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름휴가 특집 2- 해외여행 : 필리핀 팔라완

부산갈매기88 2011. 7. 6. 11:58


코스가 정해진 패키지여행에서 한 발짝 벗어나와 현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 때로는 유명한 절경을 보는 것보다 훨씬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이름난 경치야 클릭 몇 번이면 사진으로 금세 찾아볼 수 있지만 현지인들의 삶은 그 속에 들어가 접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법. 이번 필리핀의 팔라완 여행이 그랬습니다.

   
사진제공 = 필리핀관광청
관광지 몇 곳을 포기하고 오후 일정을 통째로 들어내 다운타운과 재래시장 빈민촌을 들른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를 맡고 싶다면 시장엘 가라고 흔히 말하죠. 맞습니다. 패키지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지인의 선한 웃음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경험할 수 있었지요. 말이 없어도 눈빛만으로 많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랄까요. 지금도 팔라완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이들의 눈빛, 부끄러운듯한 웃음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짓게 됩니다. 얼마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네도 그랬겠지요.

아,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여행에서 볼거리가 없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먼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라 있는 지하강(Underground River)이 있습니다. 제주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 위해 경쟁 중이죠. 작은 배를 타고 동굴 속 강을 거슬러 탐사하는 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동남아 여행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호핑투어. 배를 타고 작은 섬들을 돌면서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즐기다가 한 섬에 여장을 풀고 싸온 도시락과 함께 바베큐를 해먹는 피크닉 또한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해변 노천에서 받아보는 마사지서비스는 또 어떻고요. 친절하기도하지만 그 착한 가격에 감격해 팁을 더 주고 말았습니다.

필리핀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휴양지로 이름난 세부나 보라카이를 떠올릴 겁니다. 팔라완이라고 하면 대개 고개를 갸우뚱거리죠. 팔라완을 아는 사람들도 럭셔리한 리조트로 이름을 알린 엘니도나 아만풀로 정도만 기억합니다. 그러나 엘니도는 팔라완 북쪽의 극히 작은 지역일 뿐 엘니도만 보고 팔라완을 이야기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팔라완은 필리핀의 서쪽에 있는 수세미처럼 길게 생긴 섬입니다. 부속 섬이 1780여 개, 팔라완에 딸린 섬 숫자만 그렇다는 말입니다. 필리핀 전체로는 섬이 7000개가 넘는다지요. 남북으로 거리가 부산~서울보다 먼 600㎞, 그러나 가로 폭은 긴 곳이 5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덜 알려진 만큼 팔라완은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곳입니다. 곳곳에 해변과 절경이 흩어져 있고 열대우림과 깨끗한 자연, 거기에다 그 속에 사는 순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푹 쉬면서 여유를 즐겨도 좋습니다. 시장에 나가 현지인들과 눈빛 대화라도 나누든가요. 자연의 웅장함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요. 팔라완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 바닷속 열대어와 인사 나누고… 기기묘묘 지하강에 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지하강' 관광을 마친 배가 동굴 입구(오른쪽)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필리핀정부는 팔라완을 홍보할 때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 다양한 생물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팔라완은 다른 주변 섬들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직도 손상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팔라완을 가려면 마닐라를 거쳐야 한다. 마닐라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 30분을 가면 팔라완의 주도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에 닿는다. 팔라완의 거점도시이다. 팔라완에서 가장 큰 도시로 번잡하지만 필리핀의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정감이 넘친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하강

   
마이크로텔 호텔 앞 해변의 새벽 풍경(위 사진), 혼다만의 스타피시섬을 찾은 관광객들.
팔라완 관광의 백미는 지하강(Underground River)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의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린 국립공원이다. 석회암 동굴 속을 흘러 바다로 이어지는 긴 강으로 이름은 지하강이지만 따지고 보면 동굴강이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우리나라에도 석회암 동굴은 많이 있지만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하강은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북쪽으로 75㎞ 떨어진 사방비치에 있다. 한진중공업에서 건설한 도로를 달려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사방비치는 이름처럼 '샤방샤방한' 화이트샌드비치가 길게 펼쳐진 뒤로 야자수들이 도열하고 있다. 1000m가 넘는 산과 희끗희끗한 석회암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친 해안에 리조트의 방갈로가 그림처럼 서 있다. 모래가 부드러워 맨발로 산책하기 좋으며 적당히 치는 파도는 오히려 해수욕하는 재미를 더해 준다. 이곳 비치에서 하룻밤 묵으며 조용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비치 끝에 있는 부두에서 배를 타고 15분을 달리면 선착장이랄 것도 없는 해안에 배는 닿고 모래사장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면 바로 정글이 시작된다. 원숭이가 어슬렁거리며 관광객을 구경한다. 이곳에서는 정글트레킹도 가능하다. 5분도 채 걷지 않아 동굴입구가 나타난다. 지하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동굴의 시커먼 입구 속으로 작은 배들이 들고난다.

