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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이 남자. CF, 방송, 기사로 낯이 익다. 사람만 좋아 보이는데 '오뚝이 기업가'에서 성공 전도사, 인기 강사, 사회사업가로 몸집을 끊임없이 키우고 있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이 한 방으로 2010년 대한민국 최고의 CF 스타 자리에 오른 천호식품 김영식(60) 회장.
부산일보는 일찍이 '주목! 이 사람' 코너에서 김 회장을 만나(2009년 2월 18일자 16면), 그의 돌풍을 예고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그가 몰고 온 태풍의 눈 속으로 '人+間'이 들어갔다.
-지난해 직접 출연한 산수유 CF가 초대박이 났다. 매출 급신장은 물론 유행어가 되어 드라마, 코미디, 시사만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도 패러디되고 있다. 그동안 김 회장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내가 많이 떴다(웃음). 한번은 목욕탕 옆 사람이 서서 온통 비눗물을 튀기며 샤워를 했다. 인상을 쓰며 한 마디 하려는데 이 양반이 "산수유 회장님 아니십니까"라며 먼저 말을 걸었다. 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꼬리를 내렸다. 또 한 번은 처음 가는 식당에서 여자 종업원이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그 분이 마침 우리 회사 고객이라고 해서 끼고 있던 창립 기념 회사 시계를 그 자리에서 풀어줬다. 그 분이 감전된 것처럼 떠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엘리베이터를 타도 그 안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사실이 무섭다.
우리 회사 고객이 70만 명이고, 자전적 자기 계발서 '10미터만 더 뛰어봐'가 30만 부 판매됐다. 여기다 CF가 가세하며 시너지 효과가 생겨 하루에 강연 요청이 평균 3∼4건이 들어온다. 지금은 최소 500명 단위 이상만 골라서 한 달에 강연을 3∼4건 한다. 강연을 하면 사람들이 많이 운다. 왠지 아나? 이 세상에서 가장 겁나는 것이 진실된 말이다. 진솔한 말을 하면 가슴에 와 닿는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는 "공무원 여러분은 월급이 잘 나오죠. 기업인이 어떻게 기업을 하는지 아십니까. 한 기업인 이야기를 들어보시라"며 시작한다.
외환위기 때 쫄딱 망해 수십억 빚더미
밥 대신 소시지로 허기 달래며
매일 새벽 6시 도시철도서 전단 돌려
'쑥 제품'에 미친 지 23개월, 마침내…
-주변에 보이는 모든 걸 다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마케팅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산수유를 보내 감사 편지를 받았고, 외국 손님이 오면 그 나라 대형 국기를 내걸어 환영한다고 들었다. 책에 보니 4박 5일 국토 종단 사이클 대장정을 해서 아내의 눈물을 자아냈더라. 참 유별나다. 남들이 모르는 비장의 마케팅법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공개해 달라.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 토론자로 갔을 때의 일이다. 토론을 마치고 오찬이 열렸는데 이명박 대통령 바로 옆에 앉게 되었다. 지켜보다 대통령이 밥을 씹어서 목에 넘어갔다 싶으면 대통령에게 칭찬을 하고 또 질문을 했다. 대통령이 기업인 1천200명에게 CIP카드(기업인우대카드)를 지급해 공항에서 바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해 줘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덕분에 건배 제의까지 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부자가 되려면 아기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뜻으로 내가 "생기는대로"를 선창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막나라(막 낳아라)!"를 따라하게 했다. 나오는데 대통령이 손을 잡으며 "천호는 잘 되겠어요"라고 하더라. 이날 사실 오찬장에서는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굶었다. 사람이 한 끼를 안 먹었다고 굶어죽지 않는다. 행사를 다 마치고 한 방송국 지하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5천 원짜리 우동을 사먹었다. 그날 나는 대통령과 1시간 동안 독대를 한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기회가 오면 잡는다. 생각해 보라,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누가 이렇게 마케팅을 했겠는가.
-세 자녀를 출산한 사원의 가족사진을 잘 보이게 걸어 둔 것을 보았다. 만삭의 여직원이 점심 시간에 사내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임신을 하면 눈치를 봐야 하는 다른 회사 분위기와 정말 달라 보인다. 천호식품은 출산 장려로 기업 사회공헌의 새로운 롤모델을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구가 바로 국력이다. 대한민국이 부자가 되려면 우선 인구가 많아야 한다. 출산이 장려되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국가의 존립이 걸린 인구 문제에 대해 기업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회사는 첫째를 출산하면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 1천220만 원을 양육비로 지원한다. 또한 직원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어린이집에서부터 대학까지 양육비와 교육비도 지원한다.
이런 취지는 비단 회사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출산 장려 캠페인도 시행하고 있다. 카페 '뚝심이 있어야 부자 된다(cafe.daum.net/kys1005)'를 통해 지난 2년간 세 자녀 출산장려금으로 250명에게 20만 원씩 열 달 동안 총 5억 원을 지급했다. 올해도 카페를 통해 둘째를 출산하는 선착순 683명에게 100일치 기저귀를 지원하고 있다.
