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60차 특별산행: 일본 구중산(九重山 구쥬산) 트레킹 후기 ◈(2015. 5. 29~31)

부산갈매기88 2015. 6. 4. 14:01

◎산행지: 일본 구중산(九重山 구쥬산 1,787m) <일본 100대 명산>

★트레킹 일시: 2015. 5. 30. 토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24명(은수, 솔뫼, 혜영, 한사랑, 배일식, 숙이, 여니야, 강병모, 해월정, 갈바람, 팅커벨, 새콤달콤, 산들바람, 송향, 운해, 와니, 이순남, 김종태, 김차연, 홍종태, 구정본,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마키노토(牧ノ戸)고개(1,330m)~구츠가케야마(沓掛山)(1,503m)~니시센리하마(西千里が浜) 평원~오우기가바나(扇ヶ鼻) 갈림길~구쥬(久住)대피소~구쥬갈림길(久住分かれ)~구쥬산(久住山) 정상(1,787m)~나카다케 분화구 호수(御池 미이케)~기타센리하마(北千里が浜) 평원~스가모리(スガモリ) 갈림길<스가모리(スガモリ)/구쥬산(久住山)/홋케인(法華院)온천> 갈림길~스가모리(スガモリ)고개 대피소~유비산(指山) 등산로 입구~초자바루(長者原)

 

◔시간대별 산행코스:

   11:07 마키노토(牧ノ戸)고개(1,330m)

   11:15 정자

   11:26 구츠가케산(沓掛山)(1,503m)

   11:39 이정표<마키노토(牧ノ戸) 1.6km/구쥬산(久住山) 3.6km>

   12:15 오우기가바나(扇ヶ鼻) 갈림길

   12:43 구쥬산(久住山) 대피소(중식 20분)

   13:07 구쥬산 갈림길(久住分れ 구쥬와카레)

   13:27 구쥬산(久住山) 정상(1,787m)

   13:55 산정호수 미이케(御池)

   14:14 구쥬산 갈림길(久住分かれ 구쥬와카레)

    14:51 스가모리(スガモリ) 갈림길<스가모리(スガモリ)/구쥬산(久住山)/홋케인(法華院)온천>

   14:59 스가모리(スガモリ)고개 대피소

   15:24 임도

   16:15 유비산(指山) 등산로 입구

   16:31 초자바루(長者原)

 

★산행 시간: 5시간 24분(중식 20분, 기타 휴식 35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30분>

◍산행거리: 10.0km

◎교통편: 중형관광버스

 

▶산행 tip: 구중산(九重山 구쥬산)은 아소 구쥬 국립공원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마타산(三俣山 1,745m)、다이센산(大船山 1,786m)、뎅구가죠(天狗ヶ城 1,780m), 이나보시산(稲星山), 시라구치다케(白口岳 1,720m)、홋쇼산(星生山 1,762m)、구쥬산(久住山 1,787m)、나카다케(中岳 1,791m), 오우기가바나(扇ヶ鼻 1,698m) 등의 산군을 총칭하여 구중산(九重山 구쥬산)이라 하고, 그 주봉이 구쥬산(久住山 1,787m)이다. 그런데 구중산 중에서 최고봉은 나카다케(中岳)이다.

 

이번 트레킹은 마키노토(牧ノ戸)고개에서 출발하여 구츠가케야마(沓掛山), 구쥬산(久住山) 대피소, 구쥬산(久住山) 정상(1,787m), 나카다케(中岳 1,791m) 분화구 호수(御池), 기타센리가하마(北千里が浜), 스가모리(スガモリ)고개 대피소, 초자바루(長者原)까지 5시간 20여 분 걸렸다.

 

구중산 트레킹은 13코스가 있는데 마키노토(牧ノ戸)고개와 초자바루(長者原)에서 올라가는 두 코스를 많이 애용한다. 대부분 관광여행사 등에서는 마키노토고개에서 들머리를 잡아서 트레킹을 한다. 이유는 마키노토고개의 해발이 1,330m이므로 구쥬산(久住山 1,787m) 정상과 표고차가 457m밖에 안 나기 때문에 여기서 정상까지 대체로 완만하게 걸을 수가 있다. 그런 다음 기타센리가하마(北千里が浜)의 협곡 평원을 지나 스가모리(スガモリ)고개 대피소로 조금 올라가 너덜지대를 지나고, 임도를 따라가다가 산죽이 많은 하산로로 초자바루(長者原)까지 가면 트레킹은 끝이 난다. 이 코스는 산행이 아니라 트레킹 수준이라 한국에서 온 70대의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꿈은 야무지게

