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환경 망치는 산업화·세계화
기후변화 불러 인간 삶에 부메랑
신종 감염병 출현은 ‘문명의 저주’
“산업화 제어하는 기후변화 대책이
감염병 예방 대안 될 수 있어”
조선왕조실록 전염병 1455건 중
기근·홍수·혹한 관련이 677건
이상기후→식량난 등 재난→질병으로
현대사회 기후변화·감염병
‘숲의 파괴’에서 출발
야생동물 숙주 삼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가 퍼져
지구온난화로 빙하·동토 녹으면서
얼어있던 질병 ‘판도라 상자’도 열려
불평등 문제도 내포
자연과 인간 관계 재설정
생태계 파괴하는 구조 벗어나
환경친화 도시로 전환해야


지난 겨울 방아무개씨가 거주하는 경기도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 들어온 박쥐 모습. 방씨를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동영상 화면 갈무리
이 때문에 전세계 전문가들은 사스·에볼라·코로나19 등 신종 인수공통감염병과 기후변화의 원인이 같다는 점에 주목한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신종 인수공통감염병과 기후변화가 모두 ‘숲의 파괴’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얻기 위해 숲을 파괴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돼 이들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왔고, 또 숲이 줄어든 결과 숲이 저장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더 많이 배출되면서 기후위기가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볼라도 아프리카에서 기근이 발생해 사람들이 땔감을 구하러 숲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과거엔 서로 만나지 않던 사람과 동물이 환경 파괴로 서로 이어지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이 늘고 있다. 넓게 보면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기후변화를 부른 현대 문명의 폭력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자본은 더 싼 자원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에 들어가 서식지를 파괴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해도 규제가 없는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둔다. 자본이 경제논리에 집중하고 성장이라는 가치에 매달린 결과 인류 문명은 서로 더 긴밀하게 연결됐다. 코로나19의 출현과 세계적 확산은 자본주의·산업화 일변도인 현대 문명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종 인수공통감염병과 기후변화 모두 생태계를 파괴한 ‘인류 문명의 그늘’이란 것이다.
산업화·도시화·세계화로 치달은 인류 문명을 전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9개국 48개 연구소의 바이러스 전문 학자들 모임인 세계바이러스네트워크(Global virus network)는 “기후변화와 지구화는 바이러스의 여권”이라고 명명했다. 전 세계인이 일상을 반납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게 된 배경에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지구화를 가능하게 한 인류 문명이 있었다는 의미의 은유였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쓴 미국의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도 “각각의 질병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라며 코로나19를 부른 주범은 인류 문명 그 자체라고 저격했다.

자연의 경고는 이미 시작됐다. 2016년 기후변화로 시베리아의 동토가 녹아 순록 사체에 얼어붙어 있던 탄저균이 퍼져 유목민이 숨지고 순록이 떼죽음을 당했다. 미국과 중국 연구진은 올해 1월 발표한 논문을 통해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 1만5천년 전 빙하가 녹자 새로운 바이러스 28개가 나타났단 사실을 알렸다.
뒤늦은 자각이 시작됐다. 기후변화 대책이 곧 감염병을 예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단 성찰이다. 도시를 바꾸자는 제안도 그중 하나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의 생활환경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시 계획을 새로 했듯, 감염병으로부터 강한 ‘면역력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홍 교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려면 전력 공급의 분산 등 자원과 기술을 공유하는 도시적 실천이 필요하다”며 “기후 문제에 탄력성 있는 도시가 곧 감염병에 대응하는 도시”라고 설명한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대책이 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 피해가 불평등하게 닥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태동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3년 유럽을 덮친 폭염 때문에 숨진 사람과 코로나19로 숨진 사람 가운데 만성질환자나 면역 기능이 저하된 노인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교수는 “900개의 유럽 도시를 살펴본 결과 노인이 많은 도시일수록 기후변화 대응 정책도 많이 시행했다. 감염병과 기후변화에 더 취약한 이들이 있다면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기후변화와 감염병 양쪽 측면에서 모두 고민해볼 지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감염병과 기후변화에 대한 감수성은 높아졌다. 이제라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미래를 지킬 수 있다는 당부의 목소리도 있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환경과 인간의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인간과 미생물을 비롯한 생명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바이러스 전파를 포함한 주변 환경 변화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점진적으로 친환경적 생활과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기후변화 속도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순 2020/5/19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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