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천성산 하늘릿지, 원적봉 번개 산행기 ◈(2015. 6. 20. 토)|

부산갈매기88 2015. 6. 24. 15:13

◎산행지: 천성산 하늘릿지~ 원적봉(807m)

◉산행일시: 2015. 6. 20. 토. 흐림 후 비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13명(은수, 현진, 수희, 가연, 팅커벨, 일식, 새콤달콤, 효리, 한사랑, 캡틴, 운해, 앞마당,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양산 천성리버타운~백동마을~원적암~혈수폭포~법수원 입구~하늘릿지~원적봉~철쭉군락지 표지석~은수고개~무지개산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09:48 양산 덕계 천성리버타운

   10:26 원적암 입구 표지석

   10:31 원적암

   10:40 혈수폭포

   11:43 활선선원(법수원) 입구

   11:57 암벽 외줄

   13:19 하늘릿지 식사(중식 30분)

   14:04 원적봉(807m)

   14:24 철쭉군락지 표지석

   14:42 은수고개

   16:00 무지개산장

 

★산행 시간: 6시간 12분(중식 30분, 기타 휴식 1시간 42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산행거리: 8.12km(GPS)

◎교통편: 노포동역까지 지하철 1호선 이용

             노포동역에서 1002번 좌석버스 이용

 

▶산행 tip: 이번 번개산행의 처음 계획은 천성리버타운에서 출발하여 원적암~활선선원(법수원) 계곡~잔치봉~원적봉~은수고개~무지개폭포~무지개산장이었다. 그러나 번개처럼 나타난 앞마당님과 한사랑님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서 하늘릿지의 암봉을 오르는 산행으로 방향이 수정되었다. 백산인의 실력이라면 충분하게 하늘릿지를 오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부산 산우님들도 하늘릿지가 도대체 어디에 붙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다. 정말 하늘릿지가 좋은데 무엇으로 설명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늘릿지는 미타암으로 올라가서 법수원 입구 쪽으로 접근을 하면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우리는 원적암 뒤편의 혈수폭포에서 곧바로 계곡치기를 하여 법수원 입구 쪽으로 올라갔다. 그런 다음 활선선원(법수원) 입구 위쪽의 등로를 따라 올라가게 되면 4미터 정도의 직벽 외줄타기 코스가 나온다. 거기서부터 하늘릿지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코스가 시작된다. 하늘릿지에서는 암봉을 타고 오르고 조망과 사진찍기 등을 합쳐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점심식사 후 원적봉을 올라 인증샷을 하고 은수고개를 거쳐 무지개산장으로 내려오는데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원적암에서 무지개산장까지는 5시간 반 정도 걸리지만, 순수한 산행시간은 4시간 남짓이다.

 

하늘릿지의 여섯 암봉 중에 암봉 위에 오를 수 있는 곳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 암봉에 오르고 함께 웃고 즐기는 시간이 많았기에 전체 산행시간은 길어지게 된다. 부산 경남의 산악인이라면 꼭 오르고 싶은 곳이 하늘릿지다. 환상적인 하늘릿지에 에너지 넘치는 도전을 해 볼만 하다.

 

 

▶번개는 번개같이, 생고생도 즐겁게

번개산행은 부담감이 적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걷다가 의기투합이 되면 방향을 바꿀 수가 있어서 좋다. 번개처럼 나타난 캡틴님이 며칠 전 원양선을 내려서 오늘 노포동으로 달려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천성리버타운에서 버스를 내려 버스정류소 부근의 양귀비 꽃밭에서 모델 놀이를 하고 있는데, 앞마당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1002번 버스는 두구동을 지나가고 있다고. 그리고 한사랑님은 운해님, 효리님, 가연님 등은 덕계 경보아파트 부근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택시를 타고 온다고 운해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우리 일행은 천성리버타운을 출발하여 백동마을을 지나 돌마루 식당 아래의 삼거리까지 걸어 올라간다. 그 중간쯤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운해님을 만난다. 백동소류지 입구에 합류를 해서 산행채비를 한다. 그리고 앞마당님에게 전화를 하니 이제 막 천성리버타운에 하차를 한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바로 달려오라고 부탁해둔다. 산행준비를 거의 다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앞마당님이 ‘짠!’ 하고 나타난다. 반가움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단체 인증샷을 함께 한다. 그리고 한사랑님이 산행코스를 하늘릿지로 오르자고 추천을 한다. 덧붙여 앞마당님까지 천성산에서 최고로 경치가 좋은 암봉이라고 거든다. 그래서 하늘릿지로 오르기로 결정한다. 다만 2년 전 여름부터 법수원 경내의 출입이 통제되었는데, 두 사람은 그것을 잘 모르고 있지는 않을까.

