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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 넬슨 덴마크 윌리엄 디만트 그룹 회장: “덴마크인, 한국인보다 절반 일하고 생산성은 두배”

부산갈매기88 2018. 7. 4. 06:58

소렌 넬슨(Søren Nielsen) 덴마크공과대(DTU) 산업공학 석사, 윌리엄 디만트 최고운영책임자(COO), 젠하이저 커뮤니케이션 이사(현)

소렌 넬슨(Søren Nielsen) 덴마크공과대(DTU) 산업공학 석사, 윌리엄 디만트 최고운영책임자(COO), 젠하이저 커뮤니케이션 이사(현)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다면 유능한 직원이 되기 어렵습니다.”

덴마크의 인구는 578만2000여 명(2018년 1분기·덴마크 통계청)으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6444달러(세계 9위·IMF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덴마크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9점,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지수는 9.0을 기록했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 3.8, 워라밸 지수 4.7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워라밸 지수는 장시간 근무하는 노동자 비율과 하루 중 자기 관리와 여가에 활용하는 시간의 두 지표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10에 가까울수록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뜻이다. OECD 회원국 중 워라밸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9.3)였고 덴마크와 프랑스(8.9)가 뒤를 이었다.

 

덴마크의 연간 근로시간은 1410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짧지만, 1인당 노동 생산성은 시간당 63.4달러(약 7만1000원)로 5위다. 반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52시간으로 덴마크보다 642시간 길었지만, 1인당 노동 생산성은 시간당 33.1달러로 절반에 불과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에 본사를 둔 청각 전문기업 윌리엄 디만트의 소렌 넬슨 회장은 “가정과 사회에서 행복한 직원이 업무 몰입도가 높다”는 말로 덴마크의 짧은 근로시간과 높은 노동 생산성을 설명했다.

 

윌리엄 디만트는 ‘오티콘’이라는 보청기 브랜드로 잘 알려진 113년 전통의 글로벌 청각 전문 기업이다. 보청기 외에도 청각 진단 장비와 인공 와우(蝸牛·달팽이관) 등 청각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해 있다. 2016년 매출은 120억200만덴마크크로네(약 2조616억원), 순이익은 약 2600억원에 달했다.

 

넬슨 회장은 덴마크공과대(DTU) 산업공학 석사과정 재학 중이던 1994년 인턴으로 윌리엄 디만트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정식 직원으로 입사해 22년 만인 지난해 4월 회장 겸 CEO에 취임했다. 넬슨 회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덴마크 기업이 짧은 근무시간에도 성과가 높은 비결이 뭔가.
“근무시간은 짧지만 그만큼 집중해서 일하는 데다 필요할 경우 스스로 판단해 업무를 보충한다. 덴마크의 법정 근로시간은 37시간이다. 기업 대부분이 유연근무제를 채택하고 있어 획일적으로 근무시간을 규정하긴 어렵지만 보통 오전 8시 30분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4시 전후 마친다.

어린이집이 오후 4시나 4시 반에 끝나기 때문에 오후 4~5시에 대부분 퇴근한다.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경우에도 6시를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업무시간만큼은 온전히 일에만 쏟아붓는 편이다. 업무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면 점심시간은 통상 30분에 불과해 간단한 샌드위치를 집에서 가지고 와서 책상에서 일하면서 먹는 경우가 많다.”

 

더 오랜 시간 일하는 다른 나라의 기업에 뒤질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나.
“효율성은 근무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업무량도 중요하지만 업무와 회사에 대해 직원들이 애착을 갖게 하는 일 또한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경영자의 중요한 임무이다. 행복한 얼굴로 회사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 생산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단기간에 이룰 수는 없는 목표다.”

 

근무시간에 일에만 몰입하면 분위기가 삭막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편안하면서도 집중도 높은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가끔 직원들끼리 웃고 떠들며 농담도 주고받지만 일할 때는 진지하게 업무에 임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중요한 건 직원들 각자가 맡은 업무를 예정된 일정에 맞춰 끝내는 것이다. 사정상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퇴근 후 집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는 한 사무실 근무를 강요하지 않고 자율에 맡길 뿐이다.”

 

직원 평가 기준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우선 직원별로 주어진 업무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 각자의 목표를 얼마나 잘 성취했는지 평가한다. 정량적인 부분 외에 정성적인 영역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뤄진다.”

 

수당 때문에 일부러 야근하는 경우는 없나.
“(그 시간에 반드시 일해야만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사무직 직원에게는 야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생산직 근로자에게는 노조의 협상 내용에 따라 야근이나 주말 근무에 따른 수당을 지급한다.”

덴마크식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휘게(Hygge)’가 업무 영역에서도 의미가 있나.
“근무시간 사이에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 역시 휘게의 고유 영역이다. 휴식시간이나 동료와의 대화, 혼자 조용히 보내는 생각의 시간 등이 여기 포함된다. 업무를 계속 수행할 기운을 북돋워 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덴마크어로 ‘아늑함’이란 뜻을 가진 휘게는 친구 또는 가족들과 함께 아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덴마크인들의 소박하면서도 여유를 즐기는 삶의 단면을 보여 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회식도 가끔 하는지 궁금하다.
“크리스마스에 직원들이 모여 파티를 한다. 여름 휴가 시즌에 파티를 여는 기업도 있다. 참석은 자유고, 따라서 누구도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탈권위적인 덴마크식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을 한국 기업에 접목할 수 있을까.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최적의 기업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은 위계서열을 중시하지만 두 나라에 있는 우리 사무소의 경우에는 권위주의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다. 그걸 보면 변할 여지는 충분한 것 같다.”

 

경영자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사람은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경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직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부하 직원의 업무에 대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챙기기보다는 책임과 권한을 주고 맡기는 쪽이 언제나 결과가 좋았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출처: 조선읿보 2018.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