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대치될 수 없는 모성

부산갈매기88 2011. 9. 28. 07:12

  우리나라의 출산 정책은 시대마다 달라졌습니다. 표어를 보면 그 시대의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961년 창립된 가족보건복지협회는 가족 계획을 위해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등의 표어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인구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66년에는 3명 낳기를 73년부터는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로 둘 낳기를 장려하였습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와서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여보! 우리도 하나만 낳읍시다' 등과 같은 표어로 저출산을 문명인의 미덕으로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그 정책에 맞추어 많은 젊은 부부들이 하나만 낳았고 '남아 선호사상'으로 아들만 골라 낳았습니다. 성비의 불균형이 급속히 확산되자 '사랑으로 낳은 자식, 아들·딸로 판단말자'라는 표어로 '골라 낳기'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여성들의 곡선미를 자녀 양육으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사고가 만연해지자 '엄마젖, 건강한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입니다'를 표어로 엄마젖 먹이기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출산율이(1.17) 세계 최저수준이 되어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대한 가족 보건복지협회에서는 출산 장려 표어를 공모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70년대만 해도 부부가 4명 이상의 아기를 낳았으나 80년 2.8명, 90년 1.59명, 2002년 1.17명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선정된 표어는 대상으로‘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이고 금상으로는‘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단 셋이 더 행복하답니다’이며 은상으로 ‘하나의 촛불보다 여러 개의 촛불이 더 밝습니다’라고 합니다.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사회제도 및 시설은 부족하기 때문', `육아보다 자아 실현이 우선', `독신' 등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 장려금을 주고 일정한 연령에 이를 때까지 자녀 양육비를 줄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다가 어느날 "낳은 것 두려워 말고 낳기만 하십시오. 모든 것 국가가 해결해 드립니다."라는 표어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나아가 출산이 아니라 자녀 생산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자와 난자 은행에서 아이들이 만들어지고 연령대로 구분되어 전문가들이 양육하는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아를 기르는 것도 전자동 베이비 침대가 맡아서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젖먹고 싶어서 우는 소리가 들리면 자동적으로 젖이 입에 물리어지고, 컴퓨터로 제어되는 기저귀 교체시설이 알아서 기저귀를 바꾸어 주며, 녹음된 어머니의 심장 맥박소리가 아이를 안정시켜 주는 등 어머니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그런 시대 말입니다. 인간은 유아 공장에서 생산되고 양육은 로봇이 하고, 교육은 전문화된 기관에서 맡아하는 그런 시대가 도래한다면 표어는 "생산은 공장에, 양육은 로봇에, 당신은 그저 즐기며 사세요"라는 표어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모성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습니다. 해리 할로(Harry F. Harlow)와 그의 아내 마거릿 쿠엔 할로(Margaret Kuenne Harlow)는 레수스 원숭이의 새끼를 대상으로 17년 동안 모성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였습니다. 어미 원숭이는 출산 직후 갓난 새끼들과 격리를 시켰고 새끼 원숭이는 멸균된 독방에서 우유병으로 키웠습니다. 수의사들의 관리 아래 완벽한 위생상태에서 자란 새끼 원숭이는 어미가 돌보는 새끼들보다 훨씬 빨리 성장을 했다고 합니다. 키도 크고 힘도 더 세고 건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노이로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새끼 원숭이들은 조금도 놀라게 하지 않았는데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불안해했고, 스스로 포옹하듯 팔다리로 자기 몸을 휘감고 벽만 바라 보았고 사랑을 나눌 능력을 상실하고 서로 죽도록 물어뜯는 폭력만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할로 부부는 다시 인격적인 보살핌을 스킨십 기구와 같은 모의 어머니로 대체할 수 있는가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달라붙어 스킨십을 나눌 수 있는 모피를 가진 봉제인형을 넣어 젖병을 먹게 하였답니다. 그러나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미없이 유년기를 보낸 원숭이들은 모두가 똑같이 잘 깨물고, 악독하며, 괴상하고, 사랑을 나누는데 무능했다고 합니다. 또 태어나자 마자 어미로부터 분리시켜 12개월 뒤에 어미에게 돌려주는 실험을 했답니다. 어미와 재회했지만 새끼 원숭이는 심하게 불안해했으며 광포해졌다고 합니다. 할로는 어미 없이 성장한 암컷이 자신의 새끼에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실험해 보았답니다. 그 암컷는 사랑도 교미도 나눌 능력이 없어 인공수정을 했답니다. 새끼가 태어나자 어미는 자식을 더러운 것이라도 보는 듯했답니다. 무관심하게 내버려두고 젖은 먹일 생각도 하지 않았답니다.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원숭이는 사랑을 줄 능력도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의 결론은 모성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이며 자식으로부터 생모의 따스함을 빼앗은 그 어떤 것도 범죄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어머니가 필수적이듯 인간의 영혼은 그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입니다. 하나님만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인간의 영혼에는 있습니다. 하나님을 만날 때 참된 평강과 안식을 누리는 것입니다.

대치될 수 없는 모성/김필곤 목사/섬기는 언어/2004.9.29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 하나님! 어쩌다가...   (0) 2011.10.06
부담 회피 증후군  (0) 2011.10.05
자신감 지수  (0) 2011.09.27
아버지의 역할’  (0) 2011.09.26
개인이나 국가의 흥망성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0) 201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