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 만물박사

폭탄주 백태

부산갈매기88 2010. 7. 28. 07:37

 

폭탄주는 1920년대 불경기 때 미국 노동자들이 고된 일의 고통을 잊어 보려고 맥주와 값싼 위스키를 섞어 적은 돈으로 빨리 취해 보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를 "보일러 메이커(boilermaker)"라 불렀고, 폭탄주의 시작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말에 막걸리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가 있었다. 1830년대 후반의 문헌에 의하면 따뜻한 막걸리 한 사발에 소주 한 잔을 부은 다음 소주가 맑게 위로 떠오르면 마셨다고 한다. 이를 "혼돈주"라 했고, "자홍주"는 붉은 소주를 붓고 붉은 기운이 퍼지기를 기다려 마시는 것이었는데, 한 번에 다섯 잔 이상을 마시지 못하게 하였다. 대만에서는 맥주와 포도주를 섞고 여기에 추가로 불붙인 고량주를 섞어 마시는 "화주"가 있다. 독일에선 큰 맥주잔에 슈남스라는 독한 술을 한잔 섞고 3초 정도 기다린 후 마신다.

 

일본에서는 니혼주와 맥주를 섞은 "잇끼노미"를 폭탄주로 마신다. 폭탄주를 만드는 기법도 다양하여, 맥주잔 위에 젓가락 두개를 얹고 양주잔을 올려놓아 충격을 주어 양주잔이 맥주잔 속으로 떨어지게 하는 기본형을 바탕으로, 이마로 테이블을 받아 양주잔을 떨어지게 하는 "충성주", 잔을 삼각형으로 배열하여 세 개의 폭탄주를 동시에 제조하는 "피타고라스주", 젓가락에 물수건을 던져 양주잔을 떨구는 "물수건주", 쟁반 가장자리에 몇 개의 양주잔을 놓고 쟁반을 당겨 쟁반 가에 걸린 양주잔을 동시에 떨구는 "쟁반주" (특징: 양주잔이 거꾸로 들어감), 14개의 맥주잔위에 종이를 얹고 14개의 양주잔을 올린 다음 종이를 갑자기 빼면서 14개의 폭탄주를 동시에 만드는 "다이나마이트주" 등의 기법이 있는데, 가장 기발한 것은 "용가리주"이다. 용가리주는 맥주잔위에 양주잔을 올리는 것은 기본형과 같으나 젓가락 대신 플라스틱으로 된 음료수 빨대를 사용한다. 바텐더는 75도나 되는 독한 술을 입에 물고 손가락에도 묻힌 다음 손가락에 불을 붙여 불쇼를 하듯 입으로 불길을 내뿜어 그 열기로 빨대를 녹여 양주잔이 맥주잔 속으로 떨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폭탄주의 원리는 무엇인가? 4도의 맥주와 40도의 양주가 섞인 폭탄주는 20도 정도의 술이다. 20도 정도의 술은 위에서 알콜 흡수가 가장 빨리 되는 효과가 있으며, 두 종류의 술이 섞이는 과정에서 탄산화가 진행되는데, 탄산화된 20도의 폭탄주는 50도짜리 독주보다 더 위협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