마키노토(牧ノ戸)고개에서 출발하여 숲이 우거진 시멘트 등산로를 따라 8분여 완만한 깔딱고개를 오르면 정자가 나타난다.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비탈이 나타나기에 조금 숨이 가프다. 일본은 산에 정자가 거의 없는데, 아마 한국의 영향을 받아서 정자를 지어 놓았지 않나 싶다. 그 정자에서 올라 왼쪽으로 올려다보면 조금 위엄스러운 미마타산(三俣山 1,745m)이 보인다. 미마타산은 봉우리가 세 개로 보이기에 이름이 붙여졌지만, 실제 본봉, 남봉, 북봉, 서봉의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본봉에는 큰솥(大鍋)과 작은 솥(小鍋)이라고 불리는 분화구 흔적이 남아 있다.

 

잠시 깔딱고개를 올라왔기에 숨이 가팔라 숨고르기를 하며 조망을 한다.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한 관계로 들머리에서 우비를 쓰고 올라왔기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 구츠가케산(沓掛山)(1,503m)을 향하여 오른다. 경사는 대체로 완만하며 계속 시멘트 포장도로이다. 10분 정도 오르게 되면 구츠가케산 암봉 아래의 널찍한 장소에 이른다. 이정표(구쥬산(九重山) 3.1km/마키노토(牧ノ戸) 0.7km)가 있기에 일행들은 거기서 인증샷을 한다. 그 오른쪽 위로 오우기가바나(扇ヶ鼻 1,698m)의 정상이 구름에 덮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구츠가케산(1,503m)은 암봉으로 되어 있는데 그곳을 조금 지나면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숲을 조금 지나면 암벽 사이의 협곡이라 정체가 시작된다. 하산을 하는 일본인들도 만나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그들은 예의바르게 ‘곤니찌와~~’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늘 상대를 위해 기다려준다. 우리는 일상이 바쁘게 살아온 터라 무의식적으로 무조건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경상도 사람이라면 자동차 대가리와 거시기 대가리는 먼저 들이미는 게 임자(?)라고.....

 

이제 암벽을 넘으면 능선길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길가의 군데군데 피어있는 철쭉꽃잎은 한국에 비해서 너무 작다. 물론 철쭉의 종이 다르겠지만, 일본사람이 작듯 철쭉꽃잎마저 작은 것인가. 너무 작아서 앙증스럽다. 활짝 핀 철쭉이 나타날 때면 일행들은 그 앞에 서서 한 컷씩 한다. 한국의 진달래 군락지나 철쭉 군락지에 비하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한국 사람은 볼룸을 좋아하는데, 그 앙증맞게 나지막하게 핀 몇 그루의 철쭉에 만족할 바는 못 된다. 비는 가늘게 내리다가 때로는 조금 세차게도 온다. 정상으로 갈수록 안개는 더 짙어진다. 위로 올라갈수록 너르고 완만한 평원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니시센리하마(西千里が浜) 평원이다. 그런데 길 양옆으로 철쭉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지만 웬일인지 철쭉은 온데 간데가 없다. 무슨 일인가 싶어 철쭉나무 위를 살펴보았더니 자벌레란 놈이 철쭉꽃과 이파리를 다 갉아먹고 배가 불러 누워 자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벌레를 없애기 위해서 항공방제나 약을 살포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태계 보호와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평원의 등산로에는 안개가 자욱했다가 순간 걷히었다가 또 비바람이 약간 불다가 그치는 등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그 왼쪽으로 홋쇼산(星生山 1,762m)이 안개속에 갇혀있다. 홋쇼산은 1995년 10月~1996년 4월에 걸쳐 북동쪽 산중턱의 이오우산(硫黄山 1,554m) 부근에서 분화활동을 하여 연기와 화산재가 관측되었다. 이 화산 활동은 구쥬산(九重山)에서는 333년만의 분화였다고 한다. 이 화산활동으로 인해 유독가스가 발생하여 홋쇼산(星生山)은 2002년까지 출입을 금지하였다.

