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59차 정기산행: 지리산 바래봉 산행기 ◈(2015. 5. 23 토)

부산갈매기88 2015. 5. 28. 15:21

◎산행지: 지리산 바래봉(1,165m) <전국 100대 명산>

★산행일시: 2015. 5. 23.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6명(금호지, 동무, 솔뫼, 혜영, 애자 외, 한사랑, 탱탱구리, 배일식, 국승조, 부용, 형제 외, 갈바람, 해월정, 슬로우 부부, 붉은노을, 산우, 산들바람, 송향, 스마트, 해숙 외, 정경화 외, 청파, 태영, 팅커벨과 따님, 새콤달콤, 홍종태, 동방, 은수, 윤슬, 흔적,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정령치 휴게소(1,172m)~고리봉(1,304.5m)~세걸산(1,220m)~세동치(1,107m)~부운치~팔랑치~바래봉 갈림길~바래봉 약수터~바래봉(1,165m)~바래봉 갈림길~운지사~용산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후미 기준):

   10:50 정령치 휴게소 하차

   11:05 산행시작

   11:26 고리봉(1,304m)

   12:19 이정목 갈림길(정령치 2.5km/용산주차장 10.5km)

   13:08 세걸산

   13:20 세동치 헬기장(점심식사 35분)

   13:56 세동치(1,107m) 이정목/갈림길

   15:03 이정목 갈림길(정령치 6.8km/용산주차장 6.2km)

   15:24 팔랑치

   15:44 바래봉 삼거리

   15:51 바래봉 약수터

   16:10 바래봉(1,165m)

   16:22 바래봉 삼거리

   16:32 이정목(용산주차장 3.7km/바래봉 1.1km)

   17:13 운지사

   17:45 용산주차장

 

★산행 시간(후미 기준): 6시간 40분(중식 35분, 기타 휴식 35분)

                               <순수 산행시간: 5시간 30분>

◍산행거리: 14.0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 전용버스

 

▶산행 tip: 이번 산행은 산림청 전국 100대 명산인 지리산 바래봉을 탐방하는 것이다. 바래봉하면 봄철의 철쭉으로 유명한 철쭉군락지가 있기에 많은 산악인들은 그 철쭉을 잔뜩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아쉽게도 최근 이상기온에 의해 철쭉은 크게 기대하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무의미하게 보냈느냐 그것도 아니다. 철쭉이 지고 난 그 자리에 연초록의 이파리가 자리를 대신해주고 있어서 그 이파리를 보면서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되찾고 돌아온 행복한 산행이었다. 초록의 숨결을 느낀 하루였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고리봉, 세걸산, 바래봉을 돌아 용산주차장까지 6시간 40분(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14km를 아늑한 초록 숲속에 수풀내음을 맡으며 걸어본 행복한 산행이었다. 전체 거리가 14km로 길지만 빨래판 능선을 따라 가볍게 오르내리는 산행이라 그렇게 힘든 산행은 아니었다. 뒷동산 산행 정도라 가볍게 생각하면 된다. 다만 체력의 안배를 다소 요하는 산행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바래봉의 유명세로 만차를 넘어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산행신청에 짤려버린 사람도 몇몇 나온다. 바래봉 철쭉이라는 대의명제 아래 만차로 출발을 하게 된다. 거창IC에서 국도를 따라 정령치 휴게소까지 가는 꼬부랑길이 가파르고 험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맑은 계곡물을 바라보면서 계곡을 올라가는 내내 ‘저기에 발을 담그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하니 앞서 온 타산악회원들이 여기저기 정령치 정상석 옆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분주하다. 우리 일행들도 화장실을 다녀오고 산행채비를 한다. 그리고 간단히 몸을 풀어보기도 한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단체 인증샷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이 자리에서 단체 사진을 찍지 않으면 그 이후 전체 참석한 인원의 사진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서둘러 단체 사진을 찍고 휴게소 건물의 왼쪽으로 오른다.

