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수험생에게 한국에선 엿 선물... 일본에선 ‘킷캣’?

부산갈매기88 2018. 11. 14. 06:39
수학능력시험 이틀 앞으로... 합격기원선물 판매 급증
한국에선 엿·찹쌀떡, 일본 돈가스·킷캣 초콜릿, 중국 댓잎으로 싼 찹쌀떡 쫑쯔

엿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합격 기원 음식이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기르던 유생들도 엿을 먹었다./조선일보DB

 

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에게 엿이나 떡을 선물하는 풍습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대입 시험이 한국만큼 중요한 일본과 중국에서는 어떤 합격 기원 음식을 수험생에게 선물할까.

◇한국은 엿과 찹쌀떡으로 합격 기원

엿을 늘리는 모습./조선일보DB

 

가장 오래된 합격 기원 음식은 엿이다. 조선시대에도 수험생들은 엿을 먹었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떠나는 유생들의 봇짐에는 엿이 들어 있었다. 영조실록(英祖實錄)을 보면 ‘엄숙해야 할 과장에 엿장수들이 들어와 어지럽혔으니 감독을 소홀히 한 금란관(禁亂官)을 문책해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

합격을 빌며 엿을 먹는 이유가 ‘끈적끈적한 엿처럼 시험에 찰싹 붙으라’는 뜻에서라고 흔히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 때문만은 아니다. 엿은 한자로 이(飴)라고 쓴다. 이 한자를 파자(破字) 즉 글자를 풀어보면 먹을 식(食) 변에 기쁠 태(台)로 이뤄졌다. 태(台)를 다시 파자하면 세모처럼 생긴 사(厶)자 아래에 입 구(口)자로 구성됐다. 입을 세모 모양으로 방실거리며 기뻐한다는 의미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한국의 덕담은 원하는 일이 이뤄지리란 가정 하에 미리 축하하는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니까 수험생에게 엿을 먹게하는 건 합격의 기쁨을 미리 맛보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찹쌀떡은 수험생에게 엿만큼이나 많이 주는 선물이다. 찹쌀떡은 본래 일본 음식이다. 단팥을 소로 넣은 찹쌀떡은 한국사람들은 일본말로 모찌라고 흔히 부르지만, 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먹는 찹쌀떡은 ‘다이후쿠모찌(大福餠)’라고 부른다. ‘큰 복을 받는 떡’이란 뜻이다. 그래서 일본에선 전통적으로 수험생에게 찹쌀떡을 선물했고, 이 풍습이 한국에 전해졌다.

수험생에게 주는 찹쌀떡 선물세트./조선일보DB

 

◇일본에선 돈가스와 킷캣 초콜릿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엿이나 찹쌀떡도 먹지만 돈가스를 먹기도 한다. 돈가스는 돼지 돈(豚)과 커틀릿(Cutlet)의 일본식 발음 ‘가스’를 합친 말이다. 한자 이길 승(勝)도 일본어로 가스(かつ)라고 읽는다. 돈가스를 먹으면 시험에서 싸워 이긴다는 뜻이 되고, 합격의 소원이 담기게 됐다.

돈가스와 함께 스테이크를 먹으면 ‘필승’ 즉 반드시 합격한다는 의미가 된다고 한다. 스테이크(Steak)는 일본말로 ‘스데키(ステキ)’다. 스데키를 줄여서 데키라고도 하는데, 싸워 이겨야 할 적(敵)도 일본말로 데키(テキ)다. 그래서 돈가스와 스테이크를 함께 먹으면 적을 물리쳐 승리한다는 뜻이 된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뜻에서 원래는 운동선수들이 시합을 앞두고 필승을 다짐하며 돈가스를 먹었는데, 이것이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게 됐다.

최근 일본에선 수험생에게 초콜릿과자 ‘킷캣(KitKat)’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다. 킷캣을 일본에선 ‘킷토캇토’라고 부르는데, ‘반드시 이긴다’는 뜻의 '킷토카츠(きっと勝つ)'와 비슷하다. 그래서 수험생들 사이에서 응원 선물로 2000년대 들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킷캣을 생산하는 네슬레는 2003년부터 킷캣을 활용한 수험생 응원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것이 히트하며 킷캣은 전국민 간식이 됐다. 여기다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400가지 이상의 맛을 선보이며 일본인은물론 외국 관광객까지 기념품으로 사가면서 전세계 매출 정상에 올랐다. 킷캣은 1935년 영국에서탄생했다. 일본에는 1873년 진출했다.

◇중국에선 댓잎에 싼 찹쌀떡 ‘쭝쯔’

중국 수험생들은 '쭝쯔(綜子)'를 먹는다. 쭝쯔는 연잎이나 댓잎 등 이파리에 싼 찹쌀떡의 일종이다. 중국어로 ‘합격하다’란 의미의 ‘중(中)’도 ‘쭝’으로 쭝쯔의 ‘쭝’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 대입 시험은 단오절과 기간이 겹친다. 쭝쯔는 전통 단오절 음식으로 액땜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는 기원과 망치지 않게 해달라는 무사안녕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겨있다. 더 오래된 합격 기원 음식으로는 과거시험에서 1등을 뜻하는 장원이란 이름을 붙인 ‘장원떡(狀元餠)’이 있다. 옛날 장원떡은 중국에서 추석에 먹는 월병과 거의 같았는데, 요즘은 쭝쯔를 ‘장원떡(狀元)’이라 부른다.



출처 : 조선일보 /2018/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