총 길이가 8.2㎞,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거리는 4㎞ 정도 되지만 안전문제로 일반에 개방되는 것은 1㎞ 남짓이다. 예닐곱 명이 타는 나룻배 앞에 랜턴을 켜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종유석 석순과 석주가 기기묘묘하게 펼쳐져 있다. 어떤 것은 날카로운 촛대 같고 다른 것은 호박 같다. 세상 만물을 다 모아놓은 듯하다. 랜턴을 비추면 노 젓는 사공이 바위의 필리핀식 이름을 알려주지만 우리식대로 새로운 이름 붙이는 재미에 빠지다 보면 탐험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다.

지하강 국립공원 입장료 75페소, 지하강 뱃삯 200페소. 지하강국립공원은 지하강 탐사뿐만 아니라 정글투어와 바다 한가운데서 자라는 맹그로브숲투어도 가능하다. 또한 사방비치의 화이트샌드 해변에서는 서핑과 보드 등의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사방비치에서는 노천마사지 받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200~400페소, 흥정만 잘하면 우리 돈 몇천 원으로 한 시간 동안 풀마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혼다만과 호핑투어

   
동화속 주인공들이 반겨주는 베이커스힐
팔라완의 또 다른 명소는 혼다베이(灣).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동북쪽에 있는 거대한 만이다. 현지어로는 '온두'라고 불리는 만은 잔잔한 바다와 크고 작은 섬이 떠 있는 풍광이 일품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15~20분 거리의 작은 섬들을 깡충깡충 뛰어다닌고 해서 이름 붙은 '호핑투어'를 즐기는 곳이다. 혼다만의 18개 섬 중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스타피시섬과 스네이크섬 판단섬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휴양지이다. 백사장에 누워 선탠을 하든 가족이나 연인과 야자수 그늘에서 맨발로 산책을 하든,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기면 된다.

무엇보다 짜릿한 즐거움은 투명한 바닷속을 유영하며 열대어를 관찰하는 스노클링이다. 자격증이 필요 없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열대어들이 내 눈앞에서 헤엄치며 논다. 운이 좋다면 열대어들이 다가와 닥터피시처럼 손가락을 간질이기도 한다. 요즘은 신종 스포츠로 카약이 떠오르고 있다. 배가 고프면 준비해간 음식을 차려놓고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장소 대여료는 내야 한다. 호핑투어는 시내와 호텔 등에서 예약하는데 점심을 포함해 1인당 1100페소이다.

혼다만 전체를 보고 싶다면 '베이커스 힐'에 오르면 된다. 전망대에 서면 혼다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외줄에 의지해 맨몸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놀이기구도 있다. 언덕에는 베이커스 힐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빵집이 자리 잡고 있다. 백설공주와 난쟁이 등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인형으로 치장된 점포가 있고 여기에서 파는 '우베'라는 고구마로 만든 빵이 제법 맛있다. 여행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적당한 간식이다. 인근에는 악어농장도 있지만 동남아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농장이다.

■ 시장사람들

   
퍼블릭마켓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트라이씨클.
푸에르토 프린세사에는 산호세마켓과 퍼블릭마켓 등 두 곳의 시장이 있다. 어디든 시장은 활기차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팔라완의 시장은 여기에 현지인의 선한 미소가 더해진다.

산호세마켓은 주로 과일이나 생선류의 농수산물을 취급한다. 가장 흔한 것은 게와 참치. 어린아이 몸통만 한 참치가 있고 도미와 갈치를 닮은 생선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 갈치 한 마리가 2000원 안팎이니 한국의 반의반 값도 안된다. 제철인 망고를 비롯해 바나나 등도 지천이다. 관광객이 흔히 찾는 곳은 아닌 듯 시장 상인 대부분이 아주 부끄러워한다. 물건값을 물어보려고 다가가니 가게를 지키고 있던 10대 소녀는 아예 숨어버렸다. 깎아놓은 파인애플을 하나 사서 동행과 나눠 먹었다. 심이 질기지 않고 과즙이 풍부하며 다디달다.

