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제록스가 죽어야 제록스가 산다

부산갈매기88 2009. 2. 25. 08:23

지난 3년 동안 미국 비즈니스업계에서는 ‘파산의 늪’에서 제록스를 살려낸 앤 멀케이 (Anne M. Mulcahy; 1952~ )의 성공비결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녀는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춘’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명’에 연속 3년째 2위로 뽑힌, 현재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CEO다.

 

멀케이는 2001년 8월, 제록스의 CEO가 됐다. 당시 제록스는 171억 달러의 부채를 짊어진 채 파산직전에 있었다. 2000년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63달러에서 4달러 대로 추락해 시가총액의 90%가 증발해 버렸다. 게다가 멕시코 지사의 회계부정을 놓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추적은 계속되고 있었다.

 

멀케이는 이런 제록스에 ‘잔 다르크’처럼 등장했다. 구원투수 멀케이는 이른바 ‘3C’를 들고 나왔다. 다름 아닌 ‘컬러복사기(Color), 고객우선(Customers), 비용절감(Costs)’이 그것이었다.

메리마운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24세에 복사기를 파는 일을 시작으로 제록스의 일원이 된 그녀는 자기 생애의 절반인 25년간을 제록스에 몸담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녀의 회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것이었고 그것은 회사를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열정으로 변했다. 그녀는 일면식도 없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조언을 듣기 위해 오마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시간 가량 멀케이의 고민을 들어주던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CEO로 승진했다고 생각하세요? 절대 아니죠. 당신은 오늘부터 전쟁터에 끌려갔다고 생각하세요. 당국자와 은행가, 주주들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명이 자신들이야말로 제록스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당신을 괴롭힐 겁니다. 당신 머릿속은 이 사람들로 꽉 차버릴 거예요. 하지만 일단 그들을 무시하세요. 그리고 당신 주위의 직원과 고객들이 회사의 문제에 대해 말하는 바를 유심히 듣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세요.”

 

멀케이는 버핏의 조언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녀는 90일 동안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 지사를 돌며 직원과 고객의 의견을 들고, 주위의 임원들과 모든 정보를 공유하면서, 발로 뛰며 일을 성사시켰다.

 

처음 2년 동안 그녀는 단 한 주도 주말에 쉰 적이 없었다. 멀케이는 전체 40% 감원 등 구조조정도 강력하게 밀어 붙였다. 그녀는 직원들을 매몰차게 내쳤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남은 직원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느슨했던 조직에 활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텍사스의 한 지사에서는 판매왕에 오른 직원이 인센티브를 거절하고, 동료들이 그에게 세차 서비스를 해주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멀케이 체제에서 제록스는 복사기 제조업체에서 종합 문서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제록스가 한때 독점적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잊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록스가 죽어야 제록스가 산다는 것이었다. 제록스의 비결은 ‘모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의 ‘재창조’였다.

 

모토로라와 GE의 6시그마를 조직에 이식했고, 솔루션 회사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룬 IBM의 노하우를 ‘복사’했다. 복사기 제품을 흑백에서 컬러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속히 전환시켰다. 멀케이가 지난 몇 년간 이룩한 성공은 ‘제록스의 기적’이라 불린다.

 

제록스는 2002년 4분기에 주당 1센트의 순익을 달성, 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 제록스의 2007년 1분기 순익은 2억 달러였다.

 

<중소기업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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