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플랫폼 컴퍼니에 주목하라

부산갈매기88 2010. 3. 22. 08:28

새로운 기업 모델로 ‘소유’보다는 ‘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성공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플랫폼 컴퍼니(Platform Company)라 불리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이 대두되고 있는 배경과 성공 비결을 통해 전통적 기업 성장 방식에 대한 대안적 요소를 제시한다.

 

전 세계 스포츠용품업체의 대표 브랜드 나이키, 고객 맞춤형 주문으로 세계 PC 판매 1위인 델,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세계 최대 가구 회사인 이케아(IKEA). 해당 산업에서 각각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기업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신이 직접 생산 설비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곳곳에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소유보다는 경영에 초점을 맞추며 성공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플랫폼 컴퍼니(Platform Company)라 불리는 기업들이다.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플랫폼 컴퍼니의 등장 배경과 성공비결을 통해 전통적인 기업 성장 방식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전달하고자 한다.

 

플랫폼 컴퍼니는 생산은 직접 하지 않지만 판매는 전 세계 곳곳에서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고객이 어디에 있으며, 원하는 상품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제품을 생산할 업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고객과 공급업체 간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플랫폼 컴퍼니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은 나이키다. 나이키는 창업 당시부터 자체 공장 없이 해외 아웃소싱업체에 생산을 맡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각 국가별로 유통을 담당하는 파트너업체에 넘겨진다. 대신에 나이키는 디자인과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플랫폼 컴퍼니로 델, 월마트,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H&M(Hennes & Mauritz), 홍콩에 본사를 둔 의류 기업 리앤펑(Li&Fung)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 컴퍼니들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왜 이토록 주목 받고 있는가? 플랫폼 컴퍼니가 한때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일종의 비즈니스 유행(Fad)이 아니라면, 플랫폼 컴퍼니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뼈대가 되는 주요 요소나 현상이 존재할 것이다.

 

● 흔들리고 있는 제조업의 경쟁 입지

무엇보다도 플랫폼 컴퍼니는 제조업의 약점으로부터 태동했다고 볼 수 있다. 제조, 생산 과정에서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 주요 원인인 제조기술의 평준화 현상은 제조업체의 경쟁 입지를 점점 더 약화시키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정보 혁명으로 제조 노하우가 얼마 안 가서 경쟁기업에게 쉽게 알려지면서 경쟁우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제조업은 경기 변동에도 민감하다. 제조 공정을 수직 계열화한 경우, 필요 역량이나 자원의 확보에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돌발사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과다 재고와 과잉노동력까지도 감당해야만 한다. 이런 시대에는 제조 공정 보다는 디자인, 개발, 마케팅, 물류 등 제조의 전, 후 단계에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 규모의 경제 효과 증대

다음으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확대와 함께 규모의 경제 효과가 커졌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자유무역의 확대와 e-메일, 휴대폰, 인터넷 등의 통신 기술 발달이 큰 몫을 담당했다. 그 결과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어디에서나 상품 제조가 가능해졌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어느 정도 확대되었는지는 델 노트북의 제조 과정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키보드는 중국, PCB는 싱가포르, 마더보드는 말레이시아에서, 반도체는 미국 기업의 설계 특허를 이용해 대만에서 제조되었다. 소프트웨어 작업은 미국, 인도, 스웨덴, 러시아에서 나누어 진행되었다. 디자인과 조립은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확대는 플랫폼 컴퍼니의 기반이 되는 각 기능별 전문업체들에게 그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가절감에 사활을 거는 것으로 유명한 이케아의 원가 절감 원동력도 결국 이러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커진 것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물건을 많이 만들어내 단가를 낮출 수 있었기에 기존 가구업체보다 값싼 가격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히트상품인 LAC K테이블의 경우, 1990년에는 약 26유로에 약 24만개를 팔았지만, 2004년에는 전세계 더 많은 매장에서 약 200만개를 약 10유로에 팔 수 있었다.

 

● 아웃소싱의 확대

국경을 넘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아웃소싱도 플랫폼 컴퍼니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가의 글로벌 아웃소싱은 양적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세계 최대 아웃소싱국가인 미국 기업의 경우 90% 이상이 아웃소싱을 경영활동에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아웃소싱은 내용 면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생산과 단순업무 위주에서 최근 들어서는 IT와 비즈니스 서비스로 이동하여 주요 가치사슬(Value-chain)상 활동들에서 대규모의 글로벌 전문 아웃소싱업체까지 생겨났다. IT에서 IBM 글로벌 서비스, EDS, 액센츄어 등이, 제조업에서는 플렉트로닉스, 솔레트론, 셀레스티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더욱이 기업의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R&D 영역으로까지 아웃소싱이 확대되고 있다. 델, HP 등 거의 모든 하이테크 제품들의 디자인을 아시아의 아웃소싱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노키아와 모토롤라 등 핸드폰업체들도 저가 휴대폰 시장 공략을 위해 대부분 ODM(제조자 설계 생산)등의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금껏 성공한 플랫폼 컴퍼니로 주목 받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 분석을 통해 새로운 성장 방식을 탐색하는 기업들에게 플랫폼 컴퍼니로의 변신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 ’몸집 줄이기’에서 출발

자사의 몸집을 줄이는 노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제품 생산에는 거액의 자본이 묶인다. 경기 변동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 주력하려는 기업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유럽 최대의 호텔 그룹인 아코르(Accor), 힐튼, 매리어트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세계 호텔 산업은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질적 서비스 및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기업 구조의 규모를 축소화하는 추세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호텔 기업은 자산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줄곧 해오고 있다. 호텔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경영한다’는 플랫폼 컴퍼니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플랫폼 컴퍼니로의 진화 모습은 리앤펑의 성장 과정을 보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1906년 홍콩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단지 아시아 제조업자와 해외 상인 간 의류 관련 거래 브로커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직거래가 점차 선호되면서 브로커 수수료 인하 압박에 직면한 이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꾀하게 된다. 가치 사슬상의 매우 다양한 수준의 업체들을 상호 연결시켜주는, 훨씬 더 광범위한 글로벌 프로세스 네트워크의 조정자로 변신에 성공한다.

