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갈맷길 1-2구간(대변~송정~미포) 송년번개 트레킹 후기 ◈(2016. 12. 31. 토)

부산갈매기88 2017. 1. 6. 17:46

◎트레킹: 갈맷길 1-2코스(대변~송정~미포 문탠로드)

◉트레킹 일시: 2016. 12. 31. 토, 흐림

☢트레킹 참석자: 백산산악회원 13명(숙이, 숙이님 옆지기, 솔향, 송향, 앞마당, 나비, 로보, 호두, 팅커벨, 동해, 일식, 군자대로, 부산갈매기)

 

●트레킹 코스: 대변항~서암~오랑대~동암~해동용궁사~공수~송정해수욕장~구덕포~문탠로드

 

◔시간대별 트레킹:

09:28 대변항 도착

09:33 흥선대원군 척화비

09:37 해상 전망대

09:51 연죽교

10:07 서암마을

10:26 오랑대

10:54 동암마을

11:06 수산과학원

11:12 해동용궁사

11:38 시랑대(점심 40분)

13:12 공수항

13:38 죽도공원/송정해수욕장

14:12 구덕포

14:20 폐철교

14:43 태극기벽

14:50 문탠로드

15;15 문탠로드 시작점

 

★트레킹 시간 및 거리: 5시간 46분(점심 40분, 기타 휴식 27분) 14.4km(GPS)

                                       <<순수 산행시간 4시간 39분>>

◎교통편: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 출구 7번, 181번 시내버스로 대변항 이동함

 

♣트레킹 팁:

갈맷길은 9개 코스가 있고, 전체 263.8km(700리)에 이른다. 그 코스 중에서 1-2코스에 해당하는 대변~오랑대~해동용궁사~송정해수욕장~문탠로드를 5시간 46분, 14.4km를 걸었다. 해안을 거니는 재미는 이 겨울이 아니고서는 반감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해안 바닷길을 걸으면서 해안의 절경과 바다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최고다. 그리고 지나가는 지역의 사연까지 알게 되면 재미가 더 있다. 이마빡을 간질이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닷가에 앉아서 버너에 불을 피워서 오뎅탕을 끓여먹는 것도 이 겨울의 진미다.

 

♣대변항의 갯내음을 맡으며

대변항까지의 접근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해운대역 7번 출구에서 181번 시내버스로 한다. 08시 50분에 집결하니 5분 후 버스가 도착하여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승차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181번 버스 배차간격이 출퇴근 시간에는 15분, 그 나머지 시간대에는 18분 간격이라 버스 1대를 놓치게 되면 20여 분을 기다려야 한다.다행히 딱 맞아 떨어지게 되어 오늘 하루의 시작이 좋다. 번개공지에 시간 엄수라고 하였는데, 참가 회원이 제 시간에 다 모여 주었으니 칼출발이다.

 

해운대역에서 대변항까지 181번은 33분이 소요된 셈이다. 대변항에 하차를 하니 먼저 갯내음이 코를 찌른다. 그리고 포장마차 여기저기에 미역, 멸치, 디포리, 오징어 등의 건어물과 신선한 생미역이 우리를 반긴다. 싱싱한 건어물에 군침이 살짝 돈다. 그리고 손질된 가자미가 허연 배때기를 내놓고 건조장 위에 드러누워 있다. 그래서 아침의 포구는 더 정감이 간다. 해는 구름에 얼굴을 숨기고 햇살을 바다 위에 살짝 드리운다. 포장마차가 즐비한 곳에서 트레킹 채비를 갖추는 것이 어쭙잖아서 일단 대변 해상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낚싯배들은 주인의 하명을 기다리며 선착장에서 매어 있다. 오늘 포구는 파도가 없이 잔잔하다.

