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민삿갓의 팔도기행]통영-'동양의 나폴리'를 빛내는 보석 같은 섬들을 가다

부산갈매기88 2010. 11. 24. 10:34
사량도

설악산 암봉을 옮겨놓은 듯한 ‘남해의 용아장성’

통영시 도산면의 가오치 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사량도(蛇梁島)는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 두 개로 이루어진 섬이다. 사량(蛇梁)은 두 섬 사이의 해협이 마치 뱀처럼 구불구불하다 해서 붙은 이름. 이 해협은 오동나무처럼 푸른 강줄기 같다 해서 동강(桐江)이라고도 불린다.

▲ 위) 배에서 바라본 사량도.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암릉이 잘 드러나 있다. 아래) 사량도 지리산 능선에서 바라본 남쪽 해안. 아담한 돈지항이 그림처럼 예쁘다.
사량도는 16km 정도 되는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차량으로 돌아보는 데는 1~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사량도에선 지리산(398m) 산행을 꼭 해보자. 지리산의 본래의 이름은 지리망산(智異望山). 이곳에 오르면 북서쪽 저 멀리 육지의 지리산(1,915m)이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요즘은 ‘망’자를 빼고 그냥 지리산으로 부르고 있다.

섬 산이면서도 설악의 용아장성을 축소해 놓은 듯한 옹골찬 암릉은 한려해상의 아름다움을 한껏 빛내준다. 배를 타고 사량도로 들어가다 멀리 암릉이 보이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불쑥불쑥 솟은 암봉과 능선은 마치 ‘수반에 얹은 수석’처럼 아름답기 때문에 더하다. 그렇지만 높이가 400m도 안 되는 산이라고 우습게보면 절대 안 된다. 매년 한두 차례 추락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암릉이 제법 날카롭기 때문이다.

금평항에 배가 도착하면 돈지행 버스가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 버스를 타면 10여 분만에 산행 들머리인 돈지마을에 닿는다. 아담한 돈지분교 정문 왼쪽으로 난 길을 따르면 산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빽빽한 숲길의 가파른 비탈을 20~30분쯤 오르면 숲이 걷히면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쪽의 눈앞으론 쪽빛 바다 너머로 사천 와룡산이 가깝고, 그 너머로 육지의 지리산 천왕봉이 아련하다. 남쪽을 돌아보면 둥글게 해안선을 이룬 돈지항이 작은 연못처럼 아름답다.

능선에 붙은 다음엔 계속 동쪽으로 간다. 왼쪽 어깨 너머로는 사천, 지리산에 시선을 빼앗기고, 오른쪽으로는 돈지항 너머의 망망대해에 마음을 빼앗긴다. 가끔 돌아보면 수우도 너머로 남해도, 창선도가 여전히 뒤따르고 있다. 능선길을 이렇게 1시간쯤 헤엄치듯 걷다보면 어느덧 지리산 정상. 조망이 좋다.

지리산 정상에서 사량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불모산(달바위봉, 399m)까지 사방으로 조망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 약간 아슬아슬한 바위지대를 지나면 ‘달바위 400m’란 표석이 있는 불모산 정상. 역시 조망이 좋다.

이후로 산길은 거칠어진다. 가까이서부터 메주봉, 톱바위, 가마봉, 향봉(탄금바위), 그리고 뾰족하게 솟은 옥녀봉…. 각각 옹골차고 암팡진 모습의 암봉들이다. 감히 설악의 용아장성에 빗대 ‘남해의 용아장성’이라 불러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불모산 바윗길을 내려서면 이제 메주봉, 가마봉, 탄금바위, 옥녀봉이 남아 있다. 예전엔 담이 약한 노약자들은 여기서 왼쪽(북쪽)의 대항마을로 하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근 계단을 만들고 우회로도 정비한 덕에 예전보다는 안전하므로 경험자와 동행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다.

사량도 지리산의 여러 코스 중 돈지마을~지리산~촛대바위~불모산~메주봉~가마봉~향봉(탄금바위)~옥녀봉~금평항 코스는 가장 길게, 그리고 가장 제대로 사량도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는 코스다. 불모산(달바위)∼옥녀봉 구간은 뾰족뾰족 솟은 암봉이 많아 조망이 좋으면서도 추락 위험이 높다. 최근 쇠사다리나 밧줄 등 안전시설을 잘 갖춰놓았고, 우회하는 짧은 길도 정비해 놓은 덕에 예전보다 비교적 안전하게 산행에 나설 수 있다. 이 코스는 8km밖에 안 되지만 암봉 구간에서 의외로 시간을 많이 빼앗기므로 산행 시간을 넉넉하게 5시간 정도로 잡는 게 좋다.

