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62차 산청 왕산, 필봉산 산행기 ◈(2015. 6. 27)

부산갈매기88 2015. 7. 6. 08:11

◎산행지: 산청 왕산(923.2m), 필봉산(858m)

★산행일시: 2015. 6. 27.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5명(솔뫼, 혜영, 동무, 붉은 노을, 홍종태, 수정, 산들바람, 송향, 탱탱구리, 수니, 효리, 슬로우 부부, 성환, 은수, 새콤달콤, 팅커벨, 양규, 현진, 조휘제, 갈바람, 해월정, 수희, 한사랑, 흔적, 청림, 가연, 윤슬, 동방, 청파, 태영, 만복, 영원한 부산, 산하, 즐거운 산행, 앞마당,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주차장~구형왕릉~류의태 약수터~망경대~망바위~왕산~여우재~필봉산~동의본가 구름다리~특리교

 

◔시간대별 산행코스:

  10:13 주차장 도착

  10:25 산행시작

  10:30 구형왕릉

  10:46 임도(포장도로)

  11:03 류의태 약수터

  11:42 망경대

  11:58 이정표 갈림길(왕산 1.5km/류의태 약수터 2.5km)

  12:21 망바위

  12:35 소왕산(가짜 왕산 905.8m)

  12:45 큰 소나무 쉼터(중식 30분)

  13:31 왕산(923.2m)

  14:02 여우재

  14:14 필봉산(858m)

  15:01 이정표 갈림길(동의본가 1.7km/ 왕산 1.89km)

  15:40 동의본가 구름다리

  15:43 특리교

 

★산행 시간(후미기준): 5시간 18분(중식 30분, 기타 휴식 39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9분>

◍산행거리: 8.50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 백산전용버스

 

▶산행 tip: 이번 산행은 가락국과 고려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왕산(923.2m)과 필봉산(858m)이다. 여름 산행은 조망과 계곡이 없는 곳이라면 소(앙코)가 없는 찐빵이다. 다행히 이 코스는 산등성이에서의 조망과 하산 후 알탕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최적이다. 전체적으로 산의 오름도 완만하여서 무더운 날씨에도 여유가 있는 5시간 남짓 8.5km의 산행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우선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부근의 돌무기로 된 구형왕릉을 머리도 식힐 겸 해서 보너스로 관람을 한다. 그런 후 되돌아 나와서 류의태 약수터로 향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도 5~6분 정도면 곧바로 임도가 나오게 된다. 그 임도를 따라 15분여를 가게 되면 류의태 약수터를 만나게 된다. 포장 임도를 따라가는 것이 산꾼으로서 조금 부담스럽다.

 

류의태 약수터에서 약수 한 사발을 떠서 마신다. 약수는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콸콸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이게 진짜 약수가 맞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약수터를 지나고 나서부터 망경대까지는 산자락을 왼쪽으로 휘감아 돌아가야 한다. 트레킹 코스 같은 기분이 되는 등산로다. 습도와 기온이 다소 높은 관계로 육수가 줄줄 흐르게 된다. 류의태 약수터에서 망경대까지의 40분은 날씬한 소나무 숲을 따라 여유 있게 편하게 걷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거기서 15여 분 완만한 경사를 올라가게 되면 이정표(왕산 1.5km/류의태 약수터 2.5km)를 만나게 된다.

 

이후 수풀이 우거진 등산로를 치고 올라가게 되면 고려 공양왕 때 예의판서를 지낸 민안부의 혼이 어린 망경대를 보게 된다. 태조 이성계의 조선건국을 반대한 72인 유신의 한 사람으로 충절을 지키며 이곳에 은둔생활을 했다. 그는 여기 망경대에 올라 초하루와 보름에 송경(고려 수도)를 바라보며 절을 하며 의리와 절개를 지켰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분의 혼이 어린 망경대의 바위 위에서 혼을 달래본다. 요즘의 정치세태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판국에 그런 인물이 이 세대에도 있어야 할 텐데.

