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61차 정기산행: 거창 현성산, 금원산 산행기 ◈(2015. 6. 13)

부산갈매기88 2015. 6. 18. 10:12

 

◎산행지: 거창 현성산(960m), 금원산(1,353m)

★산행일시: 2015. 6. 13.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6명(붉은노을, 윤슬, 종현, 태영, 양규, 피네, 갈바람, 한사랑, 수정, 탱탱구리, 욜로, 팅커벨, 새콤달콤, 은수, 효리, 슬로우 부부, 현진, 스마트, 와카노, 윤호, 동방, 산들바람, 송향, 홍종태,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미폭 입구~암릉지대~현성산(960m)~서문가바위(연화봉)~976봉~996봉~금원산(1353m)~동봉~유안청 1, 2 폭포~자운폭포~금원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대형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0:38 미폭 도착

   10:48 산행시작

   11:15 전망바위

   11;26 소나무 전망바위

   11:42 구멍바위

   12:08 현성산(960m)m

   12:39 서문가 바위

   12:50 서문가 바위 및 976봉 중간(중식 25분)

   13:29 모자바위(?)

   13:33 이정표 갈림길(금원산 3.9km/현성산 1.0km)

   14:08 이정표 갈림길(금원산 2.7km/문바위 2.5km/휴양림 3.2km)

   14:37 이정표 갈림길(금원산 2.2km/문바위 3.0km/휴양림 3.7km)

   15:53 금원산 정상(1,353m)

   15:59 헬기장

   16:01 동봉

   16:53 임도 갈림길

   17:08 유안청 1폭포

   17:18 자운폭포

   17:37 금원산 산림자원 관리사무소

   17:40 대형주차장

 

★산행 시간(후미기준): 6시간 52분(중식 25분, 기타 휴식 45분)

                               <순수 산행시간: 5시간 42분>

◍산행거리: 11.21km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 백산전용버스

 

▶산행 tip: 이번 현성산과 금원산 산행은 현성산 위 976봉까지의 암릉을 오르는 골산 산행과 이후 금원산과 유안청 계곡은 육산 산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폭에서 시작을 해서 현성산 정상과 976봉까지는 암릉 위에 설치된 10군데의 나무계단을 무더위 속에서 올라가야 한다. 물론 고도를 높여갈수록 조망과 먼산의 마루금이 한 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산바람이 보너스로 불어주기에 충분한 보상은 된다. 미폭 들머리에서 현성산까지 1시간 20분, 976봉까지는 2시간 걸린다. 이 976봉까지의 산행이 이번 산행의 골든 코스이다. 어쩌면 976봉을 지나 갈림길에서 독가촌, 마애블 방향의 단축코스를 택하더라도 볼거리와 산행의 참맛을 다 본 코스가 된다.

 

976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육산으로 접어들게 된다. 어려운 코스는 없지만 차츰 고도를 높여가야 하기에 무더운 날씨에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미폭에서 현성산과 금원산까지 반시계 타원형 구간에는 8개의 탈출로가 있기에 자신의 체력에 따라 알맞은 코스를 선택할 수가 있다. 현성산에서 금원산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도저히 체력적으로 안 되겠다 싶으면 중간 탈출로로 하산을 하면 된다. 단지 그 단축코스가 금원산 방향으로 갈수록 길어진다는 점이다.

 

금원산 정상에서 임도 갈림길까지는 1시간 여 걸리고, 이후 유안청 폭포를 지나 금원산산림자원 관리소까지 35분여 정도 걸어 내려오면 산행은 끝이 난다. 공원 매점에서 산림자원 관리소까지는 20여 분 나무데크를 따라 내려와야 하지만, 왼쪽에 전개되는 계곡의 풍경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고 시원함이 엄습해 온다. 대형주차장 가까이 오면 7시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그러나 이대로 몸에 식초 내음을 풍기며 버스에 오를 수는 없는 법. 인근 시원한 계곡에서 알탕이라도 하고 나면 7시간의 산행은 충분하게 보상이 된다.

 

▶미폭에서 암릉을 넘어서 현성산까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의 영향으로 서면에서 덕천 부민병원까지 평소보다 차량이 적은 탓인지 조금 차가 덜 밀리는 것 같다. 관광버스는 메르스로 올 스톱이라고 한다. 다행히 우리는 36명이 한 차에 몸을 실어 2시간 40분 걸려서 미폭 입구에 차를 멈춘다. 도로변이다. 조금더 올라가서 금원산 산림자원관리소가 있는 곳에서 하차를 해서 산행을 할 수도 있지만, 그곳보다는 이 미폭으로 들머리를 잡는 것이 조망이 좋다. 물론 미폭에서 오르게 되면 암릉 위에 설치된 급경사의 나무계단을 올라야 하는 부담감은 있다.