 

해상 전망쉼터가 있는 곳에서 트레킹 채비도 갖출 겸해서 들리게 된다. 대변항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빨간 대변등대가 멀대처럼 서 있다. 뒤엉켜 모닝 커피도 한 잔 하고 함께 어울려 사진을 찍는 것도 좋다. 함께할 때마다 웃음꽃이 피어나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서 즐겁다. 오늘은 자기 자신이 바다를 바라보며 관대해지는 연습을 하러 온 것이다. 지난 한 주일의 삶은 가정이나 사회의 정형화된 틀 안에서 세밀함과 엄격함을 강요당하며 살아왔다. 이제 그 틀을 깨는 시간 안에 머무르고 싶은 것이다. 함께하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부담감이 간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산우들이라 낯익은 사람들이라 편하다. 커피 한 잔. 생강차 한 잔. 같이 걷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때 반소매를 걸친 호두님의 모습에 한 번 놀라고, 그 옆에 우리와 동시에 도착한 낚싯꾼 아지매의 낚시채비를 드리우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란다. 챙이 모자를 쓴 모습이나 옷차림새로 보아 남자인 줄 알았는데..... 뭐 좀 잡히느냐고 물었더니 점심 때꺼리를 장만하러 왔다고 한다. 남여 평등의 시대에 남자 조사(낚싯꾼)만을 생각했다가는 여지없이 예측은 빗나간다.

 

이제 해상 전망쉼터에서 7분여를 남쪽으로 진행하면 죽도가 나온다. 죽도로 가는 도중의 물속에는 해녀가 자맥질을 하고 있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그 모습을 쳐다만 보아도 으스스 춥게 느껴진다. 연죽교에 올라서서 죽도를 넘겨본다. 흐린 날씨라 죽도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죽도를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거북이처럼 보이고, 그 섬 안에 대나무가 있다고 하여 죽도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섬이 사유지라 철책이 쳐져 있어서 넘어 갈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일행과 함께 물양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되돌아 나온다.

 

♣서암~오랑대~동암

연죽교 부근의 연화리 해안을 따라 서암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여기저기 횟집들이 즐비하고 선착장 옆 자투리땅에는 오징어와 가자미가 건조장 위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널브러져 있다. 널찍하게 누워있는 뽀얀 오징어에 구미가 당긴다. 웬 겨울의 일광욕인가. 녀석 팔자도 조오치~~. 역시 이곳 대변이 짚불 꼼장어구이로 유명하기에 여기저기 간판들이 보인다. 어디 한두 번 이곳에 오지 않은 사람 있겠는가. 그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낯익은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옛날 일을 떠올리며 속으로 ‘아 거기가 여기였나~’ 하고 생각해 본다.

 

죽도에서 8~9분 정도 여유 있게 걸어가게 되면 서암마을이 나온다. 서암마을 정자에 앉아서 잠시 쉰다. 그 서암포구의 왼쪽으로 닭볏등대가 있고, 오른쪽으로 젖병등대가 있다. 등대모양이 닯벼슬 모양과 젖병모양이다. 그 나름대로 특이한 모습의 등대가 설치되어 있다.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낯선 포구에서 서정에 젖어보는 것은 짧은 순간이다. 이곳에도 간이 체육시설이 되어 있어서 참새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는 일행들이다. 기어이 한번 올라서서 발판을 굴러봐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서암마을에서 오랑대를 가려면 도로를 따라 가다가 왼쪽 해안으로 내려서야 한다. 잔잔한 파도는 해안가 여에 몸을 비비며 허연 속살을 드러내기도 한다. 해안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조사가 보인다. 간밤에 여기서 잤는지 텐트도 한 동 있다. 서암마을에서 10여분 걸어가게 되면 해안가 돌 위에 암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오랑대다. 오랑대는 옛날 기장으로 유배 온 친구를 만나러 시랑 벼슬을 한 다섯 명의 선비들이 이곳에 왔다가 술을 마시고 즐겼다는 설이 있다. 그 밖에도 이곳에 오랑캐가 쳐들어와서 오랑대라고 불렀다는 설 등이 전해지고 있다. 오랑대는 일출 명소로 알려져 있어 사진 동호인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오랑대 암자는 용왕단이 있어서 용왕굿을 하는 곳이다. 오늘 오랑대 옆의 원앙대에서는 아줌마 셋이서 촛불을 켜놓은 채 음식을 차려놓고 용왕에게 굿을 하고 있다. 뭔가 열심을 손으로 비비고 있다. 달나라까지 우주선이 오가고, 화성까지 우주선이 날아가는 시대에도 인간의 생각은 구석기 시대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세계를 누가 다스리고 지배하느냐에 따라서 인간의 삶은 달라지는 것 같다. 인간의 가슴과 머리는 최고로 개방과 개발이 덜 된 영역에서 아직도 가장 미개한 지역이라고 하질 않던가......