 

거기서부터 망바위까지는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망바위에 가까이 가게 되면 목책계단이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이 산행코스 중에서 조금 힘든 구간이다. 하지만 그 망바위에 올라서게 되면 시원한 바람이 보상을 해준다. 멀리 서쪽으로 필봉산이 보이고, 북동쪽으로 감악산(945m), 그리고 동쪽으로 황매산자락이 보인다. 그리고 전망바위 아래의 전망 데크에서 동의보감촌의 전경을 살짝 내려다 볼 수 있다. 여기 망바위에서부터는 능선 산행이라 신바람이 나기 시작하게 된다. 여기까지 날씨가 조금 무더운 탓에 숙이님이 조금 힘들게 붉은 노을님과 올라온다. 코스가 조금 짧다고 동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함께 동행하지 않으면 미리 마음에 부담을 느껴 백산 정기산행을 단념하게 된다. 그렇게 도전을 하고 또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다.

 

망바위의 능선길을 따라 10여 분을 가게 되면 소왕산(가짜 왕산 905.8m)을 만난다. 일행은 바위 틈새에 시멘트를 바르고 세운 소왕산의 표지석 위에 올라가 인증샷을 찍는다고 부산하다. 소왕산 정상에서 개인 인증샷이 끝나기가 무섭게 큰 소나무 쉼터 쪽으로 달려간다.

 

때가 점심시간인지라. 큰 소나무가 있는 너른 쉼터에 일행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는다. 다행히 큰 소나무가 있는 곳에는 소나무를 두른 원형평상이 만들어져 있어서 그 위에서 10여 명이 식사를 한다. 그리고 다른 일행은 그 옆의 너른 빈터 위에 한 줄로 식탁보를 펼친다. 사방팔방으로 트여 있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상쾌하다. 도시락을 펼치기가 무섭게 일행이 막걸리 한 컵을 들이민다. 사방으로 뻗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필봉산이 정취가 멋지다. 옛 선인들도 여기에 올라서 필봉산을 바라보고, 또 먼 산의 마루금을 조망하면서 시 한수를 읊고, 가지고 온 막걸리 한 사발을 하지 않았을까. 행복이란 과거의 시제도 아니고 미래의 시제도 아닌 현재이기에 바로 옆에 있는 일행과의 교감이 즐겁다. 그렇다고 행복이란 거창하게 큰 것도 아니고 마음의 평화와 마음의 만족이 넘쳐흐른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에도 감사하고, 옆에 있는 산우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니 또한 감사하고. 그래서 행복한 감사의 샘은 솟구친다. 그게 웃음으로 나타나고 미소로 피어난다.

 

큰 소나무 쉼터에서 식사를 끝낸 후 그 소나무와 필봉산을 배경을 한 순간을 잡아둔다. 앞으로 또다시 이곳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없기에. 왔다간 영역 표시를 사진에 남긴다. 그 소나무는 팔을 벌려 산우들의 몸부림을 다 받아내고 있다. 멀리 바라보이는 필봉산의 암봉이 뭉툭한 붓끝으로 다가온다. 인생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기에 오늘 이 시간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향해가는 산우들과의 시간이 즐거운 것이다.

 

식사 후 능선의 수풀 사이를 따라 10여 분 가게 되면 왕산이 나타난다. 능선길 주위의 수풀에서 여자회원들이 고사리를 꺾는다고 연신 허리를 굽혀본다. 왕산의 검은 대리석 위의 글자가 조금 위엄있게 다가온다. 왕자가 들어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개인 인증샷을 찍기에 요란스럽다. 왕산을 지나 여우재까지는 바위투성이의 하산길을 따라 30여 분을 가야 한다. 왕산 바로 뒤편에 있는 전망바위에 서니 필봉산자락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어찌 그 순간을 놓칠 수가 있겠는가. 자연과 우리가 하나가 되어 본다. 그 속에 우리가 담긴다.