 

미폭 앞에서 단체 인증샷을 하게 된다. 폭포수가 흐르는 모양이 쌀이 흘러내리는 듯 하여 ‘쌀 이는 폭포’ 즉 미폭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미폭의 폭포수는 가뭄에 인정사정없이 말라버렸다. 들머리에서 곧바로 된비알이 시작되더니 조금 위에는 목책 계단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이제는 가파른 슬랩이 나오기에 목책을 만들어 지지대를 설치해 놓았다. 이어 나무계단이 나오는가 싶더니 대슬랩과 나무계단이 교대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행은 뱀꼬리를 물고 오르듯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른다. 비스듬한 암벽에 설치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니 첫 번째 전망바위가 나온다. 그 뒤편의 허옇게 배때기가 드러난 암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컷씩 한다.

 

급경사를 들머리에서 25분여 올라왔기에 숨이 차서 사진을 한 컷 하면서 숨고르기를 한다. 그 전망바위에는 안전 목책이 둘러쳐져 있다. 이제 아래의 상천저수지가 서쪽 발 아래로 보이고, 상천리 논밭도 얼굴을 드러낸다. 날씨가 흐린 탓에 조망이 흐릿하다. 날씨가 맑았으면 조망은 좋을지 모르지만 무더위에 오늘보다 더 땀을 많이 흘리지 않을지. 이제 후미조까지 거의 다 올라온 셈이다.

 

거기서 숲속길을 걸어 올라가면 또다시 가파른 나무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그 위에 오랜 세월 바위 위에서 버티어 온 휘어진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제 북서쪽 뒤편으로 금원산자락이 올려다 보인다. 일행은 그 산자락을 배경으로 한 컷씩 한다. 이번 산행 중에서 이 암릉 코스가 아기자기하다. 이어 올라가게 되면 너럭바위에 돌을 쌓아서 만든 돌탑도 있고,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구멍바위도 만난다. 또 거암이 암반 위에 얹혀있는 것도 있다. 여기는 다른 곳보다 바위의 크기에 압도된다. 게다가 그 암반 위에서 세월을 이겨내려는 소나무들의 몸부림치는 모습이 척박한 세상살이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다.

 

암릉의 능선길에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현성산으로 오를수록 조망이 더 극대화되어 간다. 현성산에 오르면 앉은뱅이 정상석이 흐린 하늘 아래 졸고 있다가 일행의 고함소리에 잠을 깬다. 한 두 사람, 삼삼오오, 또 무더기로 인증샷을 누르며 입이 귀에 걸린다. 정상석 주위가 넓지 않은 관계로 많은 산우들이 자리를 잡기에는 무리다. 얼른 인증샷을 한 산우들은 서문가 바위 위로 올라간다. 서문가 바위(연화봉)는 위에 오를 수가 없기에 옆으로 그대로 통과한다. 서문가 바위에서 976봉으로 가려면 조금 내려간 다음 치고 올라가야 한다. 능선길이지만 흙이 허물어진 곳이 많고, 나무뿌리가 장애물이 되어 조금 신경이 쓰인다.

 

▶원숭이를 찾아서 금원산으로

서문가 바위를 지나 976봉 가기 전 중간쯤의 너럭바위에 산행대장인 붉은노을님이 자리를 잡는다. 이어서 오는 일행은 차례대로 너럭바위 세 곳에 자리를 펼친다. 굳이 식탁보를 펼치지 않아도 너럭바위가 자연 식탁이 된다. 늦어진 점심이라 허기를 느낀다. 갈증이 다소 난 탓에 옆에서 건네주는 차가운 맥주 한 잔이 온몸에 전율이 일게 한다. 점심 도시락에 토종 요굴트(?) 한 잔이면 이보다 더 멋진 천상의 식사는 있겠는가. 거기에 상추쌈까지 곁들이니 천상황제의 식사인 것이다.

 

25분여의 식사시간도 후딱 지나가버리고 일행은 일어서기 바쁘다. 976봉까지 암릉을 헤치고 나아간다. 어떤 곳은 바위가 암릉을 이루고 있으면서 징검다리처럼 되어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모자챙이 같기도 하고 학사모 같은 모양의 바위 모습도 있다. 자연이 만든 작품에 이런저런 주제를 붙여본다.

 

976봉을 지나게 되면 이제 육산이다. 부드러운 흙길과 숲속을 걸을 수 있어서 암봉과는 다른 기분이 들게 된다. 식사 후 40여 분 정도 금원산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전갈이 온다. 피네님을 급하게 찾는다. 어이쿠! 암릉은 잘 올라왔는데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오늘 처음 온 산우의 다리에 경련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백산의 주치의(?)인 피네님이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붉은노을님을 비롯한 선두조는 금원산을 향해서 앞서 간다. 그리고 수정님, 탱탱구리님과 함께 피네님을 기다리며 잠시 쉬고 있는데, 수정님이 주저앉는다. 오른쪽 다리에 경련이 일어난다고 한다. 저런!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날씨가 무덥고 암릉의 나무계단이 많아서 일행 중 누군가 오늘 일(?) 내지 싶은 생각이 그렇지 않아도 들었는데. 수정님은 점심 식사 후 이곳에 오는 도중 다리에 경련이 조금 났다고 한다. 그러나 주물렀더니 괜찮아서 단축코스로 내려가지 않고 A코스로 왔다고 한다. 탱탱구리님이 피네님이 올라오는가 싶어서 되돌아 내려갔다 온다. 조금 있으니 피네님이 올라왔다.

