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차로 찾아가는 땅끝마을·보길도

부산갈매기88 2011. 9. 2. 10:18

'지국총 지국총' 유유자적 노 저으며 나를 추스르네
기차로 찾아가는 땅끝마을·보길도
'지국총 지국총' 유유자적 노 저으며 나를 추스르네
'지국총 지국총' 유유자적 노 저으며 나를 추스르네
  전남 해남 땅끝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가 삼천리다. 땅끝마을비와 나란히 선 한반도 국토통일 기원비를 보며 통일 한반도 삼천리를 순례하는 그날을 기원해본다.

남해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를 따라 가다 순천IC로 나와 보성∼강진을 거쳐 땅끝마을까지 가는데 자가승용차로 5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부산에서 해남까지 고속버스도 하루 4회 왕복한다. 해남읍에서 땅끝행 직행버스는 하루 19회 운행한다. 50분 소요. 땅끝에서 산양(보길, 노화)까지는 오전 6시 4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여객선이 하루 17편 운항한다. 보길도까지는 1시간, 노화도까지는 30분 소요. 061-535-5786.

한편 코레일에서는 매주 토요일 출발하는 '땅끝마을∼보길도∼두륜산 케이블카 1박 2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인 1실 기준 대인 17만 9천 원, 소인 16만 9천 원. 열차비, 연계 버스비, 숙박비, 식사비(조식 1회, 중식 2회), 여객선 운임, 입장료, 가이드비, 여행자보험 포함. 부전역에서 오전 6시 40분 출발해 다음날 오후 9시 26분 부전역에 도착한다. 051-466-8122.


경전선(慶全線) 기차를 타고 해남으로 갔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남도 답사 일 번지로 강진과 함께 첫 손에 꼽은 곳이다. 해남 땅끝마을에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그 멀리까지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일까.

땅끝마을에서 배를 타고 보길도로 들어갔다. 고산(孤山)이 만든 아름다운 못에서는 지금도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노 젓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유유자적이 부럽기만 하다. 역사를 알고, 또 나를 알게 되는 남도 여행이다.



#누구나 시인이 되는 '땅끝마을'

'삼천리 금수강산'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는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1천 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2천 리로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부른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반도의 땅 끝은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 끝, 북위 34도 17분 21초 지점이다.

갈두산 정상의 횃불 모양 전망대에 올라가는 길이었다. 운행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노란색 모노레일에 올랐다. 우리 인생이 단선 모노레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찬 바람이 불면 금방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인다.

갈두산 정상은 바람이 세차다. 땅끝에는 언제나 모진 바람이 분단다. 땅끝이 그리 아름다울 리가 있을까. 그래도 사람들은 기를 쓰고 찾아온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땅의 끝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의 결과가 아닐까.

땅끝은 시의 소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인 지명이란다.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땅끝마을에 와서 시를 뱉었다. 나희덕 시인이 쓴 '땅끝'이 특히 뭉클하다.

'…살면서 몇 번은 땅 끝에 서게도 되지/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이렇게 뒷걸음치면서 말야/살기 위해서는 이제/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그걸 보려고/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사자봉 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절경이 일품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단다. 여기서 제주도까지는 60㎞에 불과하다.

누가 뭐래도 이곳은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느끼러 가는 곳이라는 판단이다. 땅끝은 끝이 아니라 희망이 시작되는 곳이란다. 땅끝에서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며 '사랑의 고리'도 유독 많이 걸려있다.



#유유자적의 섬 '보길도'

고산 윤선도 선생을 만나기 위해 보길도에 가는 배에 올랐다. 바다에는 전복 양식장이 많다. 우리나라 양식 전복의 80% 이상이 이곳에서 난단다. 배에서 내려 세연정까지 가는 길에는 도로 좌우로 동백나무가 도열해 있다. 꽃이 필 무렵이면 얼마나 예쁠지 모르겠다.

병자호란 말기에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나라에 굴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고산 윤선도는 제주도로 가다 보길도가 좋아 부용동에 못을 파고 세연정(洗然亭)을 세웠다. '세연'은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해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 세연정 바로 앞 세연지 주변으로 동백나무와 소나무를 비롯한 상록수가 시원한 녹음을 드리우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더 좋겠다. 판석보에서 물이 흘러 넘치며 마치 폭포처럼 보인다고 한다. 기가 막힌 멋이다. 세연지 곳곳의 바위가 살아있는 듯하다. 고산은 이 바위를 섬으로 간주하고 이 섬 저 섬 여행을 다녔다.

동대(東臺)는 자연석을 이용해 가로 6.7m 세로 7.5m 높이 1.5m로 쌓아 올렸다. 여기서 '어부사시사'를 부르며 군무를 즐겼단다. 지금의 스테이지, 상설무대인 셈이다. 고산은 거문고와 가야금을 퍽 즐겼다. 노래와 춤이 이렇게 어우러졌다. 우리나라 조경의 전범이 된 세연정이 아파트 소시민에게 혀를 차는 듯하다.

고산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유유자적한 참으로 멋진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이것이 또한 고산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고산이 지은 '오우가'가 생각났다.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동산에 달 떠 오르니 그것이 더욱 반갑구나/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그의 관심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넓게 퍼지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다. 세연정 앞 민박을 겸한 가게 이름이 공교롭게 '어부사시사'여서 눈길을 끈다.

부산일보/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남해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를 따라 가다 순천IC로 나와 보성∼강진을 거쳐 땅끝마을까지 가는데 자가승용차로 5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부산에서 해남까지 고속버스도 하루 4회 왕복한다. 해남읍에서 땅끝행 직행버스는 하루 19회 운행한다. 50분 소요. 땅끝에서 산양(보길, 노화)까지는 오전 6시 4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여객선이 하루 17편 운항한다. 보길도까지는 1시간, 노화도까지는 30분 소요. 061-535-5786.

한편 코레일에서는 매주 토요일 출발하는 '땅끝마을∼보길도∼두륜산 케이블카 1박 2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인 1실 기준 대인 17만 9천 원, 소인 16만 9천 원. 열차비, 연계 버스비, 숙박비, 식사비(조식 1회, 중식 2회), 여객선 운임, 입장료, 가이드비, 여행자보험 포함. 부전역에서 오전 6시 40분 출발해 다음날 오후 9시 26분 부전역에 도착한다. 051-466-8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