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신뢰붕괴의 시대

부산갈매기88 2011. 9. 20. 07:12

어느 대학생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 대학생이 지하철 플랫폼에 흔히 있는 음료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마시려고 했답니다. 자판기에 350원을 넣고 콜라 버튼을 눌렀는데, 잠시 후 음료 나오는 곳을 보니 아무 것도 없었답니다. 컵이 나오지 않아서 콜라만 밑으로 새고 있었답니다. 자세히 보니 자판기 중앙에 글씨가 써 있었답니다. '고장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셨을 경우 반드시 보상해드리겠습니다. 다음 전화번호로 연락해 주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답니다. 토요일 저녁 전화를 하자 남자 분께서 전화를 받았답니다. 남자는 친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장이 발생한 자판기가 어느 지하철역에 있는지를 물어 본 후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답니다. "350원이란 돈을 정말로 입금해 주시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전화비용까지 함께 우송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늦어도 화요일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는 화요일 은행에 가서 통장을 확인하였답니다. 통장에는 400원이 들어와 있었답니다.

"세상에 믿을 놈은 한 사람도 없고 오직 권모와 술수로서 살아 남는 길만이 믿을 수 있다"고 한 한비자의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지도자는 결코 부하를 믿으면 그에게 죽는다"고 한 마키아벨리의 말이 처세술의 으뜸으로 각인된 세상에서 그 대학생의 체험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시원함을 주었습니다.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입니다. 신뢰는 인생 관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아침에 밥을 먹을 때 아내를 신뢰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밥을 먹고 출근 버스를 탈 때 운전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몸을 맡기고 사무실에서 지붕이 무너지지 않은 것을 신뢰하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 사무를 보고 인터넷에서 해 킹 당하지 않은 것을 신뢰하기 때문에 인터넷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신뢰는 인간 사회를 지탱시키는 근간입니다. 신뢰하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고, 신뢰하기 때문에 의사에게 몸을 맡기며, 신뢰하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신뢰도가 높은 사회가 보다 성숙한 사회이고 행복한 사회입니다. 신뢰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미숙한 사회이고 불행한 사회입니다.

후란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한 국가의 복지와 경쟁력은 한 사회의 문화적 특성, 즉 신뢰라고 하는 사회적 자본의 수준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신뢰는 곧 경쟁력을 의미합니다. 신뢰도가 높은 회사일수록 경쟁력이 있고 신뢰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능력있는 사람일지라도 신뢰도가 없으면 결국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없고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될 수 없습니다. 일시적 꾀로 출세를 할 수 있지만 신뢰도가 없으면 성공의 생명력은 길지 못합니다.

[리더십의 3요소]라는 책을 저술한 데일 E. 잔드는 리더십의 3요소는 지식, 신뢰, 권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중 신뢰는 3박자 리더십의 핵심 요소라고 진단합니다. 신뢰는 관계를 살찌우고, 협력성, 창조성, 열정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말하기를 지도자들은 몇 가지 "신뢰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법칙들 중 첫째는 "불신은 신뢰를 몰아낸다"는 것이고 두 번째 법칙은 '신뢰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작업하는 조직원의 응집력을 높여준다'는 것이며 세 번째 법칙은 '서로를 불신하는 집단은 자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신뢰도에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정치인들의 공약을 믿는 사람들은 순진한 사람으로 취급받게 되고 경제인들의 약속을 믿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들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 쿠퍼스(PwC)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배구조와 회계투명성(2001년)은 조사국 35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으며, 국제투명성기구(TI)의 조사에서도 한국의 부패수준(CPI)은 92개국 중 42위, 뇌물공여수준(BPI)은 19개국 중 18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10대 청소년의 가족 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55%가 부모를 신뢰한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미국(72%)보다도 낮고 세계 평균(69%)보다도 낮습니다. 의사들은 동료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여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을 한다고 합니다.

한 때 이런 유머가 유행하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목욕탕에 갔는데 아버지가 탕 속에 들어가면서“아, 시원하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아들이 뜨거운 탕에 들어갔다 뛰어 나오면서“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느 기자가 도둑과 인터뷰를 하였는데 "왜 혼자 일을 합니까?"라고 묻자 "세상에 믿을 놈 있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신뢰도(Loyalty)는 하루아침에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관계의 경험을 통해 쌓여 지는 것입니다. 신뢰도가 쌓였다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려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상대적인 처세술보다 하나님 앞에서 사는 신전의식이 필요합니다. 보디발의 아내가 홀로 있는 요셉을 유혹할 때 그는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득죄하리이까 (창 39:9)"라고 고백하며 주인과의 신뢰를 잃지 않았습니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사람은 홀로 있어도 하나님 앞에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신뢰 붕괴의 시대/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200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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