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50만년 전 용암이 만든 절경… 에메랄드빛 폭포에 넋 잃고, 한탄강 협곡에 "우와~" 감탄

부산갈매기88 2018. 5. 9. 07:09

[경기도 포천] 한탄강 지질명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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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와 에메랄드 물빛 아름다운 비둘기낭 폭포. 화산활동과 침식으로 만들어진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등 다양한 지질을 관찰할 수 있는 한탄강 지질 명소 중 하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폭포 안쪽으로는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다. 일반 관광객은 사진 왼쪽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풍경을 볼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한탄강은 협곡을 따라 세차게 흘렀다. 50만~13만년 전 지금은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 부근 680m 고지와 오리산에서 수차례 화산이 폭발한 뒤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렸던 길이다. 가늠할 수 없는 먼 과거와 비현실적 풍경은 상상조차 쉽지 않다. 한탄강은 사실을 증명하듯 수많은 흔적을 품고 있다.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으로 주상절리와 폭포 등 독특하고 다양한 지질 명소가 즐비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한탄강은 평강에서 발원해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 연천을 지나 임진강과 만난다. 총 25곳의 한탄강 지질명소는 포천에 11곳, 연천 10곳, 철원에 4곳이 분포해 있다.

포천에선 대교천 현무암 협곡(천연기념물 제436호)과 고남산 자철석 광산, 지장산 응회암, 화적연(명승 제93호), 교동 가마소, 멍우리 협곡(명승 제94호), 비둘기낭 폭포(천연기념물 제537호), 구라이골,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천연기념물 제542호), 백운계곡과 단층, 아트밸리와 포천석 등 총 11곳의 지질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책에서나 보던, 아니 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경이로운 풍경을 만나기에 포천은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오는 13일 '한탄강 하늘다리'가 개통돼 한탄강 협곡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는 소식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한탄강 협곡 따라 조성된 주상절리길 트레킹 즐기기에도 좋은 계절,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자연이 빚은 조각의 향연

폭포가 가까워질수록 폭포 소리도 커졌다. 주상절리 계곡 아래 숨어 있던 비둘기낭 폭포는 거짓말처럼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아래 에메랄드 물빛은 감탄사도 잊게 만들었다. 물빛에 취한 것도 잠시, 김명숙(46) 지질공원 해설사의 설명에 고개를 돌렸다. "동굴 위를 자세히 보시면 용암이 3번에 걸쳐 흐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판상절리, 하식동굴까지 볼 수 있어서 '지질 종합세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제야 다시 둘러본 폭포는 높게 뻗은 현무암 협곡과 다양한 절리가 입체 조각처럼 형성돼 있다. 침식작용으로 깊이 파인 하식동굴도 신기하기 그지없다.

포천의 대표적인 명소인 비둘기낭 폭포의 이름은 예전부터 멧비둘기들이 절벽과 동굴에 많이 서식했고 폭포의 모양이 주머니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 녹음 짙어지는 봄 풍경도 아름답지만 단풍과 어우러지는 가을, 고드름 자라는 겨울 풍경까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된 이후 폭포 아래 접근은 금지됐는데 전망대에서도 풍경을 감상하긴 충분하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무료. 비둘기낭 폭포 입구 근처 '폭포 전망대'도 놓치지 말자. 비둘기낭 폭포 전경과 협곡, 그 아래 쌍둥이 폭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숨은 뷰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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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통을 앞둔 ‘한탄강 하늘다리’. 현무암 협곡 위를 걸으며 실감 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13일 개통되는 한탄강 하늘다리가 비둘기낭 폭포와 가깝다. 폭포를 둘러본 뒤 한탄강 협곡을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넘어 보는 것도 좋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아찔하기만 한 200m 길이의 다리는 50m 아래 세차게 흐르는 한탄강과 현무암 협곡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3구간에 걸쳐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바닥 아래를 훤히 볼 수 있고 출렁다리의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한 건 선조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겸재 정선은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에 화적연(禾積淵)을 화폭에 담았다. 화강암 바위가 마치 짚단을 쌓아 놓은 것처럼 생긴 연못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매끈한 바위가 인상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데 겸재의 그림 속 풍경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지만 화적연의 풍광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 새로운 한탄강을 마주하는 기분도 든다. 화강암 바위뿐 아니라 탁 트인 강가를 따라 모래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림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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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 바위와 한탄강이 절경을 이루는 화적연. 아름다운 풍광은 조선 후기 겸재 정선의 화폭에도 담겼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이 겸재가 그린 ‘화적연’.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현무암 협곡이 가마솥을 엎어놓은 것 같은 교동 가마소.
현무암 협곡이 가마솥을 엎어놓은 것 같은 교동 가마소. / 포천시 제공
포천의 지질 명소를 하나씩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한탄강 협곡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주상절리길'도 추천할 만하다. 현재 멍우리 협곡과 비둘기낭 폭포, 구라이골, 교동 가마소를 연결하는 코스가 만들어져 있으며 트레킹 코스는 한탄강 전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탄강 지질공원 홈페이지(hantangeopark.kr)에서 코스와 명소, 해설 프로그램 등을 확인해 나만의 지질 여행 코스를 완성해보는 것도 좋다.