 

작년 5월 광양 백운산 하산 길에 수정님이 다리에 쥐가 나서 효리님이 준 정로환을 아스피린으로 착각해 운해님이 급한 나머지 가지고 뛰어가서 효과(?)를 본 에피소드도 있다. 이제 피네님이 수정님의 다리를 주무르고, 그 위에 사혈침으로 몇 군데 찔려서 피를 흘러나오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스피린도 한 알 먹인다. 10여 분 시간이 흐른다. 어느 정도 걸을만한 하기에 일어서 걷기 시작한다. 등산로는 대체로 완만한 경사이기에 크게 힘든 곳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중간 중간 몇 번씩 토막 휴식을 취한다. 이런 산행에 든든한 주치의(?)가 있다는 것이 큰 다행이다. 안심할 수가 있어서. 그러하기에 수정님도 피네님이 없으면 조금 불안하다고 한다.

 

금원산 정상 200여 미터를 남겨두고 위에서 붉은 노을님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정상에는 윤슬님, 효리님, 한사랑님, 갈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함께 정상 인증샷을 한다. 선두조 일행은 동봉으로 가버렸기에 서둘러 헬기장을 지나 동봉으로 향한다. 금원산의 원숭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금원산의 모산은 남덕유산으로 거기서 가지를 쳐내린 월봉산 능선은 두 가닥으로 갈라진다. 그 중에 오른쪽 수망령쪽 능선 최고봉이 금원산이다. 금원산 정상에서 남동으로 뻗어 내린 능선을 타면 기백산을 만나게 된다. 금원산이란 이름은 이 산에 살고 있는 금빛 원숭이가 너무나 날뛰어 한 도승이 그 원숭이를 바위 속에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동봉의 인증샷, 잊지 못할 감동의 추억거리~하산은 짧고 굵게

헬기장 동쪽 봉우리에서 일행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단체 사진을 찍는다고 동봉에 한 덩어리로 앉아있다. 후미조들은 급히 달려 올라가 함께 사진을 찍는다. 우리를 위해 기다려 준 일행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에 찡한 감동이 인다. 하산길에 뿔뿔이 흩어져 먼저 하산을 하였더라면 이런 감동은 없었을 것이다. ‘늘 함께’라는 구호 아래 한 덩어리로 일사불란하게 뭉칠 수 있으니 더 큰 기쁨이요 행복이다. 후미의 사정을 헤아려 기다려 준 산행대장 붉은 노을님의 마음씀씀이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더 감동적인 것은 A조 모두 이렇게 기다려서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동봉에서의 하산길은 많이 가파르다. 바닥은 마사토로 되어 있어서 매우 미끄럽다. 동봉에서 임도까지는 50분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높이에 비해서 빨리 하산을 한 셈이다. 임도 갈림길에서 임도 포장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남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15분 정도 걸러내려 오니 유안청 1폭포에 다다른다. 수량이 적어서 폭포가 웅장하지는 않지만 그 옛날 선비들이 풍광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노닐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유안청 1폭포에서 10분 정도 내려가면 공원의 매점이 나온다. 매점가기까지 계곡의 암반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맑은 물과 경치에 탄성을 자아나게 한다. ‘아 저곳에 발을 담그고 놀았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매점을 지나 금원산 산림자원관리소까지 20여분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왼쪽에 전개되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옛날 이 고장의 선비들이 이곳에서 사계절을 보내었던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지루한 도로를 따라 내려가지만 계곡의 바위와 계곡물이 어느 정도 마음을 달래준다. 이 쉰 냄새나는 몸으로 버스에 오를 수 없기에 관리소 부근의 계곡에서 알탕을 한다. 수량도 풍부하고 인적이 없어서 가벼운 알탕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번 산행에 10명이 단축 B코스, 나머지 26명이 A코스를 타원형의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서 내려 왔다. 점심까지의 암릉 산행, 그 이후의 육산 산행. 의기투합하여 우정을 함께 나눈 오랫동안 기억될 산행이었다.

 

교육 철학자로서 유명한 존 듀이(John Dewey)의 90세 되는 생일잔치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그들은 한 마디씩 축하 메시지를 그에게 전했다. 그런데 한 젊은 의사는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연로하신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정열을 가지고 삶을 사시는지… 그 비결은 어디에 있습니까?”

“비결? 나는 산에 오른다네. 자네도 산에 한번 올라 보게나.”

“산에는 왜 오르십니까?”

“나는 또 다른 산을 보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네.”

 

우리가 산행을 하는 것은 존 듀이의 말처럼 다른 산을 보기 위해서 오르지 않느냐고 생각된다. 그러나 백산에서의 산행은 산우와의 행복과 기쁨의 시간을 나누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결코 혼자와도, 그리고 처음이라고 해도 황량한 벌판에 내버려 두지 않은 ‘함께’ 하는 산행. 그가 쓰려져도 일으켜 세워 함께 하는 산행. 그게 백산의 산행 전통이다. 그러하기에 ‘산이 좋다. 사람이 좋다. 백산이 좋다!’고 외치는 것이다. 외로이 와도 산행 후에는 친구가 되어 있는.....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