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市 엄마들의 ‘역사교과서 투쟁’
“우리 애가 반듯한 역사를 배운 국제인이 되기를 바랄뿐입니다.”일본 수도권인 요코하마(橫濱) 시의 엄마들이 극우세력이 만든 왜곡 역사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구 360만 명의 요코하마 시는 8월 초로 예정된 중학교 역사교과서 선정에서 우익 교과서를 채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지자체다. 저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요코하마 교과서 채택 연락회’는 우익교과서 채택 저지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사회의 보수화 경향과 학부모들의 무관심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힘겨운 투쟁 나선 학부모들
“교과서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손쉽게 접하는 책이잖아요. 인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요. 그럴수록 정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거죠.”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연락회 회원인 미야마 히로미(三山弘美·43) 씨는 31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우익교과서 채택 저지 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하지도 않았다. 미야마 씨가 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애써 키운 자식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어른으로 커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이들이 연락회를 만들어 조직적인 왜곡교과서 저지 투쟁에 나선 것은 2009년 8월 무렵. 당시 교과서 선정을 담당하는 요코하마 시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든 지유샤(自由社)의 역사교과서를 선정했다. 이후 2년에 걸쳐 요코하마 시에는 18개 구별로 ‘역사교과서 문제를 생각하는 모임’이 생겨났고 연락회 회원과 합쳐 200여 명이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3월 말 교과서 검증을 통과한 우익교과서가 지유샤뿐 아니라 ‘이쿠호샤(育鵬社)’까지 2종으로 늘어난 데다 전체 6명의 교육위원 가운데 2009년 우익교과서 채택을 주도했던 교육위원장 등 교육위원 4명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연락회 회원이자 전직 중학교 사회교사인 가쓰노 다다요시(勝野忠義·79)씨는 “교육위원들이 일선 교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교과서를 선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교과서는 각 학교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왜곡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요코하마 시의 엄마들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미화하고, 일본 역사를 우월시한 나머지 이웃 국가를 낮춰보는 듯한 역사 기술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야마 씨는 “문제의 교과서들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고 표현하면서 아시아 해방을 위한 전쟁처럼 미화하고 있다”며 “전쟁으로부터 얻은 소중한 교훈인 반전평화, 핵무기 폐기, 재일 외국인에 대한 차별 철폐를 왜곡교과서는 교과서에 기록해서는 안 될 ‘유해첨가물’로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야마 씨는 “왜곡교과서는 국제분쟁을 대화와 타협이 아닌 군사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며 “1930년대 교육을 받은 80세 할아버지가 마치 군국주의 시대 교과서를 다시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유샤와 이쿠호샤 역사교과서에는 한국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왜곡 사례가 많다. 일본 시민단체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유샤교과서는 “일제시대 조선에 학교도 지어주고 일본 교육과 함께 한글 교육을 실시했다”며 강제병합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 이쿠호샤교과서는 “조선과 중국이 자력으로 근대화가 불가능해 일본이 근대화를 도와줬다”고 쓰고 있다.
○ “학부모의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
연락회는 앞으로 왜곡교과서 채택 저지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요코하마 시뿐 아니라 일본의 지자체들은 내년부터 사용할 중학교 교과서를 8월까지 선정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학부모들의 무관심과 일본 사회 내의 뿌리 깊은 냉소주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미야마 씨는 다른 학부모들에게 왜곡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교과서에 틀린 게 있어요?” “틀린 게 있으면 선생님이 알아서 제대로 가르치겠죠”라는 무성의한 대답뿐이라고 했다. 자녀의 교과서를 살펴볼 정도로 관심을 갖는 학부모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심지어 교과서가 어떻게 채택되는지조차 모르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다. 미야마 씨는 “우익교과서 저지운동은 우익이냐 좌익이냐의 정치적 당파성 문제가 아니라 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 찾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요코하마=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왜곡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요코하마 시의 엄마들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미화하고, 일본 역사를 우월시한 나머지 이웃 국가를 낮춰보는 듯한 역사 기술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야마 씨는 “문제의 교과서들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고 표현하면서 아시아 해방을 위한 전쟁처럼 미화하고 있다”며 “전쟁으로부터 얻은 소중한 교훈인 반전평화, 핵무기 폐기, 재일 외국인에 대한 차별 철폐를 왜곡교과서는 교과서에 기록해서는 안 될 ‘유해첨가물’로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야마 씨는 “왜곡교과서는 국제분쟁을 대화와 타협이 아닌 군사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며 “1930년대 교육을 받은 80세 할아버지가 마치 군국주의 시대 교과서를 다시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유샤와 이쿠호샤 역사교과서에는 한국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왜곡 사례가 많다. 일본 시민단체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유샤교과서는 “일제시대 조선에 학교도 지어주고 일본 교육과 함께 한글 교육을 실시했다”며 강제병합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 이쿠호샤교과서는 “조선과 중국이 자력으로 근대화가 불가능해 일본이 근대화를 도와줬다”고 쓰고 있다.
○ “학부모의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
연락회는 앞으로 왜곡교과서 채택 저지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요코하마 시뿐 아니라 일본의 지자체들은 내년부터 사용할 중학교 교과서를 8월까지 선정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학부모들의 무관심과 일본 사회 내의 뿌리 깊은 냉소주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미야마 씨는 다른 학부모들에게 왜곡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교과서에 틀린 게 있어요?” “틀린 게 있으면 선생님이 알아서 제대로 가르치겠죠”라는 무성의한 대답뿐이라고 했다. 자녀의 교과서를 살펴볼 정도로 관심을 갖는 학부모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심지어 교과서가 어떻게 채택되는지조차 모르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다. 미야마 씨는 “우익교과서 저지운동은 우익이냐 좌익이냐의 정치적 당파성 문제가 아니라 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 찾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요코하마=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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