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운명은 내 손안에 있다.

부산갈매기88 2009. 2. 19. 11:08

남편의 열쇠 때문에 의심이 시작된 여인이 있었다.

남편은 원래 네 개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대문 열쇠 두 개와 방 열쇠, 그리고 사무실 열쇠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그의 주머니에는 열쇠 하나가 더 있었다.

 

그녀는 의심이 가기 시작하자 남편의 전화를 추적하고 그의 사무실에 불쑥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남편의 물으면 함께 퇴근하려고 들렀다면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였다.

 

밤낮 계속된 추적 끝에 그녀는 드디어 그 열쇠의 용도를 알아냈다. 그것은 은행 보관함 열쇠였다. 끝까지 추적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남편의 열쇠를 몰래 훔쳐서 다음날 아침 은행을 찾아갔다.

열쇠를 보관함의 작은 구멍에 넣고 돌렸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보석함이었다. 그 안에는 그들 부부가 처음으로 같이 찍었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연애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녀가 연애시절 남편에게 푹 빠져 있을 때 보낸 스물여덟 통의 편지였다.

 

보석함을 들었더니 그 아래에는 보험증서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유서가 눈에 띄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양명산의 별장과 은행 저축의 20%는 부모님께 남긴다. 저축의 10%는 형에게 남긴다. 보험금의 30%는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그리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동산과 부동산에는 전부 같은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서은 바로 그녀의 이름이었다.

 

모든 의심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남편이 사랑한 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감이 없었음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집에 돌아가려고 보관함의 물건들을 챙기는데, 보험증서들 사이에서 편지 한 통이 떨어졌다. 그러자 사라졌던 의심이 다시 꿈틀거렸다. 그녀는 재빨리 편지를 꺼냈다. 그것은 진단서였고 이름 칸에는 남편의 이름이, 병명 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골수암 중기’

 

운명은 내 손안에 있다. 다른 사람에 때한 신뢰는 때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지의 전제조건이 된다.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열쇠가 하나씩 있다. 그 열쇠의 이름은 ‘의심’이다. 만일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 헤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후회는 사라질 것이다.

 

<인생에 리허설은 없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