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삶의 터전 잃은 기후난민들… 테러보다 무서운 환경변화

부산갈매기88 2018. 9. 12. 14:12

사하라 남쪽 사헬지역서 급증 
수년째 가뭄-폭염에 목초지 사라져… 젊은이들 일자리 찾아 도시로 이주
FAO ‘710만명 긴급 식량지원 필요”, 世銀 “2050년 1억4000만명 될 것”
“시리아 내전-이라크 폭동도 기후 탓”, 유엔총장 “기후변화 대책 마련 시급”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사막 남쪽의 사헬 지역 국가들이 불안정한 식량 사정과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는 가뭄 등 극단적 날씨 변화 탓에 주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거나 국경을 넘고 있다. 이른바 ‘기후 난민’들이다. 아프리카 북서부 모리타니 시골 마을의 아이들. 사진 출처 유럽연합 인도적지원사무국 홈페이지
길거리마다 양, 소, 염소 등의 사체가 널려 있다. 소작농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던 가축들이다.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 모리타니. 수도 누악쇼트를 조금만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면 쉽게 볼 수 있는 안타까운 광경이다.

서아프리카 우기의 막바지인 9월은 봄에 심었던 농작물을 거둬들이느라 정신없을 때지만 몇 년 새 일손은 놀고 있다. 살인적인 더위와 가뭄으로 모리타니의 땅이 가축들의 앙상한 갈비뼈처럼 갈라져버린 탓이다. 가축은 죽고 목초지가 줄어들자 시골에는 노인과 아이들만 남고 젊은 목축업자들은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극단적으로 변한 ‘날씨’가 이들을 반강제적으로 난민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 사하라사막 인근 ‘기후 난민’ 급증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사막 남쪽의 경계 사헬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에서 이른바 ‘기후 난민(climate refugees)’이 빠르게 늘고 있다. 모리타니뿐 아니라 세네갈, 말리, 니제르 등 인근 국가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7월 공개한 ‘세계정보 조기경보(GIEWS)’ 보고서에 따르면 사헬 지역 국가에 긴급 식량과 생계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710만여 명. 최악의 흉작과 질병으로 사망률은 높아지고,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있는 아이들만 160만여 명에 이른다.

‘가뭄과 해수면 상승, 극단적 기상 현상 탓에 삶의 터전을 잃거나 이민을 강요받는 사람은 2050년까지 1억4000만 명에 달할 것이다.’
 
올 5월 세계은행은 이런 어두운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중동·아프리카 언론도 “수백 년간 적응해 온 날씨와 기후가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달라진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의 주민들이 국경을 본격적으로 넘기 시작하면, 100만 명 단위의 시리아 난민 숫자는 오히려 작게 느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모리타니의 수도 누악쇼트는 일거리를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나 상경한 이들로 포화상태다. 이곳에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국경을 넘게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경고한다.  

그 대표적 예가 8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난민 수백만 명이 발생한 시리아라고 국제 비영리단체 환경정의재단 등은 지적한다. 2011년 내전으로 이어진 정치적 불안과 민심 폭발의 발단은 2007∼2010년 기상 관측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가뭄이었다는 설명이다.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던 농촌 주민들이 도시로 밀려들었고, 정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소득 및 자원 배분 불균형 같은 사회적 긴장을 키웠다. 여기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폭압, 중동 국가에서 폭발한 ‘아랍의 봄’ 시위 등과 결합해 반정부 봉기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동아일보 2018.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