고, 800년이 나 된 7~8미터의 전나무가 목이 부러진 채 몸둥아리에서 몇 개의 가지를 펼치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버티어 내며 절을 지켜내고 있다. 절 입구의 첫사랑이라는 꽃말의 연산홍 앞에서 일행은 잠시 꽃과 친구가 되어본다. 전나무가 양 옆으로 도열해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서 수암마을까지 가면 산행은 끝이 난다.

 

구봉산이 전국 100대 명산에 들어가야 할 이유를 충분히 검증하고 온 것이다. 암릉을 오르면서 우리 일행의 웃음도 합쳐서 100번은 넘은 것 같다. 그 웃음이 우리의 면역력을 증대시켜 노화를 더디게 하니 병원 문턱도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한 마음으로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에서 배려하고 헌신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또한 윤택해질 거라고 믿는다. 자신의 마음이 즐거워야 남에게도 아량있게 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산, 그 산은 정복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 사람들과 어떻게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느냐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목적하는 산을 더 즐기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보이는 것이다. 말없이 혼자 갔다가 혼자 즐기는 모습은 어쩌면 이 경쟁사회의 피해자 모습인지도 모른다. 같은 배를 탔으면 혼자 흔들리지 않고 꼿꼿히 갈 수 있겠는가. 함께 땀 흘리고 과일 한 조각 나누면서 즐기는 산행. 관 뚜껑 덮을 때야 혼자이지만 살아있을 때는 남의 손을 어찌 뿌리칠 수가 있겠는가. 그 웃음을 외면할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함께 웃는 것이 보약 10첩보다 나으니.....

 

◈산행지도

구봉산등산코스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