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 만물박사

북한에선 결혼식을 어떻게 할까?

부산갈매기88 2011. 6. 28. 08:04

결혼식. 없는 살림속에서도 부모님들이 자식 시집,장가를 보내시려고 한생을 바쳐서 일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매나 연애결혼으로 이루어지는 북한의 결혼식….양가의 부모님들이 합의하에 결혼 날자를 잡아놓고 그 결혼식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리신다.

 

 

우선 먼 친척들에게 편지로 결혼 날짜를 알리고…..제일먼저 준비하는 게 결혼식 때 잡을 돼지다.

 

몇 십 년 가야 집에서 한번도 돼지고기라는 걸 먹어보지 못하고 살면서도 그날만은 통돼지를 잡아서 큰상에 올려놓고 싶으신 게 부모님들의 심정이다.

 

도시에서는 돼지를 사서 쓴다지만 시골에서는 직접 정성스레 키워서 대사를 치른다…

 

결혼식 날짜에 맞추어 칠팔십키로그램짜리 돼지를 결혼 3일전에 잡아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동네사람들도 모여서 잔치집에 일을 도와주고……하루 종일 지짐을 부치는 아줌마…..떡김을 올려서 쫄깃쫄깃한 떡을 만드는 어머니들……한켠에서는 돼지뼈를 탕쳐서 밀가루반죽에 섞어 동그랗게 빚어서 탕을 만드는 아저씨……순대를 만드는 아버지들…….분주하게 돌아간다.

 

여기처럼 결혼날짜 잡아놓고 한가하게 뷔페에 가는 게 아니라 몇일 밤을 새워가며 음식을 만들고 떡을 쳐대고 해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결혼 하루 전날 사람들이 부조들을 들고 들어온다.

 

10원…..황소가 나무에 올라가 피리 불던 때의 일이다.(북한에서는 아주 옛날의 일을 이렇게 표현한다.)

 

올해 북한의 옥수수가격이 1400원까지 올랐다고 하고 쌀 가격은 2500원을 넘겼다고 한다….

 

보통 시골에서는 쌀 한 되, 아니면 옥수수 한 되를 들고 간다. 쌀 한 되는 2키로이고 옥수수 한 되는 1.7키로이다 …….그러니 부조값을 계산하면 거의 5 천원 정도 들고 간다는 셈이다.

 

내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돈 백 원만 가져와도 큰 걸로 생각했었는데 2년 만에 이렇게 북한의 돈도 휴지조각이 됐나보다.

 

대문밖에 서서 들어오는 부조를 받는 주인집아저씨의 발길이 분주하다.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려고 사람들이 몰려온다….그나마 부조가 없어서 못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술은 좀 후한 집은 요구하는 대로 내놓지만 쪼잔한 집은 반병도 안준다. 술도 집에서 직접 담그어서 다들 쓴다……나도 집에서 술 만드는걸 많이 봐서 그런지 지금이라도 잘 만들거 같다….ㅎ
 
잘 만들면 괜찮지만 조금만 온도조절,기간을 잘못맞추면 술이 시게 나오기도 하고 또는 달게,또는 쓰게….또는 가마에 다 늘어붙어서 탄내가 많이 날수있다…

 

그렇게 만든 술도 좀 많이 먹어볼까하고 잔치집에 왔지만 풍족하게 못 먹으면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고 많이 마시면 패거리싸움에 온천지에 다 게워놓는 사람….한쪽에서는 노들강변을 부르는 사람 천태만상이다….

 

아무 대사집에 가서나 찢어진 신이건 성한신이건 가슴속에 품고 들어가야지 엄동설한에도 맨발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일이 발생한다…….

 

그 다음날에는 아침부터 상을 차린다….

 

넒고 긴 책상을 구해다가 위에다가 흰보자기를 펴고 그 위에다가 여러 가지 음식들을 잔뜩 차려놓는다…..

 

가운데는 닭두마리 입에다가 고추를 끼워 놓는가하면 담배를 물려놓고…….떡을 높이 쌓아 묘향산 보현사구층탑처럼 쌓아놓고……무로 꽃을 만들어 예쁘게 단장하고……그날만큼은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쌓아 올려놓고……..

