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잃어버린 지갑을 되돌려 받을 수 없을까?

부산갈매기88 2009. 11. 4. 10:50

여러분들은 지갑을 잃어버려 되돌려 받은 경험이 있는가?

잃어버린 지갑을 발견한 사람에게 되돌려 주려는 마음일 들도록 부추기는 방법은 없을까?

 

실험에 사용할 지갑 240개에 복권, 할인 쿠폰, 가짜 회원증을 비롯해 모두 똑같은 물건들을 집어넣었다. 지갑을 40개씩 여섯 집단으로 나눈 뒤에 그중 네 집단에는 네 장의 사진 중 한 장을 집어넣었는데, 네 장의 사진은 각각 웃는 아기, 귀여운 강아지, 행복한 가족,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노부부였다.

 

또 한 집단에는 지갑 주인이 최근에 자선단체에 기부를 했음을 증명하는 카드를 넣었고, 대조군으로 투입된 마지막 집단에는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았다. 추가로 집어넣은 물건은 투명한 비닐막 뒤에 넣어 지갑을 열었을 때 금방 눈에 띄게 했다. 그리고 나서 지갑을 무작위로 섞은 뒤에 2주일간에 걸쳐 에든버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은밀하게 떨어뜨려 놓았다. 단, 우체통이나 쓰레기통, 구토물, 개똥이 가까이 있는 곳은 피했다.

 

일주일 안에 전체 지갑 중 42%가 돌아왔는데, 거기에는 뚜렷한 패턴이 나왔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지갑은 겨우 6개만 돌아왔고, 자선 단체에 기부한 카드를 넣은 지갑은 8개가 돌아왔다. 노부부, 귀여운 강아지, 행복한 가족사진이 든 지갑들은 성적이 조금 더 좋아 각각 11개, 19개, 21개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가장 성적이 좋은 것은 아기가 웃는 사진이 든 지갑으로 35개가 돌아왔다.

 

왜 아기 사진을 넣은 지갑이 그렇게 성적이 좋았을까?

 

그 답은 우리가 진화해온 과거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옥스퍼드 대학의 뇌과학자들은 아기나 어른 얼굴 사진을 보여 주었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사해보았다. 사람들의 눈 바로 뒤쪽에 위치한 뇌 부위는 아기 얼굴을 보자마자 7분의 1초 만에 반응을 보였지만, 어른 얼굴을 보았을 때에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반응은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빨리 일어났는데, 해당 뇌 부위는 복권 당첨과 같은 멋진 보상을 받았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인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아기를 보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수만 년에 걸친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무방비 상태의 취약한 아기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후세대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을 돌보는 태도는 단지 아기를 돕는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도 높인다. 그래서 지갑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뇌가 커다란 눈과 넓은 이마와 납작한 코를 보고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고, 그 순간 뿌리 깊게 자리한 진화의 메카니즘이 순식간에 작동하면서 아기를 돌보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내면의 부모 본능을 자극하여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일 들게 한 것이다.

 

이론적인 설명이야 어떻든 간에 이 연구가 주는 실용적인 교훈은 분명하다. 잃어버린 지갑을 돌려받고 싶다면, 아주 귀엽고 행복해 보이는 아기 사진을 구해 항상 지갑 속에 넣고 다녀라.

 

 

리처드 와이즈만 저 <5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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