도심에 있는 또 다른 시장 퍼블릭마켓은 종합시장 격이다. 미로 같은 시장 통로를 따라 옷이며 생필품, 생선, 과일점포가 난전을 벌이고 있다. 먹자골목은 꼬지구이 연기로 자욱하다. 부산의 국제시장 20~30년 전 모습이 저랬을까 싶다. 큰길 가에는 필리핀의 명물 트라이씨클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맥도날드 같은 '졸리비'라는 패스트푸드점이 보인다. 더위도 피할 겸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러 들어갔더니 초등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파티를 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좋아라 한다. 산호세마켓에서 만났던 아이들과는 또 다르다.


◇ 저비용 항공사 '세부퍼시픽'

- 마닐라까지 비행기로 10만원이면 간다고?

마닐라행 요금이 편도 10만 원 이하라면 믿으시겠는가. 저비용 항공의 매력이다. 세부퍼시픽항공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시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세부퍼시픽의 조혜상 씨는 "요금이 다른 항공사에 비해 평균 30~40% 정도 싸다고 보면 된다"며 "깜짝 세일 때는 편도 10만원 이하의 파격적인 가격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7월 중순 이전에 마닐라로 여행하려면 일반 항공사의 경우 왕복요금이 최저 50만~70만 원대이지만 세부퍼시픽은 평균 40만 원대이며 좌석 여유분이 있는 경우 편도 10만 원대의 상품도 만날 수 있다. 유류할증료도 큰 차이가 있다. 세부퍼시픽은 편도 1만8000원인 반면 일반 항공사는 66달러(약 7만2000원)이다.

대신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하려면 몇 가지 편의사항은 포기해야 한다. 기내반입 짐은 7kg 이내 한 개만 허용하며 나머지 덩치가 큰 짐은 부칠 때 돈(15㎏ 편도 1만 원)을 내야 한다. 생수나 기내식 등도 모두 유료다. 국산 컵라면이 작은 게 100페소(약 3000원), 큰 것은 200페소(약 6000원), 생수는 50페소다. 하지만 그 모든 서비스를 이용해도 일반 항공사보다는 저렴하다는 게 세부퍼시픽의 매력이다.

또 비행 중 탑승객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펀플라이트'라는 기내 이벤트도 개최한다. 아주 쉬운 돌발퀴즈를 내 맞히는 승객에게 기념품을 준다.

세부퍼시픽은 아시아지역 국제선 16개 도시와 국내선 33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www.cebupacificair.com 부산사무소 (051)462-0686


# 여행 수첩

■가는 길

   
바드자오 씨푸드 뷔페(위 사진), 카루이 레스토랑.
한국에서 팔라완으로 바로 가는 방법은 없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부산에서 마닐라까지는 매주 4회(월 수 금 토) 오후 9시40분에 출발하는 세부퍼시픽항공을 이용하면 편하다. 인천공항에서는 하루에 두 번 출발한다.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마닐라에서 팔라완의 주도 푸에르토 프린세사까지 가는 국내선은 하루 3회 운항한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잠잘 곳

푸에르토 프린세사에는 호텔이라 부를만한 숙소가 4곳뿐이다. 그 중의 하나가 공항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마이크로텔. 호텔 앞에 풍광 좋은 프라이빗 비치를 가지고 있다. 시설이 특급호텔에는 못 미치지만 조용하고 깨끗하며 직원들이 친절하다. 현지인의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스탠다드룸이 5000페소이지만 할인기간에는 3800페소에 묵을 수 있다. 조식이 부실한 게 흠. 지하강의 출발지인 사방비치에는 달루욘리조트(스탠다드 4400페소)와 수영장과 스파를 갖춘 조금 더 럭셔리한 쉐리단리조트도 있다.

■먹을거리

공항에서 15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바드자오 씨푸드 뷔페는 팔라완 여행객의 필수코스. 필리핀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오래된 맹그로브숲을 배경으로 바다 위에서 식사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다금바리찜인 라푸라푸와 오징어순대처럼 생긴 요리, 새우, 크랩 등이 한국인 입맛에 맞다.

카루이는 리잘에비뉴에 있는 전통 해산물 레스토랑이다. 론리 플래닛에 저자 추천으로 나와서 더욱 유명해졌다. 토속나무집 같은 전통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참치스테이크와 게찜 볶음밥 등이 나온다.

그 밖에도 시큼한 김치찌개 맛이 나는 시니강 수프 등 현지요리도 비교적 괜찮다. 한국으로 치면 기사식당쯤 되는 시내 이름없는 곳에서 맛본 40페소짜리 비프스튜 누들은 며칠간 같은 메뉴에 식상한 입맛을 다시 돌게 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마닐라 시내 이하우이하우는 맛도 있지만 시중드는 종업원들이 노래와 춤을 서비스하는 뮤지컬 식당이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사진=안인석 기자 · 일부 필리핀관광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