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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일본 홋카이도/래프팅 꽃놀이 온천… '雪國' 북해도 여름이 더 즐겁네

부산갈매기88 2011. 7. 6. 12:02

홋카이도 여행객들이 도야호수 인근의 붉은 화산인 쇼와신산 공원을 거닐고 있다. 이 산은 불과 70년 전만 해도 평범한 보리밭이었지만 화산폭발 이후 솟아 오른 젊은 산이다.

굳이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나 일본 여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팬이 아니더라도 1995년에 제작되고 국내에는 1999년에 개봉된 영화 '러브레터'를 기억할 것이다. 또 눈 덮인 시골역 직원의 삶을 그린 영화 '철도원(감독 후루하타 야스오, 2000년 국내 개봉)'은 어떤가. 소설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은 '파우더 눈송이'가 흩날리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촬영된 작품이라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홋카이도 여행이라고 하면 흔히 겨울 눈꽃 여행과 애틋한 감상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북위 41~45도에 위치하는, 한반도로 따지면 가장 남쪽 지역이 백두산보다 위도가 높은 홋카이도의 겨울은 사실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냉대와 아한대기후가 교차하는 이 땅의 겨울은 영하 20도를 우습게 여길 정도로 혹독하다. 여행자에게 인내를 요구한다. 물론 '삿포로 눈축제'의 화려한 일루미네이션과 얼음조각들, 얼어붙은 호수와 항구의 운치 있는 풍경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홋카이도 여행의 최성수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다. 7~8월 최고 기온이 섭씨 25도 안팎에 불과해 서늘함 속에서 온천, 맛 기행, 트레킹, 레포츠 체험 등을 즐기며 온갖 야생화가 만발한 청정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길 내내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황금색 별표가 선명한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다.

■지극히 '일본적'인, 동시에 '서구적' 자연의 섬

   
도야호수 중간에 있는 나카시마 선착장의 유람선.
일본 전체 면적의 22%, 남한 면적의 84%에 해당하는 광활한 섬이지만 인구는 약 570만 명에 불과한 땅 홋카이도. 홋카이도 여행의 거점은 인구 190만 명의 일본 5대 도시 중 하나인 삿포로시. 이곳을 중심으로 일정에 맞춰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다. 홋카이도의 첫인상은 '자연이 참 깨끗하다'는 것. 동시에 홋카이도가 지극히 일본적인 특징과 뉴질랜드 남섬 또는 북유럽 국가들과 흡사한 풍경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화산과 온천이 곳곳에 산재한 것을 보게 되고 에도시대를 재현한 민속촌에서의 전통 공연까지 즐기다 보면 '역시 일본'이라는 느낌이 분명해진다. 그렇지만 수많은 산정호수와 끝없이 펼쳐진 초원, 경사도 급하고 뾰족한 가옥의 지붕들, 가문비나무 삼나무 전나무 등이 우거진 숲에서 노루와 사슴 너구리 등이 한가롭게 뛰노는 모습을 보면 마치 북유럽이나 뉴질랜드 남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국적 풍경이다.

■'러브레터' 촬영지 오타루의 변신

   
지역 특산 음식인 홋카이도털게 찜요리.
삿포로에서 버스나 기차 편으로 40분가량만 가면 되는 자그마한 항구도시인 오타루에 닿는다. 동해 쪽에 면해 있는 오타루는 일본 본토인들이 메이지유신 이후 본격적으로 홋카이도 공략에 나설 때부터 금융과 무역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 한때 '북쪽의 월가'로 불릴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오타루는 현재 무역항의 기능은 거의 상실한 대신 일본인들이 가장 가 보고 싶은 관광지로 변모했다.

오타루가 새롭게 갖게 된 매력은 바로 '시간의 역설'과 통한다. '오타루 운하'가 대표적인데, 물류창고들 사이로 배가 드나들게 하기 위해 1914년부터 10년에 걸쳐 건설했던 길이 1300m의 오타루 운하는 이제 옛 건물과 운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야경이 매력적이다. 오타루 운하의 겨울 야경은 홋카이도 3대 야경으로 유명하다.