 

일단 원적암으로 가서 암자 왼쪽의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암자 뒤편으로 조금 가면 완만하게 경사가 시작된다. 혈수폭포까지는 10분 채 걸리지 않게 되는데, 혈수폭포를 구경할 겸 해서 개울로 내려선다. 개울은 오랜 가뭄으로 말미암아 수량이 많지가 않다. 누군가 과일을 꺼내는 바람에 과일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그때 앞마당님이 하늘릿지를 법수원 경내로 해서 오르는 계획을 얘기하기에 2년 전에 활선선원(법수원) 경내는 펜스로 둘러쳐져 출입이 통제되었다고 하니까 방향을 수정하기로 한다. 법수원 계곡으로 올라가 하늘릿지를 조망할 수 없기에, 하는 수 없이 혈수폭포 상단에서 바로 법수원 입구 쪽까지 계곡을 바로 치고 올라가기로 한다. 계곡치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올라가니 처음 50여 미터 정도 등산로가 나 있었지만 그 이후는 희미해지고 길이 사라져버린다. 아마 앞서 많은 산꾼들이 여기서 방황한 흔적임을 직감한다.

 

혈수폭포에서 왼쪽으로 오를까 오른쪽으로 오를까 고민을 하다가 오른쪽의 발걸음이 선명한 등산로를 따라 앞마당님이 앞장서서 오른다. 그러나 이내 낙엽 속에 등산로는 없어져버리고 계곡을 치고 30여 분을 올라간다. 앞서 다른 산꾼들이 지나간 흔적이 있는 듯 하지만 낙엽이 깔려있고 그 밑에 작은 돌을 밟아 움직일 때면 ‘어!’하는 소리가 저절로 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즐겁게 불평하지 않고 오르는 여자 회원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이왕 오르기로 한 이상 순응하면서 도전을 하는 모습이 이쁘다. 그런 모습은 백산 산우들의 끈끈한 믿음의 바탕 위에 신뢰하기에 가능하리라. 어떤 곳은 낙엽 속에 발이 푹푹 빠지는 곳도 있다. 급경사의 비탈이라 급한 나머지 옆의 나무를 잡았는데 그게 썩은 나무뿌리라 통째로 빠지는 바람에 허탈해서 쓴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한다. 또 그렇게 해서 한바탕 골짜기를 메우는 웃음소리가 피어난다. 뭐 고생을 해도 즐겁고 신이 나니 고생이랄 것도 없다. 거금을 손에 쥐어주며 억지로 하라고 하면 하겠는가. 마음에 신바람이 나기에 생고생도 즐거운 것이다.

 

30여 분을 그렇게 계곡치기를 하고 올라가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왔기에 선두에서 털석 주저앉는다. 모여 과일로 요기를 해 본다. 혼자라면 맥이 빠지겠지만, 여럿이 있으니 즐겁다. 마음이 평안하다.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생을 좀 하고 올라왔기에 누군가 한 마디 한다. “하늘릿지 안 좋아 봐라, 가만히 안 있을끼다!”