정령치(해발1,172m)는 서산대사의 황령암기(黃領岩記)에 의하면 기원전 84년에 마한(馬韓)의 왕이 진한(辰韓)과 변한(弁韓)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鄭)씨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성을 쌓고 지키게 하였다는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신라시대 화랑이 무술을 연마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시야가 트이어 동쪽으로 노고단이 보이고, 서쪽으로 남원의 평야지대를 볼 수 있다. 산행 들머리에서 곧바로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아늑한 수풀 속을 거닐게 되어 햇빛도 가려준다. 고리봉으로 오르는 약간 비탈진 곳을 오르게 되면 정체가 일어난다.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슬로우님도 뒤편에서 느긋하게 걷는다. 부부가 이렇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것도 참 좋은 취미이고 힐링의 시간이 되는 것 같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을 부부가 함께 살아가지만 마음과 뜻을 함께 모두기는 쉽지가 않다. 각자의 인생 방향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에. 그래서 서로 마음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양보하는 용기도 필요할지 모른다. 집에서 헝클어진 마음을 파란 이파리를 보면서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아 숲 속에서 정리를 하고 가는 멋진 산행이 되는 것이다.

 

고리봉(1,304m) 능선의 바위 위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훤히 시야가 열린다. 일행들이 고리봉 이정목에 기대어 발자취를 담는다. 작년 산행에 와서 이곳을 지나갔을 때는 철쭉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올해는 이미 철쭉이 지고 없다. 혹시나 기대를 했건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아니 이미 예견은 했지만 막상 철쭉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내심 조금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그래도 함께 할 수 있는 산우들이 있기에 좋다. 아스라이 보이는 노고단 산자락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 컷 한다. 인생은 늘 자신이 걸어가는 발자취를 남기려 한다. 삶의 궤적을 그리고 싶어가는 것이기에. 그러면서 인생 좌표도 넌지시 한 번 찍어보듯 고리봉에서 방금 지나온 능선 아래에 슬쩍 눈길을 한 번 줘 본다. 산자락이 연초록으로 물들어 가듯 우리의 마음도 연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이제 세걸산 방향으로 줄지어 나아간다. 세걸산 가기 전에 암봉이 하나 나타난다. 일행은 그 암봉에 올라서서 기지개를 켠다. 이미 져버린 철쭉 모습을 찾아내는 것은 초딩 시절의 소풍 때 보물찾기와 같다. 마음을 비우면 편안하다. 초딩시절 짝지가 떠나버리면 잠시 허전하지만 새로운 짝지가 그 자리를 채우면 새로운 즐거움과 기대가 생겨나듯 오늘 철쭉이 없어진 자리는 5월의 신록이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또 산우들의 웃음소리가 그 자리를 채워 보상해 준다. 오늘 함께 이렇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마주할 수 있는 것도 특별한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하리라.

 

정령치 들머리에서 세걸산 정상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는 능선을 여러 차례 거듭하면서 2시간 걸려 왔다. 일행 중 배가 출출하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일행과 함께 세걸산(1,220m) 이정목에 어깨를 기대어 추억 앨범을 만든다. 다행히 세걸산 주위에는 철쭉이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다. 철쭉이 있을 때 인증 사진이라도 남기듯 한 컷을 보탠다. 인생은 지나가버린 것에 대해서 후회를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최상이다.

 

세걸산에서 완만한 비탈길을 10여 분 내려가면 세동치 헬기장이 나온다. 앞서간 선두조들이 거기서 식사를 한다는 무전이 온다. 작년 5월 만복대~고리봉 산행을 왔을 때도 여기서 식사를 하고 갔었는데, 올해도 여기서 식사를 하게 된다. 많은 인원이 부담감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널찍한 헬기장 여기저기에 대여섯 그룹으로 나누어 식사를 한다. 오늘 게스트로 온 사람들은 조금 멋쩍는지 자기네들끼리 식사를 한다. 적어도 50cm 이내의 친밀한 공간에 얼굴을 맞대는 것은 몇 번 만남이 있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에드워드 T. 홀이 정의하기를 3.8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는 공적인 거리는 세미나나 공원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거리이고, 1.3~3.7m까지는 사회적 거리로 관공서나 배달부 등의 생존에 필요한 거리이다. 그리고 0.5~1.2m의 거리는 친구나 회사동료가 자주 만나게 되는 개인적인 거리이고, 50cm 이내의 친밀한 거리는 친한 친구, 가족, 애인과 같은 사람이 대화할 수 있는 거리이다. 따라서 이렇게 50cm 이내 근접해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이라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가 농담까지 주고받을 수 있을 사이로 발전하기까지는 수많은 시간 동안 땀과 고통을 나누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실망시키지 않더라