 

안개가 너무 짙어서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홋쇼산 정상은 오르지 않고 홋쇼산 허리를 감아돌아 오른쪽 너덜길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그 산허리에 몇십 명의 일본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올라오고 있었다. 초딩 5학년이라고 한다. 아마 학년 구분 없이 단체로 온 것 같다. 어른도 뒤섞어 있다. 모두 하나 같이 먼저 기다려준다. 우리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그들에게 길을 터 준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진다. 조금 지형이 낮아지는가 했더니 흐릿하게 구쥬산 대피소가 나타났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1시간 반이 조금 더 걸렸다. 대피소 안이 복잡한지 밖에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서 있거나, 비를 피해 처마 밑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비는 오는데 이국땅에서 처량하게 비를 맞으며 밥을 먹어야 하는가. 일단 대피소 안으로 들어간다.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다. 용케 먼저 와서 안에서 식사를 하는 우리 일행도 보인다.

 

▶금강경도 식후경이여~~

아무튼 대피소 입구의 공간에 서서 자리를 잡아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밖에 식사를 하는 은수님, 새콜달콤님, 한사랑님을 부른다. 그래서 팅커벨님과 함께 오붓하게 식사를 한다. 비좁지만 비를 피해서 먹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식사다. 6.25때의 난리는 난리도 아닌 거 같다. 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현장이다. 허접한 실내는 산꾼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옆의 일본 산꾼들의 도시락은 우리 일행의 반 만 하다. 저걸 먹고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여행사에서 지급받은 도시락을 배낭에 넣을 자리가 만만찮아서 세워 쑤셔 넣어 두었다. 그래서 혹시 반찬이 흘러내리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그대로다. 도시락의 반찬을 칸을 질러 놓은 데다 반찬에 물기가 적어서 흐트러지지 않고 자리를 잡고 있다.

 

도시락을 비우고 약간 한기가 드는지 은수님이 따스한 물을 찾는다. 한국에서 보온병에 담아 간 물이 요긴하게 쓰인다. 보온병의 물이 하루가 다 되어 가는데 그래도 식지 않고 뜨끈뜨끈하니 참 좋은 세상이다. 밖에서 운해대장님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빨리 집합하라고. 여행사 사장님이 오후에 비가 더 많이 올 것 같아서 구쥬산 정상을 빨리 갔다 오자고 한다. 그리고 간단히 비를 맞으며 단체 사진을 한 컷 한다.

 

안개는 더 자욱하고 비바람은 더 세차게 몰아친다. 구쥬산은 남쪽으로 비스듬하게 올라가는데 모두 너덜지대다. 돌무더기와 잔자갈이 뒤섞인 등로를 따라 올라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너덜지대인지라 어디가 등산로인지 파악이 제대로 안 되었다. 하지만, 조금 올라가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등로 중간에 밧줄을 산 중턱까지 걸쳐 놓아서 그것을 따라가면 된다. 게다가 돌 위에 노란 페인트로 둥근 점을 찍어 놓았다. 그리고 어떤 곳에는 구쥬산(久住山) 글씨와 화살표 방향을 표시해 두었다. 산중턱으로 올라갈수록 비바람은 거세지고 안개가 더 짙게 깔려있다. 하산하는 산꾼들과 뒤섞이게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온 그들은 우리에게 조금 나은 등로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정상 부근은 완전히 바위투성이다. 자욱한 안개 속에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겨우 구쥬산(久住山) 정상을 찾아간다. 대피소에서 정상까지 20여 분 걸렸고, 마키노토(牧ノ戸)고개 들머리에서 2시간 20분 걸려 올라왔다. 한국에서 온 타산악회와 뒤엉켜 정상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정상 표지목이 하나뿐이라 그걸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한국의 정상석은 대부분 큼직한 바위로 산 정상의 이름을 새겨놓는데, 일본은 대부분 자연 친화적인 나무로 만든 정상목이다. 이정표 또한 일본은 나무로 만들어 놓았고, 한국에서처럼 들머리나 날머리 몇 km라는 표시가 없다. 단지 방향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머리에 GPS를 달고 다니라는 것인지......