 

또 거기서 25분여를 활선선원(법수원) 입구 쪽으로 계속 치고 올라간다. 앞마당님은 GPS를 켜서 위치확인을 하면서 오르고 있다. 잡목들이 여기저기 앞을 가로막는다. 경사는 더욱 가팔라지고, 푹신한 부엽토라 발은 미끄러진다. 간신히 옆의 나무를 지지하며 몸을 가누어본다. 앞에 가던 선두조가 길이 나왔다고 큰 소리로 외친다. 법수원 입구로 가는 등산로를 찾은 것이다. 인생은 앞서간 선배의 길을 따라가야 수월하지만 자신이 길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 인생 진리를 깨우친 시간이다. 모두 그 등산로에 퍼질고 앉는다. 혈수폭포에서 여기까지 거의 1시간을 걸려 올라 온 것이다. 물 한모금 마시고 과일 한 조각을 먹으며 함께 웃음을 날리면 피로는 이내 도망을 간다. 그래서 힘과 용기가 생긴다.

 

 

▶하늘릿지는 이런 것이여!

어둠 속에 헤매인 자 빛을 찾으니 자유인이 되듯 길도 없는 급경사의 비탈길을 올라와 길을 찾으니 엉덩이춤이 저절로 나온다. 활선선원(법수원) 입구는 아예 출입을 못한다는 경고판이 바닥에 붙어있다. 하는 수 없이 법수원 위의 새로운 등산로를 따라 하늘릿지로 접근을 한다. 10여 분 진행하여 오르니 앞에 3~4미터의 암벽이 턱 하니 버티고 서 있다. 그리고 그 암벽에는 낡은 밧줄 하나가 걸려 있다. 그 밧줄은 발돋움을 해야 잡을 수 있다. 좀 날렵한 가연님이 앞장서서 먼저 암벽을 타고 오른다. 그리고 이어서 운해님이 일단 올라서 상황 판단을 해본다. 세 번째로 올라선 팅커벨님 밧줄을 잡고 오르긴 했지만, 중간쯤에 오두커니 오도가도 못하고 발걸음을 떼지를 못한다. 이에 일식님 기사도를 발휘하여 밧줄을 잡고 올라선다. 그런데 갑자기 뚝 하는 소리가 함께 나를 밀치고 아래로 떨어졌다. 어이쿠! 순간 모두 얼굴이 굳어졌다. 혹시나 다친 것은 아닌지. 엉덩이를 툴툴 털고 일어서는 일식님의 모습을 보고 모두 안심을 한다. 위에 있던 운해님이 다시 밧줄을 잇대어 묶는다. 다시 암벽타기는 활기를 띤다. 차례로 한 사람씩 다시 오른다. 하늘릿지의 첫관문 행사치고는 너무 마음을 졸이게 한다. 이 밧줄은 오랜 세월 햇빛과 비에 노출되어 삭은 데다 바위에 쓸리어 닳아서 마모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 하늘릿지의 맨 아래쪽 암봉을 오르기 위해서 암벽 사이를 타고 올라간다. 암봉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일행은 웃음을 피운다. 그리고 오금을 저려가며 여자회원들은 암봉 위에 올라선다. 이 순간의 즐거움이 얼굴에 드러난다. 암봉을 오를수록 자신감이 생겨난다. 두 팔을 벌려 독수리 날개짓을 해 본다. 인간 독수리가 되어본다. 얼굴에 화사함이 피어난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암봉에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긴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서 다소 여유가 넘친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배가 출출하다. 암벽을 타고 오른다고 긴장을 했더니 빨리 배가 끄진 데다 웃다 보니 더 빨리 배가 고파진다.

 

하늘릿지 6개의 암봉을 거의 다 올라와서 편평한 장소에 자리를 잡아서 식사를 한다. 산 아래로 안개가 자욱이 끼기 시작한다. 날씨만 좋으면 하늘릿지 아래의 논밭과 집들이 멋지게 보일 텐데. 흐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점심을 다 먹을 때까지 비가 참아 주더니 거의 끝날 무렵에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재빨리 비옷을 꺼내고 우산을 쓴다고 부산하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진다. 여기서 15분여 만 올라가면 잔치봉이다. 그런데 안개가 끼고 비가 오니 잔치봉은 생략하고 원적봉으로 바로 간다.

 

 

▶안개가 끼고 비가 와도 좋아!