점심식사는 급하지 않게 35분 정도 한다. 식사 후 세동치(1,107m) 이정목에서 인증샷을 하고 지나간다. 세동치를 지나 약간 오르막을 오른 후 다시 내려가면서 부운치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세동치나 부운치에서 치라는 말은 작은 고개 또는 재라는 말이다. 한자어인데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부운치로 가기 전 산등성이에 올라서는데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타 산악회원 너댓명이 우리에게 부운치가 어디인가 물어온다. 지나온 것 같다고 했더니 방향 감각도 없이 계속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차는 하부운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서도. 적어도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위치 정도는 알고 걸어가야 할텐데.....

 

이쪽으로 오는 타 산악회를 만나게 됨에 따라 길을 터 주어야 하기에 앞서 가는 우리 일행과는 뿔뿔이 삼삼오오 흩어지게 된다. 1,123봉을 넘어 철쭉 군락지를 지나가려는데 이미 철쭉은 된서리를 맞은 듯 져버리고 새파란 이파리들만 하늘거린다. 햇살은 따가워 뒷머리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바래봉이 보이는 산등성이에서 사진을 한 컷씩 담는다.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좋다. 바래봉이 어느 정도 아스라이 보인다. 철쭉이 한창 때에는 바래봉 산자락이 벌겋게 보일 텐데 오늘은 거무죽죽하다. 팅커벨님의 따님이 오늘은 엄마를 따라와 새콤달콤님과 함께 동행을 하면서 20대의 젊은이답게 재치 있게 말과 행동을 하니 분위기가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신세대와 쉰세대(?)와의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느낀다. 젊은 딸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시키기까지 등허리가 휘어지겠지만 그 키우는 과정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팅커벨님의 따님은 요즘 신세대에서 느끼지 못하는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서 감동이 전해온다.

 

앞에 간 선두조들은 바래봉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바래봉 삼거리로 내려서고 있다. 바래봉 약수터에서 물을 한 사발 떠서 목을 축인다. 그리고 바래봉 산자락을 올려다 보니 여기저기 붉고 흰 철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앞서 간 일행들이 무더기로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다행히 보물찾기라도 하듯 산자락을 훑어보니 군데군데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만개한 철쭉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바래봉 철쭉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과 호주간의 면양시범 목장설치로 인하여 면양 2,500두를 이곳에서 사육한 결과 면양은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지를 않아 일반 잡초는 없어지고 철쭉만이 아름답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철쭉은 진달래과다. 모든 진달래종은 그라야노톡신이라는 독이 있다. 안드로메도톡신이라고도 한다. 어린아이가 철쭉 10송이를 먹은 후 의식저하와 구토를 경험하기도 했고 50송이의 철쭉을 먹은 성인에게서 저혈압, 서맥, 의식저하, 복통유발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그래서 철쭉은 눈으로 즐겨야지 손으로 만지거나 따서 먹어서는 안 된다.

 