오타루의 또 다른 매력은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각종 유제품이다. 낙농업과 수산업이 주력인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소비되는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의 80%를 공급하는 곳이다. 일본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우유와 치즈 등으로 만든 각종 케이크와 슈크림, 과자, 초콜릿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오타루 중심가를 이루고 있다. 늘 동서양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거리 중간 중간에 정밀 유리공예품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고 거리 한쪽에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의 백화점이라고 하는 '오르골당'이 손님들을 이끈다. 네오바로크 양식의 서구식 건물이 즐비한 거리에서 그렇게 부드럽다는 홋카이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오르골의 감미로운 음악에 빠져 볼 수 있는 자유. 그것이 바로 나카야마 미호가 주연한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인 오타루 여행의 백미다.

■'레포츠의 메카' 니세코

   
일본 에도시대 거리를 재현해 놓은 다테민속촌.
오타루에서 남쪽 내륙으로 50분쯤 가면 니세코가 있다.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고 하는 요테이산 자락의 유명한 레포츠 타운이다. 겨울에는 10여 개 스키장을 찾는 발길이 전 세계에서 줄 잇는다. '동양의 생 모리츠'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름에도 협곡에서 펼치는 래프팅, 주말에도 10만 원 안팎의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는 골프, 젊은이들의 모험심을 실험하는 수많은 산악자전거 코스 등으로 아웃도어 마니아들을 끌어들인다. 골프장 중간 중간 가문비나무 숲에서 노루와 사슴이 뛰노는 풍경을 보더라도 놀라지 말자. 아주 흔한 일상적 모습일 뿐이니까. 어느 골프장이든지 신발과 장갑 모자 골프채를 대여할 수 있다.

■일본 최북단 부동호(不凍湖) 도야호수& 100살도 안 된 쇼와신산

니세코에서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다가 일본 100대 명수(明水)에 포함된 샘물인 후키다시명수를 맛보고 나면 태평양에 인접한 호수인 도야호수에 닿는다. 호수 건너편에 연기가 솟고 있는 자그마한 암봉이 보이는데 그 산이 바로 1943년부터 2년간 있었던 화산폭발로 인해 평범한 보리밭이 솟아올라 402m짜리 산이 됐다는 쇼와신산(昭和新山)이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 보이는 조금 더 높으면서 연기 나는 산이 일본에서 가장 왕성한 활화산인 우스산(有珠山). 도야호와 인근의 시코스호, 쇼와신산, 우스산 등은 홋카이도에 있는 4개의 국립공원 중 하나로 지정돼 있다.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붉은 산'인 쇼와신산은 자연의 신비를 실감케 한다. 쇼와신산 공원 내 곰 사육장에서는 사람들이 던져 주는 주먹만 한 사과를 입으로 통째 받아먹는 곰들의 묘기를 보는 맛이 특별하다.

곰 사육장 근처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우스산 전망대로 오르면서 바라본 도야호와 쇼와신산, 그리고 멀리 보이는 '홋카이도의 후지산'인 요테이산의 풍광은 유럽 알프스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인상적인 영상으로 기록된다. 각종 야생화가 만발한 우스산 전망대에서는 반대편의 태평양과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스산 분화구를 볼 수 있다.

우스산을 내려와 도야호수 옆으로 이동하면 유람선을 타고 호수 가운데 있는 섬이자 야생 동물의 천국인 나카시마까지 갈 수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국가에서 엄중하게 관리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유람선에서 보면 호수의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이 흐르는 칼데라호. 그것이 바로 혹독한 겨울 추위에도 얼지 않는 부동호로 남을 수 있는 도야호의 비밀이다.

■일본 3대 온천 노보리베츠&아이누 민속촌

   
오타루 운하를 화폭에 옮기고 있는 거리의 화가들.
'지코쿠다니'로 불리는 지옥 계곡에서 끝없이 연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용출되는 뜨거운 물. 그것이 바로 벳푸 하코네와 함께 일본 3대 온천으로 불리는 노보리베츠 온천의 원수다. 수십 개의 온천탕을 갖춘 대형 호텔들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노천온천을 즐기면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신다.