 

오랑대에 갔다오는 일행도 있다. 잠시 그 오랑대를 배경으로 시간을 투영해 둔다. 흘러가는 시간을 먼 훗날 들여다보기 위해서. 이 길은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걸음이 될지도. 오랑대는 공원으로 만들어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 오랑대에서 4~5분 호젓한 산길을 따라 진행하게 되면 군부대가 앞을 막아선다. 길은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동암마을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군부대 정문을 지나게 되면 괴물처럼 우뚝 선 건물이 나타난다. 콘도 시설과 힐톤 호텔 공사 현장이다. 건물은 거의 다 지어져 가고, 이제 외벽과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듯하다. 이 아름다운 해안에 거창한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해안 환경이 엄청나게 오염될 것은 자명한 것 같다. 그 건물들의 하수도 배관이 바다를 향해서 바로 뽑아져 나와 있다. 지금도 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데, 객실이 다 차게 되면 얼마나 많은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갈지 상상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제 그 건물 앞으로 난 해안길을 따라가면 동암마을이 나타난다. 여느 해안 포구처럼 포구 왼쪽에 빨간 등대가 포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해상 바위 위에서 갈매기들이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무리지어 앉아 있다. 뭔가 평화로운 해안가 마을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보트조종 면허시험장이 있는 게 특징이다. 마을 정자에 올라가 쉬려고 했더니, 신발을 벗고 올라가라는 글씨가 있어 하는 수 없이 그 옆 간이체육시설에 쉰다.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방파제 벽에 걸터앉기도 한다. 일행이 가지고 온 간식거리를 함께 먹는다.

 

♣해동용궁사~시랑대

동암마을에서 느긋한 걸음으로 7~8분 가면 수산과학원 후문을 지나 해동용궁사에 다다른다. 그 절에 둘러보고 온 사람들이 수산과학원 후문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오기에 부딪힌다. 바닷가에 위치한 해동용궁사는 점심 공양 준비를 위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절 동쪽의 일출봉 부근에도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경내를 둘러보는 시간을 10여 분 정도로 정했다. 외국인이 관광목적으로 이 절에까지 오기에 중국어, 일본어, 영어까지 뒤섞여 소란스럽다. 나한상 형상이 내려다보이는 다리 난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정체가 되고 있다. 경내는 온통 사람들로 그득해서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북새통이다. 아우성이다. 경내는 어디를 가나 줄을 서 있다. 거기에 염불소리마저 확성기 시설을 해두어 사람들의 소리와 뒤엉켜 요란스럽다. 보여주고 보기 위한 이벤트가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참선을 하고 기도를 위한 도량은 이제 아니다. 오로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량으로 전락을 하고 있다. 오늘도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인도는 간신히 교행할 수 있을 정도다. 행여 급하다 하더라도 추월할 수가 없는 좁다란 길이다. 소담스러운 길이 북새통을 이루는 길로 바뀌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인내를 하면서 걷는다. 절은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이 오겠지만, 이제 수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부산에 관광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마땅히 갈만한 곳이 많지 않음이 아쉽다.

