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 재배농장 가보니
18일 찾아간 전북 남원시 운봉읍의 파프리카 비닐하우스는 평소 생각하던 비닐하우스와 달랐다. 면적이 7900m²(약 2400평)가량으로 넓고 높이도 키가 6m까지 자라는 파프리카보다 높아 거대했다. 하우스 안에서는 지게차가 오가며 튼실하게 익은 빨강 노랑 주황색의 파프리카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하우스 규모뿐만 아니라 외부인 통제가 엄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균(菌) 유입을 우려해 외부인이 드나드는 것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아 이날 방문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선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국내에 들어온 지 20여 년밖에 되지 않은 파프리카가 올해 처음 1억 달러(약 1100억 원) 수출을 앞둔 ‘신선 농산물 제1의 수출 제품’인 이유를 일부 알게 하는 현장답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비닐하우스 농장 주인 이정구 씨(37)는 “추석을 전후로 밀려든 내수와 수출 주문량을 맞추느라 지게차에서 내려올 틈도 없다”며 “1박스(5kg)가 4만5000원 정도지만 물건이 좋으면 6만 원까지도 받을 수 있고 수확이 늦어질수록 가격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 스마트팜 확대로 도입 20여 년 만에 ‘국민 채소’로
파프리카는 1995년 조기심 씨(현농업회사법인 농산 대표)가 네덜란드산 파프리카 씨를 일본에서 가져와 전북 김제의 약 1.1ha 땅에서 처음 재배한 것이 국내 생산의 시작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파프리카 원조인 네덜란드산과 뉴질랜드산이 장악하고 있던 일본 시장을 점령했다.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공략하면서 우리만의 고급 재배, 생산 기술 노하우가 적잖이 쌓였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스마트팜 보급률이 높아졌다. 노란 빛의 파프리카는 생긴 모습처럼 ‘골든벨’을 계속 울리는 중이다.
이 씨의 농장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비닐하우스 내 10개 온실의 온도, 습도 등이 한눈에 보인다. 복합 환경 제어시스템으로 온실 내 수분과 이산화탄소 농도에 맞는 환기, 난방까지 ‘원 클릭’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모종을 한 흙에도 물과 영양분이 일조량에 맞게 자동으로 투입된다.
파프리카 줄기 곳곳에는 천적 곤충이 담긴 종이팩이 붙어 있다. 종이팩 윗부분의 구멍으로 곤충들이 빠져나와 파프리카를 공격하는 해충들을 잡아먹는다. 파프리카를 해치는 점박이응애, 담배거세미나방, 진딧물 등의 해충을 이들의 천적 곤충으로 잡아낸다.
동아일보 2018. 10. 1.
'성공한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한 재활용 플라스틱, 잘 썩는 플라스틱… 지구 살리는 화학공장 (0) | 2019.05.22 |
---|---|
한국서 100억 수출기업 키우고, 사랑 베푸는 ‘파키스탄 사장님’ (0) | 2018.11.26 |
롯데월드타워 “태풍 ‘솔릭’ 안 무섭다, 80m/s 거뜬”…비결은 ‘대나무’ (0) | 2018.08.24 |
소렌 넬슨 덴마크 윌리엄 디만트 그룹 회장: “덴마크인, 한국인보다 절반 일하고 생산성은 두배” (0) | 2018.07.04 |
억만장자 저커버그, 차는 중·소형차?…CEO에게 배우는 '짠테크' (0) | 2018.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