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소중한 친구의 희망의 말

부산갈매기88 2009. 4. 29. 07:27

종교의 자유가 금지된 한 나라의 작은 마을에 가톨릭을 몰래 전파하는 신부가 있었다.

 

그 신부는 마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전파하다가 그만 경찰에 잡히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다.

 

신부와 절친한 사이였던 그 마을의 이발사는 신부가 너무나 걱정이 되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수용소에 있는 신부를 만날 일념으로 무작정 떠났다. 이발소는 다행히도 수용소에서 죄수들의 머리를 깍아주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죄수들에 대한 감시가 심했기 때문에 이발사는 죄수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는 친구인 신부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수용소에서의 힘든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머리를 깍기 위해 대기실로 들어온 신부를 만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눈빛만 쳐다볼 뿐 아무런 말도 나눌 수 없었다.

 

신부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한 이발사의 손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친구인 신부에게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삼엄한 감시 속에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용기를 가지라고,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때 갑자기 이발사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이봐, 턱을 들어!”

 

이발사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했다.

“턱을 똑바로 들고 앞을 보란 말이야!”

 

턱을 세운 신부는 이슬이 잔잔하게 담긴 친구의 눈을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다.

‘고맙네 친구! 턱을 빳빳이 들고 이 무서운 곳에서 꼭 살아남겠네.’

 

이발사는 3년 동안 수용소에서 그 일을 계속했다. 비록 몇 개월에 한 번씩 이루어진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때마다 이발사가 신부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이봐, 턱을 더 들어! 힘껏 들란 말이야!”

 

그렇게 또 3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수용소에서 나온 신부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친구의 말을 들으며 용기를 다시 갖곤 했지요. 아마도 그 친구의 그 한마디 말이 없었다면 저는 이렇게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을 겁니다.”

 

친구 또한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아픔과 슬픔까지 감싸 안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법이다.

 

 

이가출판사 <참 행복한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