만약 사량도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 옥동마을~성자암~촛대바위~불모산~가마봉~향봉(탄금바위)~옥녀봉~금평항 코스를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 이 경우 3시간~3시간30분 정도면 무난하다.

배편>> 통영(가오치항)→사량도(금평항)=가오치(통영시 도산면 오륜리) 여객선터미널에서 평일엔 2시간 간격 6회(07:00~17:00), 3~10월 주말엔 1시간 간격 11회(07:00~17:00) 운항. 요금 편도 4,500원, 승용차 1만3,000원. 전화 055-642-6016 사량수협 홈페이지 www.saryangdo.com 사량면사무소 055-650-3620.
사량도(금평항)→통영(가오치항)=평일엔 6회(08:00~18:00), 3~10월 주말엔 11회(08:00~18:00) 운항.
삼천포항→사량도(내지)=사천시 동금동 여객선터미널에서 하계(07:00, 11:00, 14:30, 17:30), 동계(07:30, 11:00, 13:30, 16:30) 매일 4회 운항. 요금(편도) 대인 4,000원, 소인 2,000원. 승용차 1만2,000원. 전화 055-832-5033 일신해운 홈페이지 www.ilshinferry.com
사량도(내지)→삼천포항=매일 하계(07:40, 11:40, 14:40, 18:20), 동계(08:10, 11:40. 14:10, 17:20) 4회 운항.

현지교통>> 사량도 금평항에서 돈지행 마을버스가 배시각에 맞춰 매일 6회(06:30, 07:50, 09:50, 11:50, 15:50, 17:50) 운행한다. 요금 1,000원. 버스기사 전화 010-5166-8684.

숙식>> 사량도엔 숙식할 곳이 많다. 가장 큰 마을을 이루고 있는 금평항엔 사량섬유스호스텔(055-641-8247), 사량여관(055-642-6056), 신형제식당(055-643-3876), 우리식당(055-642-6103), 미화횟집(055-648-7006), 대가식당(055-642-7259) 등 숙식할 곳이 많다. 금평항 부둣가엔 포장마차형 횟집이 늘어서 있다.
이 외에도 돈지항의 우리횟집(055-644-9331), 사금횟집(055-642-7162), 대항의 자연산횟집(055-641-7588), 사량비치횟집(055-641-7729), 옥동마을의 옥동횟집(055-642-7328) 등에서 숙식이 가능하다.

 


[ 통영 섬여행 가이드 ]

여객선터미널은 통영항, 가오치, 삼덕에 있어… 운항 정보 확인 필수

섬 여행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여행 전에 여객선터미널에 전화해 출항 정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또한 통영의 여객선터미널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헤매지 않는다. 통영의 여객선터미널은 통영항, 가오치, 삼덕 이렇게 세 군데에 있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경남 통영시 서호동 316)은 시내 통영항에 위치한다. 흔히 그냥 여객선터미널이라 말하면 이곳을 지칭한다. 한산도, 소매물도, 연화도, 욕지도 가는 배가 여기서 출항한다. 전화 055-642-0116~7.

▲가오치 여객선터미널(경남 통영시 도산면 오륜리)에선 사량도행 여객선이 떠난다. 통영항에서 승용차로 40~50분쯤 거리에 있다. 전화 055-642-6016.

▲삼덕 여객선터미널(경남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에서도 욕지도행 여객선이 출항한다. 통영항에서 승용차로 20분쯤 거리에 있다. 전화 055-643-8973.

또 자동차를 갖고 섬에 들어갔을 때엔 나오는 배편을 반드시 예매해야 한다. 차량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라 주말·명절 등 차량이 많이 몰릴 때는 차량을 싣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산도, 연화도, 욕지도, 사량도는 모두 차량을 갖고 들어갈 수 있다.

문의 : 통영시청 관광과 055-650-4623 홈페이지 www.gnty.net 통영관광안내소 055-650-4690~3.


/ | 글·사진 민병준 sanmin@empal.com  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