 

왕산에서 뒤에 따라오던 한사랑님이 소나무에 초록색으로 달린 소나무 열매에 눈이 가게 되어 열매를 따기 시작한다. 그것으로 술을 담그려고. 그래서 옆에 있던 팅커벨님, 새콤달콤님, 그리고 탱탱구리님까지 거들어서 열매를 딴다고 정신이 없다. 여우재에 앞서간 선두조가 사진을 찍으며 행복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산등성이를 타고 전해져 온다. 거기에 운해님이 후미조를 기다리고 있다가 여우재에서 한 컷의 추억앨범을 만들어준다. 기다려주고 배려해주는 그 마음에 백산의 식구가 늘어나고 어우러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치 제비가 집 처마 밑의 새끼에게 줄 먹이를 물고 되돌아오듯 우리 백산의 산우들은 다음 산행에 친구를 데리고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이 누리는 행복을 그 친구에게도 나누어 주고 싶어서.

 

여우재에서 필봉산까지는 300미터이다. 약간 경사진 오르막을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게 된다. 앞서 필봉산에 오른 산우들의 환호가 요란스럽다. 북쪽에 세워져 있는 필봉산 정상석에서 산우들의 몸놀림이 부산하다. 정상의 인증샷은 산꾼에게 가장 중요하기에. 그리고 정상 남서쪽의 뾰족한 촛대바위에 올라서서 산 아래를 배경삼아 인간새가 되어 본다. 두 팔을 펼치고 환호성을 질러본다. 세상이 내 안에 들어온다. 필봉산의 기운이 내 가슴에 끓어오른다. 내 안에 묵혀 두었던 찌꺼기가 털리는 기분이 든다. 함께 웃음꽃을 피우고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바위에 앉아보니 별유천지라. 어찌 도심 한 복판에서는 이런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겠는가.

 

필봉산에 둘러싸이는 안개를 헤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에 전망바위를 서너 곳 만나기는 하나 안개에 휩싸이어 사방을 분간할 수 없으니 옹기종기 모여 남은 과일만 뒤적거려 본다. 친구 따라서 강남 간다고 하지만, 마음 맞는 산우 따라서 산행을 하고 스트레스는 안개 속에 묻혀버리니 이 시간이 인생에서 최고 행복한 시간이다. 안개는 점차 더 짙어 가고 우리의 우정 또한 더 깊어간다. 땀을 흘리고 마음을 열고, 새소리에 더욱 자연의 울림을 듣게 되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다. 길가에 피어있는 꽃 한송이에도 마음이 일렁거리는 시간이 된다. 수풀과 꽃들이 피어있는 하산로를 따라 내려오다 일행은 또 꽃의 향연에 빠져본다. 함께 어우러짐이 기쁨이요 즐거움이다.

 

어느 덧 웃고 즐기는 가운데 동의 보감촌에 다다른다. 그 구름다리에서 일행은 발을 굴러 다리를 출렁거려본다. 어릴 적의 장난기가 발동을 한다. 이제 열기를 빗방울이 식혀준다. 이슬비가 하산을 축하해준다. 특리교 부근으로 내려간다. 일행은 계곡으로 내려가 달궈진 몸을 시원한 물에 담근다. 쌓여진 피로가 다 날아간다. 오늘 함께 한 우정을 계곡에서 마무리한다. 땀과 눈물, 불순물을 씻어낸다. 우정이란 상대에 대한 깊은 열정과 사랑이 함께 하기에 빛을 발한다.

 

동의보감촌 안은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밖의 조형물을 버스로 한 바퀴 돌아 구경을 하고 단성으로 향한다. 내 고향 단성이지만 고향의 품은 늘 푸근하다. 구수한 사투리에 정감이 가고 그 인정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고향. 오늘도 그 집으로 달려간다. 우리 백산도 참 의리가 있다. 그 집을 단골로 정했으면 줄기차게 달려가니까. 여기까지 하루의 멋진 시간을 함께 보냈으니 따뜻한 밥에 한 사발의 막걸리로 우정의 건배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누라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르겠지만, 우리 백산의 우정은 나날이 더 뜨거워져 간다. 손에 손을 맞잡고 산을 넘어가노라면 인생 후반전의 멋진 우정은 산 정상에서 피어날 것이다. 산은 많다. 그러나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행복과 기쁨의 맛과 깊이가 다르기에.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