 

안개가 자욱하기에 산 아래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어깨높이에도 오지 않는 구쥬산(久住山) 정상목에 목을 맨다. 단체 사진은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개인 인증샷을 찍은 사람은 재빨리 안개를 뚫고 하산하기에 바쁘다. 그래서 개인 인증샷을 좀 여유있게 찍을 수가 없다. 뒤쳐져 있다가 안개 속에 앞선 일행을 놓쳤다가는 난감하기에. 정상 사진이 제대로 안 나왔지만 마음을 접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구쥬산(久住山) 정상에서 구쥬산 갈림길(久住分れ 구쥬와카레)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도무지 앞이 안 보이는 가운데서도 산 중턱에 피어있는 앉은뱅이 철쭉에 마음을 빼앗겨 후미조 17명은 번갈아 가면서 철쭉의 친구가 되어본다. 비가 조금 가늘어지는 듯 하나 안개는 더 자욱하다.

 

선두조 일행을 산중턱의 갈림길에서 불러보지만 아무 응답이 없다. 그래서 후미조는 나카다케(中岳)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그 갈림길에서 7분여를 진행하여 나카다케 분화구의 호수 쪽으로 간다. 안개 속에 산허리를 돌아갔는데, 호수가 나타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산은 뎅구가죠(天狗ヶ城)산이었는데, 그 산허리를 돌아가니 호수가 나타난 것이다. 이 산정호수는  뎅구가죠(天狗ヶ城)산과 나카다케(中岳)산 사이에 위치에 있다. 뎅구(天狗)는 일본의 전설 속에 나오는 깊은 산속에 사는 코가 긴 도깨비다. 뎅구가죠(天狗ヶ城)산은 도깨비가 노는 산이란 말이다. 그리고 그 아래의 호수는 도깨비가 노니는 호수다. 능선길 아래 낮은 곳에서 맑은 물을 보니 일행은 호숫가로 가서 손도 씻어보고 사진을 찍는다고 부산을 떤다. 호숫가에 안개가 자욱하지만 모두 그 상황에서 걱정을 잊고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본다.

 

잠시 후 나카다케(中岳 1,791m)쪽으로 올라가려는데 운해님이 부른다. 운해님이 가지고 온 지도를 펼쳐본다. 지형 판단을 해보니 우리는 정상 궤도에서 많이 이탈해 있다. 맑은 날씨라면 산세 파악이 되겠지만, 안개 속이라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통 알 수가 없다. 지도를 보고 지형을 판단하여 대피소 갈림길(久住分れ구쥬 와카레) 방향으로 되돌아 나온다. 그 갈림길 부근에 오니 안개속에 사람소리가 들린다. 한국의 타산악회원들이 갈림길에서 기타센리가하마(北千里が浜) 방향으로 하산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일행은 그들은 추월하여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로는 빗물에 깊게 파인 급경사길이고, 큰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는데다 너덜길이라 하산에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타산악회원도 함께 뒤섞이고 비마저 내리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10여 분 비탈길을 내려서니 너덜지대이긴 해도 차츰 완만해지고 안개도 약간 걷힌다. 그 틈을 이용하여 사진도 한 컷 한다. 산중턱에 걸린 바위 형상이 드러나면 자연스레이 포즈를 취하게 된다. 이제 기타센리가하마(北千里が浜)라는 협곡 사이의 평원을 걷는다. 양 옆이 산으로 둘러쳐져 있는 그 대협곡 사이의 너른 평원을 걸어가고 있다. 그곳이 낮은 지대이다 보니 빗물은 그곳으로 모여서 개울을 이루며 흘러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지형이다. 일행은 가는 도중 평원의 흔적이 담긴 곳이면 사진을 한 컷 한다. 이곳이 구쥬(九重)지구 고산식물 보호지역이라고 한다.

 

앞에 간 선두조와는 너무 멀어진 것 같다. 여행사 대표인 선두대장이 후미조를 버려두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일행 중 몇 사람이 불평이 터져 나온다. 그래도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계획대로 잘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을 즐겨라!!!