원적봉(807m)은 안개가 자욱하여 옆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왔다간 추억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어깨를 맞대다. 오늘 원적봉을 오르고 가니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땅에 사는 동안 고민하지 않고 살 수가 있을까. 성직자도 번뇌를 하거늘. 인간인 이상 그 번뇌에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날마다 기도를 하고 사는 것도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자유의지를 찾고자 하는 바램이 아닐까. 안개 속에 사는 삶이기에 날마다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울부짖는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기에 안개가 끼든 비가 오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주어진 이 시간을 최고의 삶으로 승화시키며 즐거워하면 되기에. 이 시간만큼은 보다 자유스러워지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에 예속되지 않고, 오로지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자연에 안기고 싶은 것이다. 자욱한 안개 속에 마음은 더욱 차분해진다. 철쭉 군락지의 표지석 앞에서 단체 사진을 몇 컷 한다. 그리고 은수고개를 반환점으로 무지개 산장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산꾼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영골은 깊어서 많이 걸어내려 가야 한다.

 

무지개폭포를 보려고 했으나 그것을 보고 오려면 시간이 지체되고 냇물의 수량이 부족한 관계로 다음으로 미룬다. 숙제를 하나 남겨둔다. 산행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하늘릿지를 오른다고 용을 많이 썼다.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것 같다. 모두 오늘 산행에 만족감을 표한다. 6시간 남짓 8.12km를 걸었다. 무지개 산장 옆 계곡에서 얼굴을 씻는다. 그때 운해님의 폰으로 무지개 폭포 버스 정류소 옆의 평상에 막걸리를 시켜놓고 블루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후다닥 씻고서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블루님이 평상 위에 파전과 막걸리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 반가운 얼굴이기에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소란스러운 인사가 끝나고 뒤풀이 파티가 벌어진다. 오전 산행하기 전에 캡틴님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그 사람이 블루님이었던 것이다. 하산 지점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갑다. 백산 산행에서 블루님과 몇 번 산행을 하지 않았지만, 정기산행 뒤풀이에서 두어 번 자리를 함께 한 것 같다. 앞으로도 2, 4주 토요일은 시간이 안 나기에 1, 3주 번개만이라도 참석하겠다고 당부를 한다. 오늘 산행 얘기를 하면서 웃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 40분만에 한 대씩 있는 버스는 한 대가 왔다가고 또 한 대가 올 시간이 되어서 마무리를 짓는다. 오랜만에 만난 블루님은 덕계시장에서 맥주 한 잔을 더 하자고 간청을 하지만, 우리 일행은 동래역 부근으로 옮겨간다. 젊은이들이 오는 시끌벅적한 장소로 옮겨서 마음이나 조금 젊어지려고 함께 한다. 한사랑님 차로 올 때 오던 대로 운해님, 가연님, 효리님이 화명동으로 귀가하는데, 우리 일행들이 아쉬워 운해님을 부른다. 그래서 운해님은 가연님과 함께 동래역으로 달려와 주었다. 뒤풀이에서 우정의 시간을 나눈다.

 

한 주일 살 때는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는데, 이 시간은 우리 자신의 얘기로 꽃을 피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동래역 부근의 뒤풀이에 앞마당님이 거하게 쏘았다. 번개처럼 달려왔다가 저녁에는 다소 느긋하게 삶을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인생사 긴장의 연속이기에 늘 스트레스 속에 살아간다. 그 스트레스 해소가 함께 땀을 흘리고 고생한 산우들과 이 한 잔의 술, 또 수다로 해갈되어지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매주 백산을 향해 눈을 돌려본다.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다스려 생활의 활력을 찾는 원동력이 바로 백산이기에. 마치 자석에 끌리듯 백산에 끌리는 것이다. 이미 우리의 마음은 또 정기산행의 시원한 계곡의 바위 위에 올려져 있다. 가족 같은 얼굴이 그리워지기에.....

 

 

♣산행지도: 부산일보 산행지도이나 코스는 꼭 일치하지 않으므로 지형만 참조바람.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