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 둘레길보다 더 아름답다는 환상의 트레킹 코스

부산갈매기88 2010. 10. 29. 17:40
지리산에 물든 단풍

10월의 끝자락. 울릉도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 기후의 변화로 이제 여름과 겨울이 길고, 가을은 그만큼 짧아지고 있는 셈이다. 떠나는 가을을 제대로 음미해보려거든 서둘러 집 밖을 나서야 하겠다. 요즘 단풍의 남하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져 이번 주말이면 지리산자락이 절정을 맞을 차례다. 이즈음 지리연봉을 따라 하강한 단풍 전선이 막 뱀사골 계곡에 내려 앉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만추에 떠나는 지리산 기행은 가을걷이만큼이나 풍성하다. 만산홍엽 단풍 구경에 골골이 담겨 있는 삶의 풍경들이 정겹기만 하다. 남원 뱀사골 와운마을이 그렇고, 주천 구룡계곡 일원과 정령치 오가는 길목 또한 그러하다. 지리산 둘레길보다 더 아름답고 가을의 서정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지리산 단풍트레킹코스를 소개한다.

구룡계곡 폭포 인근

▶단풍 트레킹 코스 1 '구룡폭포 순환코스'

지리산은 장중한 규모만큼이나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그중 전북 남원시 주천면에 자리한 구룡계곡은 산세와 풍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구룡계곡은 만복대, 고리봉, 세걸산으로 이어진 지리산 서북능선의 왼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육모정에서 구룡폭포까지 3km 가량 이어지는 계곡 길은 때 묻지 않은 지리산의 청정 자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때문에 맑은 계곡수를 따라 곱게 물든 단풍 산행을 즐기기에 이만 한 곳이 또 없다.

구룡계곡 트레킹을 다녀 온 이들이라면 이 곳이 지리산 둘레길보다 낫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지리산 둘레길은 무슨 순례길 처럼 변해가고 있다. 물론 워낙 장중한 산세이고 보니 수많은 탐방객을 너끈하게 품고도 남는다. 하지만 가을빛 벗 삼아 그야말로 호젓한 관조의 발걸음을 떼어 놓고 싶다면 육모정~구룡계곡 코스를 추천한다. 덜 알려진 탓에, 그리고 접근도 쉬워 가을 낭만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육모정

산행의 시작은 육모정이다. 춘향묘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북부사무소 구룡분소가 자리한 지역으로 굽이치는 용소와 널찍한 암반에는 6개 기둥을 한 정자 '육모정'이 있다. 인근의 용호서원은 늦가을 노란 은행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육모정에서 정령치 방향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500m 남짓 걸으면 구룡계곡 입구다.

알록달록 온 산이 오색단풍으로 물든 지리산, 그 중에서도 청정수가 흐르는 계곡의 것은 더 화사하다. 계곡 길은 수려한 산세와 깎아 세운 듯한 기암절벽으로 이어진다.

구룡폭포

구룡폭포 까지 가는 동안 바위의 모양이 말구유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구시소', 곡식을 까불리는 키를 닮았다는 '챙이소', 선인이 바둑을 두었다는 '유선대' 등 구룡계곡의 아홉 절경이 펼쳐진다. 유선대에는 물길 옆으로 너른 바위가 나타난다. 산행에 다리쉼을 할만한 장소로, 한소끔 씩 찾아드는 산중 가을바람에 땀방울을 씻어낼 수 있다. 특히 '쏴~'하며 흩날리는 나뭇잎과 간간히 도토리 구르는 소리만이 들리는 산중의 가을 정취란 호젓함 그 자체이다.

지주대를 지나 1km를 채 못가서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구룡계곡의 하이라이트 '구룡폭포'다. 평소 수량이 풍부한 폭포수이고 보니 올해처럼 비가 많은 때에는 그 웅장함이 더하다.

30m 길이의 구룡폭포는 비스듬히 누운 와폭이다. 남원 사람들이 고장의 제1경으로 꼽고 있는 명소로, 9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구룡폭포는 동편제 소리꾼들에게는 성지에 다름없는 곳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득음을 이뤄내는 수행의 폭포로, 송만갑, 박초월, 강도근 등 당대 최고의 국창, 명창들이 웅장한 폭포 소리에 맞서 절세의 소리를 다듬어 냈다.

폭포 주변은 풍광을 속속들이 탐방할 수 있도록 나무 데크와 철제 데크, 현수교(흔들 다리) 등을 마련해두었고, 폭포 주변 기암괴석 사이로 노랗고 빨간 단풍이 드리워져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폭포감상을 마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6km 왕복 트레킹 코스로, 3시간 남짓 걸린다.

내친 김에 최근 남원시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구룡폭포 순환코스'(9.5km)에도 도전할 수 있다. 순환 코스는 육모정~구룡폭포 구간에 지리산 둘레길 제1코스를 더해 육모정으로 되돌아오는 트레킹 길이다. 지리산의 장중한 계곡미와 때 묻지 않은 산촌의 풍광을 함께 접할 수 있어 마니아들 사이 인기다. 특히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을 둘레길의 단점이 보완된 코스로 그다지 멀거나 험하지도 않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북부사무소 구룡분소 정영수 주임은 이 구간을 가족단위 트레커들에게 반나절(4시간) 나들이 코스로 적극 권한다.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폭포에서 나무계단을 통해 산위로 오른 뒤, 숲길을 따라 구룡폭포 주차장에 도착~둘레길인 회덕마을~정자나무 쉼터 ~구룡치~개미정지 쉼터~내송마을~육모정에 이르는 구간을 따라 걸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