 

예를 들면, 유럽시장용 울스웨터를 위해 실은 한국업체에게 공급받고, 염색은 태국업체에게 넘겨주고, 옷감은 대만에서 짜고, 방글라데시에서 재단하게 된다. 여기에 일본산 지퍼를 멕시코에서 접합하여 미국 물류 센터를 통해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소매업자들에게 스케쥴에 맞춰 배송하는 식이다. 이때 리앤펑은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 단계까지 생산에 필요한 자사의 설비나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 그 대신에 전세계적으로 제조나 유통에 특화된 약 7,500개 전문업체와 접촉할 수 있는 고객 중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 남다른 가치 창출을 위한 핵심 역량 보유는 필수

자신만의 가치 창출 영역은 필수적이다. 몸집을 줄이는 것이 플랫폼 컴퍼니로 하여금 모든 것을 외부 파트너에게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가치 창출을 위한 핵심 역량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 증권업에서 일약 스타로 부각된 브로커리지 전문회사 찰스스왑(Charles Schwab)은 투자 정보의 수집자(Aggregator) 역할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찰스스왑은 다우존스 뉴스, S&P 기업 보고서 등 전문화된 제3자의 흩어져 있는 투자 정보를 모아 고객들의 투자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투자자들은 찰스스왑의 ‘원-소스(One-Source)’라는 획기적인 펀드 판매방식을 통해 다른 회사들의 펀드 상품도 접할 수 있고, 이 회사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5,000명이 넘는 투자 전문 상담가와 연결될 수 있다.

 

1947년 창립 이래 미국과 유럽에서 1,2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 H&M은 속도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중간상을 없앤 제조업과 유통업의 통합체다. 즉, 본사가 디자인, 생산, 유통을 통합 관리하는 자가상표부착유통방식(SPA)을 채택하여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 반영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통상 의류업체가 매년 여름과 겨울에 디자인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것과 달리, 일주일에 한번씩 신상품을 공급할 만큼 신속한 아이템 전환으로 성공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동원하여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해 나가고 있는 이케아는 디자인 역량을 가치 창출을 위한 자신만의 무기로 갖고 있다. 올해에는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 25개사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 프로세스 지휘자로 재포지셔닝

프로세스 네트워크나 자사의 조직 내에서 오케스트라 역할이 필요하다. 플랫폼 컴퍼니는 자사의 이익만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플랫폼 컴퍼니가 속해 있는 프로세스 네트워크는 상호의존성과 공생공멸의 운명체인 ‘비즈니스 생태계(Business Ecosystem)’라 일컬어질 수 있다. 플랫폼 컴퍼니는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성과를 높이기 위해 네트워크 내 참여자들 사이의 전체적인 통합자 및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전형적인 예는 월마트에서 찾을 수 있다. 월마트는 실시간으로 고객 요구와 특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구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프로세스 네트워크 내 다른 기업들이 성과를 함께 높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프로세스 네트워크 내의 통합, 조정 뿐만 아니라, 자사 조직에 대한 끊임없는 재조직화 과정도 필요하다. 세계 어디서라도 아웃소싱업체를 찾아내고, 그들 간 상호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 시의 적절하게 고객별, 지역별로 사업부를 서로 더하거나 쪼개어 재구성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델은 타깃시장에 보다 더 집중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패칭(Patching)’이라 일컬어지는 재조직화 작업을 활용해왔다. 이미 1994년에 핵심 고객층의 차별화된 요구를 읽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소량 구매와 대량 구매 그룹으로 나누었다. 1996년부터는 기업, 지역 등을 보다 세분화하면서 거의 매 분기마다 새로운 패칭을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성장해오고 있다.

 

● 표준 공유로 상호 신뢰 강화

마지막으로, 표준화와 공유를 통한 프로세스 네트워크 참가자 간 상호 신뢰 강화는 없어서는 안될 성공 요소이다. 플랫폼 컴퍼니는 각각의 구성 모듈이 느슨하게 결합된(Loose Coupled)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게 된다. 모듈 간 상호 연결성이 확보되어야만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성과물을 창출해낼 수 있는 구조이다. 따라서 프로세스 네트워크 내 각 파트너들 간의 표준 공유와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리앤펑은 ‘네트워크 시스템’이라는 관계망을 구축하여 고객들의 구매 패턴과 요구 사항 등을 분석하고 업데이트된 정보를 프로세스 네트워크 참여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대표 색상이나 프로세스 네트워크 외부업체에 대한 라이센스 사용권 등에 대한 표준을 정해줌으로써 광범위한 의류 제조업체들 간의 상호 협력 관계를 증진시키고 있다. 나이키도 명확하게 정의된 표준 역량 카테고리를 통해서 제조 파트너들이 더 빨리 실력을 키우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신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플랫폼 컴퍼니적 요소의 선택적 강화 필요

제조업의 경쟁 입지가 약화되는 가운데 아웃소싱의 기회는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역동적 시장의 위협과 기회에 직면한 기업들 모두가 하루 아침에 플랫폼 컴퍼니로 급진적으로 변화를 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면에 자사의 운영 방식의 효율성을 되짚어 보고, 과거 제조기업들이 걸어온 성장 방식의 대안으로 제시된 플랫폼 컴퍼니적 성공 요소를 선택적으로 강화해 나가려는 노력은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츨처: 엘지 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