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300차 정기산행: 태백산(1,567m) ◈(2017. 1. 14. 토)

부산갈매기88 2017. 1. 20. 17:04

 

◎산행지: 태백산(1,567m)

★산행일시: 2017. 1. 14. 토. 갬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42명(금호지, 동방, 종현, 윤슬, 스마트, 와석, 한사랑, 야초, 청송, 산오디, 인선, 방랑자, 황령산, 효리, 슬로우, 퀵, 흔적, 일식, 호두, 가을바람, 새콤달콤, 태영, PINE, 차돌이, 갈바람, 은수, 수피아, 블랙이글, 미산, 팅커벨, 달빛, 몰운대, 운해,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1)유일사 매표소~태백사~유일사 쉼터~장군봉~천제단~망경사~반재~당골광장~주차장

                       (2)유일사 매표소~태백사~유일사 쉼터~장군봉~천제단~부쇠봉~문수봉~당골~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1:59 유일사 매표소 출발

12:09 태백사

12:52 쉼터

14:24 천제단

14:45 태백산 정상석

14:59 망경사

15:27 반제

15:41 이정표(당골광장 2.0km/천제단 2.4km/망경대2.1km)

16:15 당골광장(눈꽃 축제장)

16:31 매표소

 

 

★산행 시간(후미 기준): 4시간 32분(점심식사 25분, 기타 휴식 17분)

                                     <순수 산행시간: 3시간 51분>

◍산행거리: 8.8km(GPS)

◎교통편: 뉴부산고속 전세버스

 

 

▶산행 tip: 민족의 영산 태백산 산행을 새해 벽두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열정이 없이는 가기가 힘들다. 그렇게 먼 곳을 백산산악회의 300차 산행을 맞이하여 과감하게 도전을 했다. 산림청 100대 명산 선정 20위에 올라있는 태백산은 봄철의 철쭉도 좋지만, 겨울 산행의 느긋한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행의 시작은 유일사 매표소에서 시작하여 태백사까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이후 유일사 쉼터까지는 눈이 두텁게 깔려 있어서 즐겁게 지그재그로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초입에서 쉼터까지 50여 분 정도 걸려 여유있게 오르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쉼터에서부터 주목군락지 사이의 비탈길은 완전 올 스톱이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10분여 언 발을 동동 구르며 이리저리 다녀보지만 도통 정체가 해결될 기미가 없다. 후미에서 선두조에게 무전을 날려 본 결과 주목군락지 어딘가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6인의 후미조는 쉼터 아래의 트럭 옆에 주저앉는다. 스마트님은 가져온 버너를 혹시 쉼터 안에서 켤 수 있는지 싶어서 기웃거려 본다. 쉼터마저 발 딛을 틈이 없이 대만원이다. 눈 위에 앉으니 서서히 발이 차가워지나 싶더니 아려온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식사를 한다.

 

♣정체되면 인생도 쉬어서 가라~~

점심을 먹고 나니 웬걸 그 많고 많던 산꾼들은 정상쪽으로 올라가고 없다. 밥 먹고 쉬어가기 지연작전이 주효했다. 인생도 때론 지치고 힘들 땐 잠시 손을 놓고 쉬어 가야 하리라. 풀리지 않는 인생 문제를 골머리 싸매면서 붙들고 있을 문제가 아닌 것을. 우리는 늘 그렇게 붙들고 있으면 풀리는 줄 알고 버티면서 산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으면 편해지는 것을. 자녀의 문제, 부부의 문제, 직장의 문제 등등. 

 

주목군락지로 오르는 길은 바위들이 많아서 울퉁불퉁한 비탈길이다. 하지만 급경사가 아니기에 초심자라도 그런대로 오를 수 있을 정도다. 주목나무 위에 잔설이 남아 있고, 땅바닥에 붙어 있는 나무 위에도 상고대 같지 않은 상고대가 조금 남아 있다. 주목군락지 부근의 여기저기에는 비닐 천막촌이 형성되어 난민촌을 방불케 한다. 바람에 일렁거리는 비닐 천막 속에 사람들의 모습들이 도깨비처럼 실루엣으로 투영된다. 그런데 아뿔싸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가을바람님과 둘이 남게 된다. 사진 한 장 찍고 나면 나비처럼 날아가 버리고 없다. 여기저기 흩여져 있는 수백 년이나 되었을 주목나무의 우듬지가 군데군데 하늘로 향해 팔을 벌리고 서 있다. 세찬 바람을 견디느라 키는 그렇게 크지 않다. 모두 자연에 적응하면서 그렇게 살아남는가 보다. 결국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주목나무는 그 생을 마감하여 허수아비처럼 덩그러니 몸통만 서 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나무. 그 주목의 생애에 비하면 우리의 인생은 빙산의 일각이 아니던가. 인생이 짧기에 그렇게 탐욕을 부리면 사는 것일까. 모든 것을 관속에 넣고 갈 기세로.

