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의 생존능력은 얼마나 될까?>

부산갈매기88 2010. 3. 3. 08:50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한 후 열흘이 더 지난 후에도 생존자들이 발견됐다. 이는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사건들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기네스북에 기록된 최장시간의 '기적'은 물과 음식이 전혀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18일이 지나 구조된 호주의 안트레아 바하베츠(당시 18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당시 박승현(당시 19세)양이 물과 음식이 없는 상태에서 사고 17일 후에 구출된 기록이 있다.

 

생물체가 생존하려면 외부에서 에너지가 공급돼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기초 대사량'이라고 한다. 이는 체온 유지나 호흡, 심장 박동 등 기초적인 생명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휴식 상태 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신체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량을 말한다. 기초 대사량은 개인의 신진 대사율과 근육량 등 신체적인 요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근육량이 많을수록 기초 대사량과 신진 대사율이 높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체중 1㎏당 1시간에 1㎉를 소모하고, 여성은 0.9㎉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70㎏의 남성이 하루에 소모하는 기초대사량은 '70㎏×24시간×1㎉=1680㎉'이고, 체중 50kg의 여성이 소모하는 양은 '50㎏×24시간×0.9㎉=1080㎉'이다. 그런데 강제적인 금식 상태가 되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호흡수, 심장박동수, 체온, 대사율을 낮추는 과정에 돌입해 최대 30%까지 기초 대사량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몸은 한계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분명 한계는 있다.

 

의학적으로 공기가 최대 3분 이상 공급되지 못하면 목숨을 잃고, 물은 3일, 음식은 3개월 동안 먹지 않으면 숨진다고 본다. 이를 보통 '3·3·3 법칙' 또는 '황금의 72시간'이라고 한다. 이것이 자연재해와 같은 극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발생 3일 동안 생존자를 찾는데 전력을 다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3·3·3 법칙'이 만들어진 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 두뇌의 무게는 대략 1.4㎏ 정도로 체중의 2%를 차지하지만, 산소 소비량은 몸 전체가 사용하는 산소의 약 25%를 소비할 정도로 산소에 민감한 장기이다. 또 근육은 산소를 어느 정도 저장할 수 있는데 비해 뇌는 산소를 저장하지 못한다.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뇌 기능은 곧바로 정지되며 30초 정도가 지나면 뇌세포 파괴가 일어나 4~5분 내에 사망하게 된다.

 

우리 몸에서 산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물이다. 우리 몸은 70%의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분 비율이 60%에 이르면 세포 노화가 진행되고 50%에 이르면 신체의 항상성이 깨져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외부에서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사망에 이르지는 않는다. 우리 몸은 지방을 분해해 하루에 약 0.25L의 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많은 양인 하루에 약 0.5L 정도를 호흡이나 땀, 오줌 등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대략 90일이 되면 우리 몸의 수분 비율은 사망 상태인 50%에 이르게 된다.

 

산소와 물에 비해 우리 몸은 에너지의 부족에 가장 잘 대처한다. 우리 몸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중 70㎏인 남자는 근육과 간에 약 1600㎉, 그 외의 장기에서 대사 가능한 단백질로 약 2만4000㎉, 지방으로 약 13만5000㎉ 정도의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하루에 약 1600㎉의 기초 대사량만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약 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몸에 비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연재해와 같은 극한상황에서 종종 '3·3·3 법칙'에 반하는 기적적 생존자들이 발견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박 양의 경우에는 많은 의학자들이 "탈수가 예방되는 최상의 조건 속에 있었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생체 시계의 지연 효과'이다. 사람의 몸속에는 인체 리듬의 주기를 관장하는 일종의 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어둠 속에 있더라도 인체의 리듬은 일정한 시간에 따라 변하게 된다. 이는 1960년대에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밝혀냈는데, 최근에는 생체 시계가 유전자에 의해 작동되며, 뇌는 물론 각종 장기에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생체 시계는 극한상황에 놓이게 되면 일시적인 지각장애를 겪으면서 느려지고 이에 따라서 신체대사도 같이 저하되기 때문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두뇌가 느끼는 지각능력도 저하돼 격리된 상태에서 겪을 수 있는 고립감이나 무료함도 덜 느끼게 된다.

 

기적적 생존자들에게서는 또 다른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나는 반드시 구출된다'는 긍정적인 사고이다. 의학이나 과학계에서는 신체나 두뇌의 기능이 정신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물질주의'를 전제한다. 그런데 자연재해와 같은 극한상황에서는 정신이 우리의 몸을 구출하는 '기적적인 사건'을 경험한다. 인간의 정신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가늠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인 셈이다.

 

<조선일보 2008.06.11일자>

'긍정의 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과 연애하듯 삶을 살아라  (0) 2010.04.01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함이 없다.  (0) 2010.03.24
마음이 의사다  (0) 2010.02.12
꿈을 그리는 사람을 그 꿈을 닮아간다  (0) 2010.02.04
무덤의 의미  (0)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