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北 최고 수준 창광원 이발사에게 머리 깎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부산갈매기88 2018. 9. 5. 07:46

평양 창광원 여성 미용실 내부 모습. 남성 이발실도 똑같은 구조다. 사진 출처 DPRK360 홈페이지

 

북한의 가장 유명한 종합편의시설 창광원에서 머리를 깎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회주의 방법’은 새벽 5시 이전에 창광원 매표소에 가서 줄 서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운행 전부터 창광원 매표소 앞엔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오전 7시가 넘으면 표를 살 수 없다.


이렇게 표를 사면 북한돈 800원(한화 약 100원)에 머리를 깎을 수 있다. 여성의 미용 요금은 스타일에 따라 북한돈 수천∼수만 원 사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정 가격이다.

두 번째 ‘자본주의 방법’은 아무 때나 창광원에 가서 접수원에게 담배 한 갑을 주고 들어간 뒤 이발사에게 북한돈 1만 원 정도 직접 주는 것이다. 그러면 더위와 추위, 어둠 속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줄 서도 표를 못 사는 일도 없다.

창광원 이발사들은 북한 최고 수준이다. 독립해 미용실을 차리면 창광원 커리어만 내세워도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800원짜리 머리를 깎는 비밀은 따로 있다.

창광원 이발표는 한 사람당 봉사시간을 40분으로 환산한다. 하루에 8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12명만 깎으면 국가 과제가 끝난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이 손님 한 명의 머리를 깎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정도. 길어야 15분이다. 국가 과제를 마치는 데 많아야 3시간만 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5시간이 1만 원 이상 내는 고객을 받는 ‘자본주의’ 시간이다.  

자본주의 시간에는 돈을 더 많이 주거나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이 우선이다. 단골은 이발사가 접수원에게 말해 놓기 때문에 통과세인 담배를 주지 않아도 되고, 휴대전화로 예약도 받는다. 창광원은 물론 다른 고급 종합편의시설도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
 

평양에는 국영 이발소가 아닌 봉사소 간판을 내건 고급 독립 미용실이 많다. 남성 이발 가격이 대개 2∼5달러(북한돈 약 1만7000∼4만2000원)로 창광원보다 더 비싸지만 부분 안마와 미안(얼굴 케어)까지 해준다. 

여성 미용 요금은 천차만별이다. 동네 평범한 미용실에선 1만∼2만 원 정도 받는다. 하지만 50달러 이상(북한돈 40만 원 이상) 받는 고급 미용실도 많다. 최근 평양에는 1회에 200달러를 받는 미용실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런 미용실은 최상의 미용 재료를 쓰고, 머리 스타일도 매우 다양하며, 미안과 안마도 최고 수준이다.

 

동아일보 2018.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