 

♣정상은 광활한 민둥산 ~~길 잃은 인간 철새

주목군락지를 지나면 갑자기 돌담이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천제단이다. 천제단은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설치한 제단이다. 축조된 시기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국사기 등의 옛 서적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삼산오악 중의 하나인 북악이라고 하여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으로 보아 태백산은 예로부터 영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민속문화자료 제 228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 천제단 주위에서 일행 몇 사람이 나타난다. 주목군락지에서 식사를 하고 막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태백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문수봉까지 광활한 민둥산이다. 북쪽 방향으로 보이는 함백산(1,572m)은 백설기를 뿌린 듯 허연 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 장산(1,408m), 동쪽으로 박월산(917m)이 인접해 있다. 정상은 예상한 것보다 칼바람이 불지 않아서 다행이다. 칼바람이 휘몰아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대체로 얌전하게 미풍이 살랑거린다. 백산이 가면 하늘도 잠잠하단 말인가. 천제단 여기저기에서 일행들은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천제단 앞에서 가을바람님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데, 묘령의 아줌마가 다가와서 전화 한 통을 쓸 수 없겠느냐고. 말씨로 보아서 서울 아지매인가 보다. 스마트 폰이 추운 날씨에 방전이 되어서 먹통이 되어버렸단다. 그런데 내 폰도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영하 15도의 날씨에 소리도 없이 스르르 잠든다. 에고~~이럴 어쩌나. 새 배터리를 꺼내서 갈아 끼운다. 서울 아지매는 배낭에서 산악회 연락처를 꺼낸다. 배낭도 유치원 가방처럼 조그맣다. 태백산이 자기네 뒷동산이나 되나 보다. 산행 안내지에는 산행지도도 없이 주의 사항과 연락처 등이 적혀 있다. 산악회장이란 사람한테 전화를 건다. 상대는 전화를 안 받는다. 통화중인가 싶어 귀를 의심하여 번호를 누른다. 두 번째 다시 하니 역시 폰이 꺼져 있다.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서울 아지매는 당황한다. 하산지점이 어디냐고 물으니 당골 광장이다. 태백산을 오르는 단골코스와 하산 지점은 거의 비슷하다. 우리도 거기로 하산을 한다고 하니 같이 따라 붙어야 하겠단다. 태백산 정상에 길 잃은 인간 철새를 거두게 되었으니.

 

♣태백산 정상은 아수라장이여~~

장군봉과 태백산이라고 쓰여진 정상석 주위에서 백산의 일행을 만나게 된다. 주목군락지에서 삼삼오오 식사를 끝낸 일행들이 정상석 인증샷을 위해서 집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상석 주위는 인증샷을 위해서 전국에서 모여든 산꾼들로 인산인해다. 전국에서 모여들다 보니 완전 돗떼기 시장보다 더 북적거린다. 질서는 완전 엿 바꿔 먹었다. 틈만 있으면 새치기를 해서 끼어들기 일쑤다. 아예 술 한 잔을 걸치고 분위기를 휘젓는 막가파도 있다.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고개를 들이민 놈이 장땡인 세상이 되고 있다.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인증샷을 기어이 찍고 가리라는 당찬 마음에 가슴을 꾹 누른다. 이 좋은 곳에 와서 열 받지 않고, 기분 좋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민족의 영산이라고 하니 이 태백의 정기를 받고 가리라. 뭐 모두 이런 기분인 것 같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있고, 또 품격을 유지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는 산꾼도 있다. 세상사는 게 별거던가. 대부분 발이 시리지만 즐거움과 행복의 기대치가 높은 탓에 여유를 가지고 줄을 기다린다. 