기타센리가하마(北千里が浜) 평원을 따라가다가 왼쪽 산허리 너덜지대에 노랗게 동그란 점을 찍어 둔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스가모리(スガモリ) 갈림길<스가모리(スガモリ)/구쥬산(久住山)/홋케인(法華院)온천> 이정목을 만난다. 스가모리고개(재)로 오르는 들머리다. 7~8분 정도 너덜지대를 따라 올라가면 스가모리 대피소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나무에 산악회의 리본이 많이 달려 있어서 등산로임을 알지만 여기는 페인트 마킹이 등산로 표시이다. 눈덮힌 겨울이라면 이정목 가지고서는 초행길이라면 산행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게다가 도상거리도 표시되어 있지 않고 방향만 표시되어 있는 일본의 이정표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스가모리 고개에 올라서니 대피소가 나타난다. 대피소에는 종(鐘)이 하나 걸려 있다. 바로 뒤편에 이오우산(硫黄山 1,554m)이 있는데 유황가스를 뿜어내며 화산활동을 하고 있기에 유황가스가 뿜어져 나올 때 이 종을 쳐서 주위의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다. 대피소의 종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한다. 타산악회원 중에는 시끄럽게 종을 치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사진에는 종소리가 안 찍히거든요.”하고 한 마디 한다. 일본 사람은 남에게 민폐를 안 끼치려고 행동하는데, 어디를 가든지 한국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면 남이야 상관이 없게 행동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대피소 안의 의자에 앉아 쉬면서 과일과 식수를 먹는다. 이 트레킹 코스가 힘든 게 아니기에 백산의 산꾼이라면 아주 가볍다. 그래서 모두 생기가 돈다. 비가 오든 안개가 끼든 웃고 즐기는 시간이다. 바로 앞쪽의 미마타산(三俣山) 중턱에는 안개가 휘감겨 있다가 순간 걷히기에 일행들은 안개가 걷히는 순간을 노려서 그 산자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사진 찍기는 안개와의 숨박꼭질이다. 이제 스가모리고개를 넘어 내려가는 하산길은 또다시 화산지대라 너덜이 시작된다. 왼쪽 이오우산(硫黄山)자락은 나무도 없는 민둥산이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유황냄새가 실려온다. 그 너덜길 옆의 군데군데 철쭉이 몇 그루 꽃을 피우고 있다. 그렇게 식물들도 그들의 생명을 노래하고 자손을 퍼트리려고 하고 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종족번식의 본능은 똑같나 보다.

 

그 고개에서 하산하면서 마키노토 온천지구에서 피어오르는 분화구 연기를 배경으로 일행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여전히 사진 찍기는 안개와의 술래잡기다. 안개가 걷히다가 몇 초 사이로 안개가 자욱히 배경을 덮어버리니 종 잡을 수가 없다. 인생 팔자 새옹지마라더니 날씨의 변화가 우리의 인생과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가모리(スガモリ)고개 대피소에서 건천인 개울을 지나 임도까지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내려가는데 25분 걸린다. 돌무더기가 있는 너덜지대라 하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제 천천히 포장된 도로를 10여 분 따라가다가 다시 초자바루에 내려가는 조릿대가 많은 등산로를 걷는다. 비가 오고 있기에 U자로 홈이 파인 등산로는 질척거린다. 그나마 그 등로에는 앉은뱅이 산죽(조릿대)이 허연 머리를 하늘거리며 초여름을 노래하고 있다. 일행은 산죽 사이에 들어가 구름에 가리어진 미마타산(三俣山 1,745m)을 배경으로 추억 만들기를 한다. 주어진 상황하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행복한 자가 늘 행복한 웃음을 날리고, 늘 찡그린 자는 얼굴을 펴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렇게 자신이 길들어야 가기에.

 

산죽이 끝나는 지점에 임도가 나타난다. 그리고 옆으로 개울이 보인다. 그 개울에 등산화에 묻은 진흙을 씻는다. 이제 비는 그쳐가고 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쵸자바루(長者原)까지 20여 분 걸어내려간다. 임도를 따라 오면서 혜영님이 가지고 온 마지막 간식인 쑥덕을 한 두 개씩 입에 넣는다. 뭐 쑥덕쑥덕(?)하지 말고 조용히 가라는 의미인가.....

 

초자바루 주차장에 오니 선두조들은 노천온천에 족탕을 하고 있다. 몇 시간만의 해우인가. 반갑다. 안개 속에 우리와 만나지 못한 여행사 대표는 나카다케와 홋케인 온천(法華院温泉)지구로 해서 우리를 찾아 내려왔다고 한다. 혹시 우리가 나카다케를 넘어서 그쪽으로 간 줄 알고. 안개가 더 많은 추억과 사연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모두 호텔에 도착하자마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유가타를 입고 일본 정통요리로 저녁시간을 즐겼다. 어찌 축배가 빠질 수 있겠는가. ‘백산을 위하여!!!’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