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움직이는 高齡 사회 만들어야 경제가 산다

부산갈매기88 2018. 9. 13. 06:52

시니어 위해 저염 반찬 진열, 에스컬레이터도 低速 운행
日 60세 이상이 자산 70% 보유… 고령 친화 사업만 시장서 생존

도쿄=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전문의
도쿄=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전문의

 

일본 도쿄 도심에서 북쪽 외곽에 위치한 아카바네(赤羽). 이곳에는 50세 이상 인구가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고령자가 많이 산다. 여기에 있는 대형 식품점에 가면, 시니어(senior) 친화 상품 전시를 볼 수 있다. 일단 과일이나 생선의 가격 표시가 엄청 크다. 노안이 있는 분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걸으면서 "뭘 살까?" 하며 다니니까, 바닥 쪽에 진열된 상품이 눈에서 가장 멀다. 이에 3단 진열대에서 맨 아래 단 상품 가격 표시가 제일 크다.

일반적인 매장이라면 허리 높이나 눈높이에 손님들이 많이 찾는 제품을 늘어놓겠지만, 여기는 주로 아래쪽에 있다. 노인들은 시선이 아래로 향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누구나 골다공증이 온다. 척추에 뼈 성분이 줄면서 척추 마디 높이가 조금씩 주저앉는다. 그 변화가 척추 앞에서 두드러진다. 그러니 고령자 척추는 곧바로 서지 못하고 앞으로 기운다. 자연스레 시선이 바닥을 향한다. 꼬부랑 할머니가 그런 현상의 종착역이다.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제품을 아래에 배치한 이유다. 참고로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 노후 변화를 막으려면 평소에 노젓기 같은 등근육 강화 운동을 해야 한다.

이 지역은 1~2인 가구가 전체의 70%를 넘는다. 고령 인구가 많은 곳의 특징이다. 이에 과일·생선 판매가 소량 단위다. 혼자서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시니어들이 신경 쓰는 포인트를 감안해 반찬 코너에는 저염(低鹽) 식품이 대부분이다. 2층에는 민간 건강보험 판매장이 있고 성인 기저귀, 지팡이, 워킹화, 안마기, 건강기능 식품, 냄새 차단제, 삼륜 자전거, 돋보기 안경점 등이 모여 있다. 노년의 벗 애완동물 잡화점은 널찍하여 없는 게 없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속도를 줄여놨다. 일본에서 시니어들이 많이 오는 곳의 에스컬레이터는 죄다 느리다. 낙상 사고 위험 때문이다. 노인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아예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권한다. 병원에서 낙상 사고가 가장 많은 곳이 외래 에스컬레이터다. 고령 친화로 이름난 도쿄 도심 신주쿠의 게이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는 슬로 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일본의 유서 깊은 백화점 미쓰코시 니혼바시점을 가면, 분위기가 2000년대 초반 같다. 곳곳에 고풍스러운 골동품 장식이 눈에 띄고, 입점한 브랜드들도 모두 어르신용이다. 의류는 실크 톤이 많고, 시계는 금빛이다. 나이 들수록 하복부 비만이 오기에 여성복도 위아래 다른 사이즈를 살 수 있도록 한다. 숍 직원도 50~60대다. 칠순 할머니도 일을 한다. 사는 이나 파는 이나 취향이 비슷한 세대다.

보통 백화점이나 대형 잡화점은 오전 10시에 문을 여나 요새는 9시에 개점을 하는 곳이 늘었다. 나이 들면 새벽잠이 줄기에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닌다. 시니어용 당일 코스 여행도 이른 출발, 빠른 귀가다. 전자레인지로 덥혀서 먹는 음식은 딱딱한 것부터 거의 죽 같은 것까지 저작(咀嚼·음식을 입에 넣고 씹음) 강도를 나눠서 판다. 씹는 힘 맞춤형이다. 귀가 어두울 수 있기에 제품을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그림으로 보여
준다.

고령 사회로 갈수록 고령 친화 아니면 시장(市場)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제 고령 의학은 경영학이다. 소득과 자산 상위 계층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일본은 60세 이상이 전체 자산의 70%를 갖고 있다. 우리도 점점 그렇게 되어갈 것이다. 이들이 돈을 써야 경제가 돈다. 움직이는 고령 사회를 만들어야 미래 경제가 산다.



출처 : 조선일보 /201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