 

문수봉으로 가려는 일행들은 휭 하니 기러기떼처럼 날아가버렸나 보다. 망경사로 하산을 하려는데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하고 우르르 일행들이 뒤따라온다. 옆에 있는 서울 아지매 때문에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웬 아지매랑 다정하게 하산을 하고 있으니. 정상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이 아지매와는 별로 이야기할 틈새가 없었다. 그런데 망경사 쪽으로 하산을 하면서 오른쪽 팔을 꽉 붙잡는다. 태백산의 정기를 받고 가나 했는데, 여인의 기운을 받고 가고 있으니. 그제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로 자랐는데, 요즘 의술이 좋아서 몇 년 전에 고관절 수술을 했다고 한다. 고관절 부위를 10cm 정도 잘라내고 철심을 박았단다. 그동안 재활치료 덕분에 걷는 것은 그렇게 문제없이 걷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의 산은 오르지만 겨울산은 처음이라고 한다. 겨울엔 그 철심이 너무 차갑기에. 산악회장이 자신에게 태백산을 오르겠느냐고 물었을 때 과감하게 한 번 도전하겠다고 했다. 약간 걸음걸이가 느린 걸음으로 산으로 오르는 것은 좋았지만, 정상에서 그녀의 일행은 앞서 하산해 버리고 혼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걸음걸이를 보니 약간 절뚝거리고 있다. 정상인처럼 무관심하게 생각한 것이 조금 미안스러워진다. 하산 길은 제법 가파른 비탈길이라 밧줄이 매어져 있으나 조금 미끄럽다. 다시 주르르 그녀가 미끄러지는 것을 보니, 웬걸 아이젠이 구닥다리 4코다. 그것도 오른쪽 발바닥 아래의 아이젠은 어딘가에서 잃어버려 도망가고 없다.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의 오른팔을 꽉 잡은 이유다.

 

뒤따라오던 우리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질 만도 하다. 문수봉 능선 갈림길에서 망경사까지 10여 분 걸리지 않는다. 용정이라는 샘터에서 일행들도 사진을 찍고, 망경사에도 들러본다. 거기서부터 길은 산허리를 따라 반제까지 쭉 내려가는 길이라 어려움이 없다.

 

♣산행은 삶의 빛깔을 바꾸는 시간

반제를 지나 약간 비탈길을 내려가게 되고 당골 광장까지는 산책로 길을 따라가듯 가볍게 하산을 할 수가 있어서 좋다. 우리 일행들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걷지만,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것 같다. 하산 길의 깎아지른 절벽에 걸린 햇살이 겨울을 녹이고 있다. 골짜기를 싸 하게 하는 골바람에 약간 싸늘하게 느껴지지만 그 햇살은 또 다른 세상인 것 같다. 인생도 현실은 힘겹고 차갑지만 늘 그 절벽 위의 따뜻한 햇살과 같은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오늘보다 내일이 더 희망적이고 밝아지리라고.....

 

개울 위에도 눈이 소북이 뒤덮여 있고, 숨통이 트인 개울에는 시냇물이 졸졸 거리며 흐르고 있다. 그 얼어붙은 개울 어딘가에도 숨구멍이 있었으니, 우리도 인생 또한 어렵다 하지만 숨쉴 틈은 있어야 하고, 스트레스를 발산할 시간 또한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일주일이나 2주에 한 번씩 걷는 산행이 우리에게 삶의 빛깔을 바꾸는 귀중한 시간인 것이다.

 

당골 눈꽃 축제장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일행을 만나게 된다. 먼저 온 일행들이 눈꽃 축제장의 눈 조각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다. 조각상들이 커서 회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얼음 조각 뒤에 숨어버리면 가려지기에.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매표소 입구 아래쪽에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정한 시간에 일행이 다 도착했다.  

 

♣뒤풀이 ~~ 식당에서 딱 걸렸네~~

일식님을 비롯한 세 사람만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여 중간에 태우고 1시간 반을 달려서 영주시 풍기읍의 [나들목 휴게식당]으로 갔다. 동방 회장님의 건배 제의에 백산을 "위하여!!!"하고 삼창을 했다. 활기차고 아름다운 뒤풀이. 그 뒤풀이 장소에 다른 산악회 산행에 계방산을 갔다 오던 라라님과 일행 넷을 그 식당에서 만났으니. 백산의 산행 마감이 조기에 마감되어 자리가 없어서 타 산악회에 다녀왔노라고. 백산의 인기는 식을 줄 몰라 조기에 마감되어 대기를 달아 놓아도 취소자가 없어서 포기를 하는 사태가 요즘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끝까지 지켜보면 갈 수 있는데. 우리의 인내력이 조금 바닥이 났나 보다. 새해에도 우리 백산의 행운 대잔치는 쭉 이어질 것이다. 산행에 참가한 회원들은 모두 행복 보따리를 듬뿍 안고 귀가할 것이다. 그 행복 보따리가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에 나비효과가 되기를 기대한다. 행복 충전소 백산이여 영원하라~~~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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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