 

교통안전탑 앞에서 일행을 만나서 시랑대(侍郞臺) 방향으로 가기 위해 정면에 있는 갈맷길의 시그널을 따라 간다. 왼쪽으로 바로 진행하면 될 터인데, 무슨 연유인지 대문은 굳게 닫혀 있다. 그래서 계단을 조금 올라가서 대나무 숲길이 나오는 왼쪽으로 진행을 하면 된다. 100여 미터 진행을 하면 임도가 나온다. 절 담벼락을 따라 조금 한적한 곳을 걸어가면 왼쪽으로 시랑대 안내판이 보인다. 시랑대는 시랑산의 동쪽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 영조 때 기장 현감으로 좌천되었던 권적이 이곳 경치에 매료되어 자신의 관직 이름인 ‘시랑’을 붙여서 ‘시랑대(侍郞臺)’라고 불리어지고 있다. 그 시랑대의 글자를 배경으로 일행과 선다. 아직 그 글자는 선명하다. 그 주위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해안 절경이 아름답다. 바위 위에서 잘박거리는 해안을 바라보면 무심(無心)해진다. 또 해동용궁사가 내려다보이는 시랑대 동쪽의 편평한 바위에서 보는 절의 전경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스럽다. 돌탑이 배불뚝이로 서 있다. 시대에 따라 돌탑은 그 시대 사람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요즘 절 주위에서 보는 돌탑은 조금 비만형이다. 그 돌탑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고 모델 연출에 일행은 분주하다. 따뜻한 햇살이 목덜미를 감싼다. 선두조는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안 보인다.

 

선두조는 남쪽 건너편의 뚝 튀어나온 반도에 올라가 있는가 보다. 그곳은 시랑산 동쪽으로 한 발을 짝 펼쳐놓은 듯한 지형이다. 그 높은 곳에는 해안 초소가 위치해 있다. 숙이님 한테서 전화가 온다. 거기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아직 12시 전이라 송정 죽도공원쯤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서둘러 가니 이미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런데 그곳은 소슬바람이 지나가는 자리라 으스스하여 약간 이동하여 움푹 파인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펼친다. 그곳은 초소이기에 시설물이 철거된 자리에 둥그런 시멘트 식탁이 만들어져 있다. 마음을 함께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시간이다. 도시락을 싸 오지 않은 일행도 있어서 김밥과 도시락을 조금씩 나눈다. 일식님이 끓여주는 오뎅탕이 일품이다. 즉석 라면도 좋겠지만, 갓 끓어낸 오뎅이 별미다. 마무리로 커피 한 잔, 생강차 한 잔이면 해안 리조트에서의 식사는 최상이다. 행복이 잔잔하게 파도를 타고 해안 절벽에 부딪힌다. 조금 전 다녀온 시랑대가 북쪽으로 건너다보인다. 아~! 이 행복이 잠시 겨울 햇살에 졸고 있다. 식후의 포만감에 나른함이 전해져 오기에 한숨 자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마디씩 한다.

 

♣공수~송정해수욕장~폐철교~문탠로드

점심을 먹은 장소에서 공수항까지는 시랑산허리를 돌아서 나와야 한다. 산길을 걷는 호젓함도 있지만, 해안 절벽을 돌아서 가는 재미도 있다. 그 산허리를 돌면 공수항이 보인다. 해안가 억새가 세월을 날려보내고 몰골로 서 있다. 그 억새밭에 사진 몇 장을 찍는다. 공수마을 방파제에는 낚싯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공수마을 정자에 도착하여 잠시 쉰다. 화장실이 있기에. 그리고 그 옆의 곶을 찾아간다. 숲길에 휩싸인 길이라 길이 선명치 않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길을 내어놓아 어느 길이 진짜 길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길과 같다. 어느 길이 바른 길인지. 그 인생길도 이렇게 걸어보고 저렇게 걸어 보았으면 하지만 시간이란 제약이 있기에 늘 후회를 하면서 방황을 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다.

