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일본적 경영'에 반기를 든 '교토(京都)식 경영'

부산갈매기88 2010. 3. 18. 11:25

 

교토의 'MK택시'는 교토시 콜택시 시장의 80%를 장악한 기업으로 택시요금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 친절한 매너와 겸손한 말투, 그리고 차문을 닫고 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요금은 가장 싸다. 공차율을 최소함으로써 비용절감에 성공해 기존의 요금 담합이라는 일본 택시업계의 질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전자부품 업계의 황제라 불리는 ‘무라타제작소’는 휴대전화의 핵심인 세라믹필터 세계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다. 무라타제작소가 문을 닫으면 전세계 휴대전화 중 10억대가 불통이 된다고 할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높은데, 이 기업은 “원재료를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소재로부터 최종생산물까지 일관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제품의 특성 및 품질은 원료가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창업 때부터 ‘타사가 흉내낼 수 없는 제품’을 지향하며 독창성을 추구하고 있다.

 

전후(戰後) 최초의 대학생 벤처기업인 ‘호리바제작소’는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 장치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세계시장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액비율이 50%이상 된다. 호리바 마사오 회장은 ‘비즈니스의 핵심은 단념에 있다’는 독특한 경영론을 펴며 엉뚱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삼코 인터내셔널 연구소, 교세라 등 교토의 성공한 기업들은 기술력과 독창성을 추구하며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된 품질과 전략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성장하고 있다.

교세라, 롬,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호리바제작소, 옴론, 토세, 니치콘, 일본전지, 삼콘 등 교토의 전자산업부문 기업 10개 사(社)는 모두 동종업종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일본의 10년 장기불황 속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도 2배 이상의 매출증가를 보이며 경이적인 성장과 수익성을 실현했다. 고(高)성과를 이룩한 교토기업군단은 일본열도의 높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들 기업이 모두 ‘교토’에 본거지를 두고 있으며, 공통된 ‘독특한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교토식 경영’이라 불리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기존 일본식 경영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경영모델’로서 ‘교토식 경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교토식 경영’에 대한 관심은 지방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후지쓰 등 명문기업들과 대만, 독일 등 외국에서도 높아졌다.

 

교토식 경영은 전통적 일본식 경영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경영자가 내부승진을 통한 현장출신인 일본식 기업과는 달리 기술자 출신의 오너라는 것과 동질적이고 전체주의적 특성을 지닌 일본식 경영과는 달리 다양성을 존중하며, 법인자본주의가 아닌 주주자본주의의 지배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시장지향성에 있어서도 일본식 경영이 국내시장에서 세계시장으로 확대를 추구한다면, 교토식 경영은 세계시장과 국내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사업구조가 아닌 전문적이고 특화된 사업구조를 지향하며 무차입 경영을 고집하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또한 기존 일본식 경영에서는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을 중시하고 계열중심의 수직적 거래를 해왔던데 비해 교토식 경영에서는 성과주의와 유연한 고용, 그리고 개방형의 수평적 거래를 중시한다.

 

교토식 경영은 독창적 카리스마를 가진 오너중심의 경영, 이익을 중시하며 무차입 경영을 지향,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틈새 사업에 집중, 세계시장을 지향, 효율을 중시하는 열린 수평적 분업구조를 특징으로 하며 대학과 연계된 네트워크 집적형 클러스터와 교토중심주의, 대인관계의 애매성이라는 교토 특유의 문화가 배경이 되었다. 인간관계에서 겉으로 공격하지 않는 애매성은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존중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며, 지역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신의 것만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폐쇄성은 장인정신으로 발전해 ‘교토식 경영’의 문화적 토대가 되었다. 또한 선배기업이 후배기업을 지원하는 교토의 오랜 전통을 이은 산·관·학 클러스터는 교토기업의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

 

‘교토식 경영’이 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술력, 사업특화, 글로벌 공략의 비즈니스모델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글로벌 틈새시장에 도전하며,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요인이 되었다.

 

둘째, 수평분업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교토기업군단은 기존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서 독자기업 주도의 수평분업구조를 새롭게 형성했고, 중소기업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추구했다.

 

셋째, 기업과 대학이 주도하는 클러스터를 육성해야 한다. 지역클러스터의 발전방향을 명확히 하고 기업과 대학이 협력하여 지역 클러스터를 육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문화의 재발견을 통해 그 가치를 고유의 경영방식으로 창출해내는 것이다.

교토식 경영은 ‘지역’을 잘 활용한 경영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고속 성장기, 전 세계가 일본식 경영에 주목할 때도 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교토문명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와 독창성에 대한 집요한 추구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것이 '교토식 경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이다.

 

 

양 준 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