바래봉(1,165m)은 백두대간상의 고리봉(1,304m)에서 북동쪽으로 갈라진 지능선상에서 남원시 운봉읍과 산내면을 경계로 솟아있다.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발악(鉢岳) 또는 바래봉이라 붙여졌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인데다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바래봉 정상에 서면 지리산의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맑은 날엔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바래봉 능선의 나무데크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니 앞서간 일행들과 타 산악회원들의 정상사진 추억 만들기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단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삼삼오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사진 앨범을 만들어보겠다고 치열하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내려가는 일행들을 바라보면 빨리 찍고 함께 가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그렇다고 이 귀중한 시간을 허투루 만들기에는 5시간이나 달려온 것을 생각하면 함부로 쓸 수가 없다. 한 컷이라도 더 좋은 것으로 남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파란 하늘, 녹색의 숲, 맑은 공기, 멋지고 행복한 산우들 그 속에서 인내를 가지고 즐겁게 기다리며 추억의 한 페이지를 넘긴다. 정상석 주위에서 태영님이 앞서 와서 일행의 인증샷을 찍어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인증샷은 늦어져 함께 인증샷을 남겨본다. 우리 산악회에는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아마 그런 배려하고 마음 써주는 인정에 녹아서 동행하는 산우님들이 참 많은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그 목적하는 산이 일차적으로 마음에 들어야 하겠지만, 함께 하는 산우가 마음에 부담이 온다면 산행을 즐길 수가 없지 않을까. 일주일 중에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곳에 하루를 투자하기에 이 하루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참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정상에서 인증샷이 끝나고 내려가는 길은 신바람이 난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바래봉 삼거리로 내려가서 운봉리의 용산주차장 방향으로 하산을 하면 되기에. 바래봉 삼거리를 지나서 200여 미터는 바닥이 돌로 되어 있어서 무릎에 엄청난 부하가 걸린다. 널찍한 임도라 함께 웃고 떠들며 갈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거리다. ‘자주 쓰는 열쇠는 빛이 난다’는 말이 있다. 산우들과 이렇게 자주 만나서 얼굴을 대하고 마음을 여니 마음도 밝아지고 몸도 피곤함을 잊는 것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자주 만나니 더 정감이 깊어간다.

 

바래봉 1.1km 아래의 이정표에서 조금 더 진행하다가 임도 왼쪽으로 하산길을 잡으라는 운해님의 얘기를 듣고 거기로 하산을 하니 소나무 숲길이라 마음에 푸근하다. 운지사 부근에서 만난 산우들 중에는 임도를 그대로 따라오는 바람에 생고생을 한 사람도 제법 있었다. 임도를 버리고 하산하는 중간쯤에서 청파님, 해월정, 송향님, 산들바람님 일행을 만나게 된다. 팅커벨님과 따님, 새콤달콤님과 함께 하산을 하고 있는데 앞서서 이들이 가고 있었다. 산들바람님과 송향님의 컨디션이 예전같이 않다고 청파님과 해월정님이 보조를 맞추며 하산을 하고 있었다. 여유가 넘치는 느릿한 걸음이라도 이렇게 즐겁게 걷는 것이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지난 한 주일 세상 사람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내 시간이 아닌 남의 시간표에 맞추어 살다보니 영과 육은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에너지가 다 떨어져버린 것이다. 그 소진된 에너지를 자연의 숲속에서 충전받아 간다. 사람이 폰 배터리와 다른 것은 배터리는 전기에 꽂기만 하면 시간이 지나 충전이 되지만, 사람은 오감과 정신, 마음을 채우지 않으면 충전이 안 된다. 마음에 만족함이 없으면 충전이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운지사 부근의 개울에서 청파님과 얼굴을 씻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마음이 상쾌하다. 운지사를 지나 오른편에는 허브 식물원이 있어서 잘 가꿔진 정원을 보게 된다. 거기에도 철쭉나무 정원을 만들어 두었지만 모두 화무십일홍을 생각나게 한다. 용산주차장으로 가는 도중 앞서간 일행들이 개울에서 얼굴을 씻고서 몸을 추스르고 있다. 14km의 긴 거리를 한 명의 낙오자나 사고 없이 모두 완주를 했다. 연두색 자연 카펫 속에서 마음껏 웃고 즐긴 하루다. 오늘 충전된 에너지로 한 주일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길 가의 특산품을 파는 가게를 기웃거려 보면서 주차장에 도착한다. 혼자서라면 14km를 걸어갈 엄두를 내었을까? 여럿이 함께 하였기에 6시간 40분 웃고 즐기는 가운데 여기까지 도착을 했다.

 

지리산 자락에 오면 생초의 <남원식당>에서 메기 매운탕으로 몸의 에너지를 보충한다. 모두 함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단체 사진 인증샷 할 때와 뒤풀이 시간이다. 함께 얼굴을 맞대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친밀도를 높이는 행복한 시간이 된다. 인생은 적어도 세 번 정도 밥을 먹어야 친해진다고 하니. 우리의 만남도 이제 수십 번이 넘었으니 가족 이상의 마음을 써주는 관계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랜 시간 산행에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어딘가 아픈가’,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마음에 걸린다. 이게 한국 사람의 정서 때문일까? 아님 백산의 깊은 정 때문일까?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