천천히 걸으며 즐기는 여유와 풍경

지질 여행을 즐겼다면 천천히 걸으며 여유와 풍경을 만끽할 차례. 신북면 기지리 포천아트밸리로 향한다. 폐채석장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되살린 곳이다. 화강암을 채석하던 웅덩이에 빗물이 고여 만들어진 천주호는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웅장한 화강암의 운치는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최근 미디어파사드와 라이트 조각 작품 등을 설치해 야간에도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눈 닿는 곳마다 예술 작품이 반겨주고 문화 공연과 전시, 체험 행사도 다양하다. 그저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가파른 경사길 오르기 쉽게 모노레일을 설치해 편하게 주변 경관을 즐길 수도 있다. 아트밸리에서도 암맥, 절리, 단층, 토르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800원. (031)538-3483

폐석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되살린 포천아트밸리의 천주호.
폐석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되살린 포천아트밸리의 천주호. / 포천시 제공
그림 같은 산정호수 둘레길은 해가 진 뒤에도 조명 따라 밤 산책을 즐기기 좋다.
그림 같은 산정호수 둘레길은 해가 진 뒤에도 조명 따라 밤 산책을 즐기기 좋다. / 포천시 제공
신록은 푸르고 따스한 햇살과 함께 반짝이는 산정호수 따라 걷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날아갈 것 같다. 명성산, 망봉산, 망무봉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호수의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호수를 둘러싸고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수변 데크길과 소나무 울창한 숲길, 조각공원 등 3.2㎞의 평탄한 길이 이어져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야간에도 경관 조명을 설치해 은은한 호수 풍경 따라 밤 산책 즐기기 좋다.

술이 익어가는 시간

산사나무 가득한 정원에서 술이 익어간다. 그림 같은 풍경과 알싸한 술 향기가 어우러진 산사원은 포천 여행 코스에서 빼놓기 아쉬운 곳이다. 전통술박물관, 산사정원 등을 둘러보며 우리 술의 역사와 전통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직접 생산한 전통주를 시음하거나 직접 가양주를 빚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산사원의 압권은 산사정원의 '세월랑'이다. 세월랑 지붕 아래 어른 어깨 높이만 한 커다란 옹기 항아리 500여 기가 줄지어 서 있다. 항아리 속에선 알코올 도수 55도 정도의 증류주가 익어가는 중이다. 술이 익어가는 풍경 따라 유유히 걸어본다. 술 항아리는 미로처럼 놓여 있는데 세월랑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알싸한 술 향기에 취한 건지 아니면 색다른 풍경에 취한 건지도 모르겠다. 담양 소쇄원의 광풍각을 닮은 취선각의 운치와 우곡루에서 내려다보는 세월랑과 운악산 경치는 산사정원에서 놓치지 말고 즐겨보자.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입장료 성인 3000원, 미성년자 무료. (031)531-9300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산사원. 어른 어깨 높이만 한 항아리 500여 개가 줄 서 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산사원. 어른 어깨 높이만 한 항아리 500여 개가 줄 서 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포천을 대표하는 이동갈비. 이동면 장암리엔 이동갈비촌이 형성돼 있다.
포천을 대표하는 이동갈비. 이동면 장암리엔 이동갈비촌이 형성돼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포천 여행의 여운을 달래는 건 식도락이다. 포천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단연 '이동갈비'가 손꼽힌다. 이동면 장암리엔 갈비집 밀집한 이동갈비촌이 형성돼 있다. 47번 국도를 따라 백운계곡 일대까지 갈비집이 이어져 고기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이동갈비는 기름기를 제거한 소갈비를 갖은 양념에 재웠다 숯불에 구워낸다. 갈빗대 크기가 작은 게 특징인데 갈비가 흔하지 않던 시절 군부대가 많은 포천의 지역 특성상 갈비 한 대를 작게 잘라 양을 푸짐하게 했던 데서 유래한 것이다. 달콤 짭짤한 양념 밴 고기를 노릇하게 굽는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조합이 좋다. 기분 탓인지 1인분도 꽤 든든하다. 이동갈비와 함께 포천의 명물 이동막걸리까지 한 잔 걸치면 금상첨화다.



[출처] 조선닷컴<2018.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