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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신: 마르코프의 암살사건의 열쇠

부산갈매기88 2009. 5. 8. 07:49

1978년 9월 7일 저녁, 불가리아의 반체제 인사인 게오르기 마르코프는 런던의 BBC 방송국으로 가기 위해 국립극장 옆을 지나고 있을 때 오른쪽 허벅지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낯선 남자가 들고 있던 그 우산 끝이 그의 다리를 찌른 듯 했다. 통증은 금방 사라졌고, 마르코프는 그대로 방송국에 도착해 무사히 일을 마쳤다. 그리고 그 일은 완전히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그는 고열에 시달렸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증상은 더욱 악화되어 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백혈구가 급속하게 증가해 패혈증으로 발전해 있었다. 그리고 달리 손을 쓸 도리가 없이 4일 후에 마르코프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의 죽음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시체를 해부한 결과, 마르코프의 대퇴부에 직경 1.5mm의 금속 탄알이 발견되었다. 이 금속 탄알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었는데, 놀랍게도 탄알 내부에서 독약이 검출되었다. 독약을 분석한 결과, 대극과(科)의 식물인 아주까리씨에서 추출한 맹독 단백질인 ‘리신(ricin)'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극과에 속하는 아주까리는 열대지방에 자생하는 식물로 이 씨에서 짜낸 것이 이른바 피마자유(油)인데 설사제로 쓰인다. 피마자유를 짜고 남은 찌꺼기에는 맹독 리신이 들어 있다. 

 

마르코프는 불가리아 공산당 간부의 부패를 규탄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망명국인 영국에서도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고국의 당 간부들에 대한 비판을 계속했다. 마르코프의 죽음은 이런 그의 활동을 달갑지 않게 여기던 당 간부가 보낸 킬러에 의한 알살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리신은 지상 최강의 독이라고 하는 보툴리누스균에 필적할 만한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 인체의 추정 최저 치사량은 체중 1kg당 0.03mg이다.

 

리신은 즉효성이 있는 신경 독과는 달리, 복용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그 효과가 나타난다. 투여방법과 투여량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호흡곤란, 발열, 기침, 구역질, 신체 경직 등이 일어나고 티아노제(혈액 속에 산소 부족으로 일어나는 현상), 혈압강하를 거쳐 죽음에 이르기까지 36시간에서 72시간 정도 걸린다. 리신은 매우 안정된 물질로 손에 넣기 쉬우며, 에어로졸로 살포할 수 있어 화학병기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

 

2003년 가을 백악관 앞으로 온 편지에서 파우더 형태의 물질이 검출되어 조사한 결과, 리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나까 마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