 

그 툭 튀어나온 곶에서 보는 공수항의 빨간 등대가 눈에 확 들어온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아주 얌전한 것 같다. 평소 와 보지 않았던 해안과 길이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그 곶에는 개인 사유지의 카페도 있고 또 펜션도 있다. 곶을 왼쪽으로 한 바퀴 돌아서 해안을 구경하면서 가는 재미가 있어서 좋긴 하지만, 개인 사유지를 지나게 되어 펜션 소유주가 볼멘소리를 해댄다. ‘다음부터는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같은 말이라도 자신의 펜션 홍보를 위해 좀더 좋은 말로 멘트를 해 준다면 멋진 집이라고 홍보도 해주었을 텐데. 사람들은 자기가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영업을 하는 집이라면 한 마디 말이라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치 않을까. 뒤돌아 나와서 보니 그 펜션은 참 멋진데, 소유주는 영 아닌 것 같아 입안이 모레 씹은 듯하다.

 

공수항에서 도로 옆 인도를 따라 6~7분 가게 되면 송정 죽도공원 입구가 나온다. 대변항에서 출발하여 거기까지 4시간 반 조금 더 걸려서 왔다. 탁 트인 해변에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백사장은 떠밀려온 해초가 맥이 풀려 있다. 그들도 한때는 바닷속에서 자신의 삶을 노래했으리라. 그러나 뭍으로 떠밀려 올라와 일생을 마감한 것이다. 바다에 던져진 수많은 쓰레기는 밀물과 함께 뭍으로 본향을 찾아온다. 바다는 그렇게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바다는 한시도 놀지 않는다. 유기체처럼 흐느적거리며 요동을 친다. 살아 있다고 출렁거린다. 인생도 바다를 닮아간다. 삶을 출렁거린다. 사람의 생각도 매일 파도처럼 파동을 일으킨다.

 

해변 인도를 따라 가다가 단체 사진을 찍을 겸 해서 백사장 안으로 들어간다. 가는 모래가 발바닥을 사각거린다. 구두가 아니고 등산화라서 그런지 걸을만 하다.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든다. 누구나 송정 해수욕장은 여러 번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겨울에 올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삼삼오오 사진을 찍기도 하고, 무리지어 사진을 한 컷 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동시에 한 번에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포즈를 취해 보기도 한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동심을 그리워하는 성향이 있는지도 모른다. 티 없이 맑은 모습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좋다. 하얀 모래를 만나니 순수해지는 것일까. 뭔가 자연을 만나게 되어 마음의 때도 조금씩 벗겨지는 것일까.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구덕포까지 왔다. 구덕포항에서 잠시 주저 않는다. 앞뒤 일행의 거리가 있기에 보조도 맞출 겸 해서 구덕포 방파제에 잠깐 쉬기로 한다. 구덕포 표지석은 태풍에 밀려서 넘어진 것인지, 아님 일부러 마을주민들이 떼어 놓았는지 모르지만 지쳐서 드러누워 있다. 누군가 꺼낸 간식을 나누어 먹는다. 구덕포항은 아주 자그맣다. 거기서 조금만 가면 이제 도로도 끝이 나고 횟집이 가로막고 있다. 그곳에서 오른쪽 철길 아래의 터널을 지나 폐철교로 올라선다. 매스컴에 회자되던 폐철교를 오늘에야 와 본다.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싣고 달리던 열차는 발길을 끊었다. 남겨진 폐철교는 사람들의 꿈을 키우는 놀이터로 변해 있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추억이 잠들어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 폐철교를 따라 걷고 있다. 자갈이 깔린 철길은 걷기가 다소 불편하다. 그럼에도 걷는 이유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때문일지도.