노보리베츠에서 삿포로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시라오이초 포로토코탄 마을의 아이누민속촌은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생활상을 갖춘 전통가옥에서 아이누족의 민속춤과 음악 연주 등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아이누족은 사실상 홋카이도의 주인. 홋카이도 대부분 지역의 지명과 음식 이름에서 아이누족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다. 삿포로 역시 아이누 말로 '건조한 넓은 땅'을 뜻하고 오타루는 '큰 통'이라는 의미의 아이누 말이다. 에도시대 일본의 거리 풍경을 재현해 놓은 다테민속촌에서는 닌자쇼, 오이란쇼 등 일본 전통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삿포로에서 맥주를

다시 삿포로. 눈축제장으로 유명한 오도리 공원은 여름이면 각종 야생화가 만발한 꽃의 낙원으로 변한다. 편안하게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이 흔하게 보인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방사능의 공포는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대지진 이후 홋카이도의 방사능 수치가 평소보다 올라가지 않았다. 오도리 공원 북쪽 끝에 있는 삿포로 텔레비전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오도리공원은 물론, 삿포로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서 꼭 한번 올라보길 바란다. 인구 200만 명에 육박하는 대도시답게 삿포로에는 화려한 '밤의 거리'도 있다. 일본 3대 유흥거리로 꼽히는 '스스키노'가 바로 그곳이다. 주점 음식점 등이 불야성을 이룬다. 특히 삿포로 라멘거리가 유명하다. 어디서든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즐길 수 있다. 홋카이도의 중심 삿포로에서 맥주를 마시며 생뚱맞게도 이 땅의 원주민인 '아이누'를 생각해 본다. '아이누'의 땅이었던 홋카이도. 종족 명인 아이누가 그들 말로 '인간'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홋카이도는 '인간의 땅'이라고 불러야 할까.


# 여행 수첩

■가는 길

   
대한항공이 부산에서 삿포로 인근 신치토세 공항까지 매주 화 목 토 3회 직항편을 운행한다. 2시간가량 걸린다. 토요일 출발하면 3박4일, 또는 5박6일 일정을 짜면 되고 화요일 출발이면 4박5일로 짜면 된다. 일정 짜기가 부담스럽다면 모두투어 하나투어 한진관광 롯데관광 여행박사 등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관련 상품을 이용해도 된다. 대한항공 부산지사 (051)461-7236.

■잠잘 곳

대형 온천탕이 있는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니세코에서는 골프장과 아웃도어 어드벤처 시설을 함께 갖춘 니세코 힐튼호텔이 괜찮다. 또 1868년 타공된 홋카이도 최고(最古) 온천도시인 노보리베츠에서는 31개의 온천탕을 갖춘 마호로바 호텔, 만세각호텔 등이 추천받을 만하다. 노보리베츠의 온천호텔들은 대부분 전통 다다미 방식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삿포로에는 워낙 호텔이 많지만 JR삿포로역과 오도리 공원, 스스키노 등에서 가까운 치산 그랜드호텔이 객실과 온천탕 등의 시설도 깔끔하고 편리하다.

■먹을거리

홋카이도에서 놓쳐선 안 될 6대 먹을거리가 있다. 돼지뼈와 닭뼈로 우려낸 육수에 된장을 풀어 시원하고 얼큰한 맛을 내는 삿포로 미소라멘, 오오츠크해 인근에서 잡히는 것으로 살이 단단하고 고소한 홋카이도 털게, 입에서 살살 녹는 오타루의 유제품, 양고기와 야채를 함께 구운 '칭기스칸', 연어알과 성게알 그리고 대합조개살을 밥에 얹어 먹는 해산물 덮밥인 산슈오코노미돈, 그리고 '삿포로 클래식 맥주'다. 하나라도 놓치면 아쉬울 것. 그 외에도 연어와 게살을 함께 넣고 끓인 얼큰한 맛의 연어찌개와 아이스크림도 빠트리면 섭섭하다.

취재 협조=대한항공, 모두투어, 홋카이도 관광기구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