-카페 회원 수가 5만 8천 명이 넘더라. 회원들은 성공을 꿈꾸는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무엇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나. 성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공이란 목표로 정한 걸 달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직원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가장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돈도 많이 벌어야 남도 도울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은 생각하면 바로 행동에 옮긴다. 성공하고 싶다면 기본을 지켜라, 약속시간 15분 전에 나타나는 사람은 반드시 인생이 풀리게 되어있다.
기댈 데가 있는 사람, 기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못난 사람이나 운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운은 발뒤꿈치에 있다. 정말 열심히 뛰다 보면 발뒤꿈치에 있는 운을 만나게 된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는 6개월만 더 이를 악물고 해 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100도가 되면 임계점을 넘어서 물이 끓는데, 99도까지 갔다가 1도를 못 참고 그만두는 사람이 참 많다.
"상상을 습관화하면 참 좋은데~
난 휴대폰 화면에 목표 저장하죠
노벨의학상 타고 싶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참"
-인생이 롤러코스터 드라마 같다. 부산에서 내로라할 만큼 돈을 벌었다 사업이 실패해 빚더미에도 앉았다. 다시 천호식품을 연매출액 1천100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나.
△1994년 무렵 부산에서 현금 보유율이 100위 안에 들 정도로 돈을 벌었다. 사업을 확장하다 IMF 외환위기 때 순식간에 22억 원의 빚더미에 앉아 사무실에서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다. 밥 사먹을 돈이 없어서 600원짜리 소시지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모두가 떠나갔을 때 한 사람 남아서 도와준 사람이 아내다. 결혼반지를 팔아 마련한 130만 원으로 재기에 나섰다. 남아있던 강화쑥 제품을 팔기로 했다. '쑥을 팔자, 못 팔면 죽는다'고 보이는 곳마다 써놓았다. '쑥 쑥 쑥 자로 끝나는 말은, 이 쑥 저 쑥 들쑥날쑥, 와이셔츠도 쑥색, 넥타이도 쑥색'이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다. 매일 새벽 6시 서울 강남역에서 홍보 전단지를 돌렸다. 비행기를 탈 때도 눈총을 받아가며 좌석마다 홍보 전단을 꽂았다. 쑥에 완전히 미쳐 일을 해 23개월 만에 빚 22억 원을 다 갚았다.
그 일을 계기로 기업가로서 꼭 경계해야 할 것 2가지가 생겼다. 비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와 무리한 투자는 안 한다. 또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사업 아이템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를 하라는 유혹도 받는다. 하지만 내 밥그릇은 내가 잘 안다. 욕심을 내 많이 담으면 밥그릇이 깨진다. 마늘 장사, 산수유 장사, 국민건강 전도사가 내 몫이다.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오뚝이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했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오뚝이 정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것 같다. 휴대폰 바탕 화면에 늘 목표를 적어두는 것으로 들었다. 지금 휴대폰에는 무엇이 적혀있는가.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언젠가 아르바이트생이 휴대폰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 거기에 '정직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적혀 있었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일을 잘한다. 당장 내일부터 바로 정직원으로 일하라고 했다. 그 친구 일을 잘 하고 있다.
지난해 목표는 '중국 수출 대박'이었다. 5월에는 내 책이 중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될 예정이다. 중국어 발음을 우리말로 적어서라도 중국어로 강연을 해 중국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겠다. 지금 휴대폰에는 '노벨의학상에 도전한다'고 적혀있다. 이게 불가능해 보이나? 태양광을 이용하는 천호에너지회사를 만들거다. 태양광과 관련해서 연구할 생각으로 지난 3월에 카이스트 최고경영자 과정에 새로 들어갔다. 태양열이 원적외선으로 가도록 만들어서 체온을 1도 높이는 제품을 만들거다. 체온이 높아지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사람들이 암에 걸리지 않게 만들면 노벨상감이 아닌가. 상상을 습관화하면 성공한다. 내 운명은 대한민국을 부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사장이 팔지 못하면 직원들도 못 판다고 믿는다. 자신이 개발한 신제품을 띄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도취되어야 하고, 크든 작든 아이디어를 내어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CEO보다 영업사원 같은 그가 어느 날 카페에 올린 글을 보면 얼마나 도취되어 있는지, 얼마나 그걸 즐기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
'난 지금 김포공항이다. 카페에 글을 올리고 도구 메뉴에 들어가 공항의 컴퓨터마다 초기화면을 천호식품으로 설정을 바꾼다. 즐겁다. 먼발치에서 다른 사람들이 컴퓨터를 만지는 모습을 본다. 가끔 어떤 이는 천호식품 홈피를 자세히 보는 사람도 있고, 바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즐겨라 오늘을~.'
글=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김경현 기자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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