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귀기울이게 하소서

부산갈매기88 2010. 9. 17. 07:52

귀기울이게 하소서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삭임에

귀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저기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구상 1919~2004,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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