 

폐철길을 20여 분 걸어가니 오른쪽 옹벽에 대형 태극기 그림이 그려져 있고, 수백 개의 바람개비가 벽에 도배되어 있다. 하얀 바람개비가 태극기 안에 촘촘히 박혀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바람개비는 농땡이를 치고 있다. 간간히 약한 바람이 불면 돌아가는 시늉만 하지, 구태여 돌려고 하지 않는다. 바람이 턱을 돌려야 돌아가는. 웬걸 오늘 바람은 멀리 출장을 갔나 보다. 한 사람씩 바람개비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앞마당님이 만세를 불어야 한다고 해서 두 팔을 세우고 만세 자세를 취한다. 겨울의 한켠은 그렇게 우리를 하나 되게 하고 있다.

 

단조로운 철길로 벗어나 문탠로드로 향한다. 문탠로드는 체육시설이 있는 쪽으로 비탈길을 올라서야 한다. 된비알을 오르면 아주 걷기 편안 길이 나타난다. 소나무 갈비가 떨어져 있어서 약간의 쿠션감이 있어서 좋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약간 흐린 탓에 조망은 좋지 않지만 전망 쉼터에 앉아 마무리 숨고르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 전망대에서 문탠로드 입구까지 5분 정도 걸어나오면 4시간 46분, 14.4km의 트레킹은 끝이 난다.

 

♣뒤풀이

문탠로드를 나와 도로를 따라 오다 바다 전망대에서 해운대 해수욕장 전경을 옆에서 바라볼 수가 있다. 봄철에는 가로수가 벚꽃으로 물들겠지만 지금은 아주 정적이다. 간간이 아베크족들이 전망대에 들러서 사진을 찍는 것 말고는 한적하다. 우리도 마무리 단체 사진을 한 컷 한다. 행복한 시간을 사진 속에 남긴다.

 

뒤풀이 장소인 [아마도]레스토랑까지 10분 정도 걸어서 중동역 부근까지 간다. 이 집은 2014년 한식대첩에 나온 3인 중의 한 명인 김정호 셰프의 레시피로 음식을 조리하는 곳이다. 오리문어전골이 유명하다. 유명한 김정호 셰프의 레시피로 음식을 조리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젊은이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아마도]란 일본어로 해녀라는 말이다. 제주도의 올랭이(오리라는 제주도 방언)와 물꾸럭(문어라는 제주도 방언)이란 브랜드로 김정호 셰프가 방송을 타면서 일약 유명해졌다. 그래서 그 셰프의 레시피로 음식이 조리되고 있다. 안주가 조금 부족할 경우 문어 숙회를 곁들인다면 최상의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예약을 해 두었더니 좌석을 세팅해 두었다. 얼마 안 있어 음식이 나오게 되어 15km 해안 트레킹의 즐거움을 나누지 않을 수가 없다. ‘산이 좋다. 사람이 좋다. 백산이 좋다.’라는 백산의 표어는 늘 들어도 잘 지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축배의 잔을 든다. 백산을 “위하여~~~!!!”

 

송년 마무리 산행은 대변~송정~문탠로드까지의 트레킹으로 마무리를 했다. 동행해 주신 회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뒤풀이의 한 턱은 숙이님 낭군님께서 내어 주셨다. 집에서 쉬려다 숙이님과 함께 와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 감동으로 한 방 쏘아주셔서 일행 여러분의 입이 귀에 걸리는 축복의 시간이 되었다. 숙이님의 낭군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올 한 해도 번개산행은 감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트레킹 지도

 

♣트레킹 사진

 

 

 

 

 

 

 

 

 

 

 

▲닭볏등대

▲젖병등대

 

▲오랑대 해안길 입구

 

▲오랑대를 배경으로

 

 

 

 

 

▲군부대 오른쪽으로 진행

▲힐턴호텔 공사 중

▲동암등대

▲동암 정자에서

 

 

 

▲해동용궁사

 

 

 

 

 

 

 

 

 

 

 

 

 

 

 

 

 

 

 

 

 

 

 

 

 

 

 

▲▼공수항을 배경으로

 

 

 

▲송정해수욕장

 

 

 

 

 

 

 

▲구덕포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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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탠로드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