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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밤새 뒤척이는 이유… 근심 아닌 멜라토닌 때문

부산갈매기88 2016. 1. 14. 06:50

불면증 해마다 증가세
환자 68%가 50대 이상… 노화로 멜라토닌 분비 줄어
수면제 부작용 걱정된다면 멜라토닌 보충제 도움

나이가 들면 잠이 준다. 자리에 누워도 잠 드는 게 어렵고, 일찍 깬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자주 뒤척이게 돼 깨도 개운하지 않다. 이 모든 게 불면증 증상이다. 단순히 잠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만이 아니다. 잠의 질도 떨어진다. 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허경 교수는 "나이가 들면 수면시간과 상관 없이 잠을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낮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나이 들면 '깊은 잠' 어려워져

지난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7만9876명으로 2011년(21만3887명)에 비해 3년새 6만6000여 명 늘었다. 이 중 50대 이상 환자가 68%나 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수면은 잠이 들락말락한 1단계부터 깊은 잠에 빠지는 3단계까지 진행된 후 렘(REM)수면 단계에 이른다. 수면이 진행될수록 뇌세포 활동은 물론 호흡, 심장박동이 줄고 체온도 조금 내려간다. 그러다 렘수면에 이르면 뇌가 각성상태가 돼 꿈을 꾸게 된다. 허 교수는 "렘수면 단계에서 뇌의 전두엽은 낮에 깨어 있을 때 만큼의 에너지를 쓴다"며 "정상적인 수면을 한다면 이런 과정이 하룻밤 새에 5~6번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깊은 잠에 이르지 못하고 1~2단계의 얕은 잠 상태가 늘어난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이후 단계인 렘수면에 도달하기도 어려워진다. 허경 교수는 "20대는 깊은 수면이 20%, 렘수면이 30% 정도 차지하지만 60대는 깊은 수면이 2%, 렘수면은 20% 정도로 깊은 잠이 크게 줄어든다"며 "깊은 잠을 못 자면 기억력,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을 비롯해 소화기계, 순환기계, 면역계의 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 불면증이 생기기 쉽다.
 ◇중장년층 멜라토닌 양, 젊은이 절반 이하

나이가 들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뇌의 노화로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수면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은 잠자기 2시간 전쯤부터 분비량이 늘기 시작해 자정을 지나 새벽에 이를 때까지 고농도를 유지하다 해가 뜨면 급격히 분비량이 줄어든다.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뇌의 송과체가 나이가 들어 퇴화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게 된다. 51~65세의 멜라토닌 최고 분비량은 20~35세의 절반에 불과하고, 65세 이상은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불면증 자가진단표
◇중장년 불면증, 멜라토닌 보충으로 효과

불면증이 심하면 뇌의 수면중추를 자극하는 수면제 복용을 고려해본다. 그러나 이런 약은 중추신경에 직접 작용하다 보니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낮에 무기력하거나, 술에 취한 것 같은 중독의 우려가 있다. 이런 부작용은 중장년층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 나이가 들수록 신진대사능력, 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효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단순히 나이 때문에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잠을 쉽게 못 자는 중장년층이라면 멜라토닌을 보충해주는 것만으로도 잠을 충분히 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허 교수는 "중추신경에 직접 작용하는 기존 수면제보다 수면 효과는 적지만 사람에게 원래 있던 것을 보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멜라토닌을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제품은 혈중 멜라토닌 농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금방 줄어들어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2014년 우리나라에 선보인 '서카딘'은 멜라토닌 제제지만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 오래 지속돼 실제 멜라토닌이 방출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처방전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조선일보. 2016.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