 

 

납북된 김영남(45) 씨가 2006년 12월 금강산호텔 2층에서 어머니 최계월(82) 씨에게 차려준 ‘북한식 팔순상’이 전통음식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잔칫상은 조선시대의 전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귀하고 비싼 음식을 높이 쌓아올리는 것을 정성으로 여겨 이런 독특한 상차림을 내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①수박은 금강산을 형상화한 듯 산 모양과 학, 태양을 표현했다. 수박껍질에 ‘축 80돌’이란 글씨를 새겼다. ②토종닭은 남북한 모두 잔칫상차림에 자주 올라간다. 수탉의 볏을 그대로 살렸다. ③증편은 멥쌀가루를 막걸리로 반죽해 발효시켜 만들었다. ④문어는 삶아서 모양 그대로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릇에 앉혀 놨다. ⑤털게찜이 잔칫상에 올라간 것이 이색적이다. 털게는 북한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며 대하도 귀한 음식이어서 올린 듯하다. ⑥신선로는 보통 유기나 은기를 사용하는데 돌로 만들고 문양까지 새겼다. 신선로는 전통 음식 중 백미. ⑦빈대떡은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북한의 대표 음식. ⑧배사이다는 북한의 명물. (도움말: 전주대 문화관광대 전통음식문화전공 차경희 교수, 전희정 숙명여대 한국전통음식연구원 자문교수)

 

결혼식풍습도 북쪽(함경도쪽)은 찾아오는 손님들을 국수를 먹여서 대접한다고 한다. 그러나 앞쪽(황해도쪽)은 밥,떡, 국수 등 손님이 원하는 대로 내놓는다.

 

그래서 잔치나 환갑은 앞쪽이 더 질적으로 한다고 한다.

 

결혼식상도 앞쪽은 다 먹을 수 있게끔 차려놓지만 북쪽은 과즐 같은 것에다가 물감을 들여서 얼기설기 쌓아놓고 떡도 대야에다가 통짜로 담아서 올려놓고 문어 가운데 하나 놓고 그렇게 한다고 한다…….

 

결혼식은 먼저 신부집에서 한다….아침 일찍 신랑이 차를 하나 빌려가지고 신부집으로 향한다……

 

북한에서 직접 만든 “승리58”같은 화물차나 하나 빌려서 가는 날은 거의 죽음이다…..

 

북한이 평안남도 덕천군에서 자체생산하고 있는 승리58 화물차. 58년에 첫 제품이 나온 이래 외형은 거의 변화되지 않았다. 한국 기준으로 볼 때 연비는 말도 못할 정도로 낙후하다. 이마저도 최근엔 자재가 없어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속 번호판은 군용자동차들이 다는 번호판이다.

 

북한에서는 결혼식을 거의 겨울에 한다….왜…여름에는 먹을 게 없으니까…….

 

연기를 실실 내뿜으면서 시속 30키로나 될까말까한 속도로 달려가다가 다야가 터져나가는가 하면 올림받이에선 올라가질 못하지…….신부집이 조금만 멀어도 신랑이 처갓집에 도착할 때쯤 되면 거의 언 동태되기가 일쑤이다……

 

따라가는 들러리들(친한 친구 5~6명)들은 그래도 술김에 좋다고 차위에서 “도시처녀 시집와요”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미친것처럼 춤을 춰댄다……

 

겨우겨우 신부집에 도착해서 큰상을 받고 사진을 찍고 노래를 몇마디씩 하고 밥을 먹고는 급히 차에 올라 신랑집으로 향한다….

 

올 때는 신부들이 이불장. 찬장. 농. 각종 세간들을 잔뜩 싣고 온다….신부측에서도 들러리들이 따라온다…..

신랑측 들러리들이 먹을것을 본 하이에나처럼 신부측들러리들을 둘러싸고 괴롭히기가 일쑤이다…..이렇게 간고하게 도착해서 신랑집에서 큰상을 받고 밥을 먹고 사진을 찍고 그담부터는 밤이 새도록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고 난리브루스이다……

 

눈치없는것들이 신랑을 술을 잔뜩 먹여서 첫날밤을 정신없이 입을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자다가 날이 밝는게 기본이다……

 

돌생일도….환갑도 다 이렇게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정성껏 상을 차려서 치르어진다.

 

 

-필자 봉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