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나가노 대회 때부터 겨울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컬링에는 늘 ‘얼음 위의 체스(Chess on Ice)’라는 설명이 따라다닌다. 실제로 체스와 컬링은 머리를 잘 써서 공격과 수비를 적절히 조화해 전술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경기 도중 크게 뒤진 쪽에선 패배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체스는 두 선수가 한 수씩 주고받고 컬링은 한 엔드(end) 안에서 번갈아 투구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올림픽 때는 10엔드(혼성은 8엔드)가 한 경기다. 한 팀 선수 4명이 연속해 두 번씩 총 8번 스톤을 굴리면 한 엔드가 끝난다(혼성은 보통 5회 투구가 1엔드).
컬링에서는 하우스(house) 중심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스톤(사진) 한 개가 체스에서 ‘킹’ 노릇을 한다. 티(tee)라고 부르는 이 중심의 가장 가까이 스톤을 안착시킨 팀만 각 엔드에서 하우스 안에 있는 스톤 개수만큼 점수를 가져갈 수 있다. 거꾸로 각 엔드에서 패한 팀 점수는 무조건 제로(0)다.
선수 등 전문가끼리만 이해하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컬링 경기를 보다 보면 각 팀 선수가 ‘헐’, ‘얍’, ‘업’처럼 외치는 걸 들을 수 있다. 헐 또는 하드(hard)는 ‘서두르다(hurry)’를 줄인 말로 스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빗자루처럼 생긴 브룸(broom)을 빨리 얼음판 위에 문지르라는 구호다. 얍(yap)도 같은 뜻이다. 거꾸로 업(up)은 비질을 멈추라는 뜻이다.
브룸을 문지르면 스톤 방향과 속도가 바뀐다. 이 비질이 보기에는 쉬워도 운동량은 결코 적지 않다. 전 컬링 국가대표 신미성 씨에 따르면 평균 2시간 30분 내외가 걸리는 10엔드 경기의 총 운동량은 약 30km를 빠르게 걷는 수준이다. 브룸 한 자루 가격은 20만 원 정도로 일반적인 예상보다 비싸다. 머리 부분을 특수 소재로 만들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경기 때 신는 컬링화도 켤레당 50만 원 안팎으로 신발 가게에 흔한 스니커즈와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가격이 나간다. 컬링화 한쪽 바닥은 프라이팬 등을 코팅할 때 쓰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테플론)’으로, 한쪽 바닥은 고무로 만든다.
그래도 이 둘이 스톤 가격(약 125만 원)은 못 따라간다. 올림픽 때 쓰는 스톤은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 무인도 에일서크레이그섬에서 캐낸 화강암으로 만든다. 이 섬은 철새 도래지라 10년에 한 번 정도만 채굴할 수 있다. 푸른빛이 감돌아 ‘블루 혼(Blue Hone)’이라고 부르는 화강암은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돌로 습기에도 강하다.
출처: 동아일보 2018.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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