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소년의 병 간호

부산갈매기88 2011. 10. 14. 08:16

 에드몬드 데 아미치스가 쓴 '사랑의 학교'에 실려 있는 이야기이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 한 소년이 나폴리에 있는 자선병원을 찾아왔다. 일자리를 구하러 떠난 아버지가 나폴리에서 갑자기 병에 걸려 입원해 있다는 편지를 받고 병 간호를 하기 위해 온 것이다. 간호가는 아버지가 닷새 전쯤 외국에서 돌아온 노동자란 말을 듣고 소년을 4호실 환자에게로 안내했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얼굴이 퉁퉁부은 채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본 소년은 깜짝 놀랐다. 예전의 아버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날부터 소년은 자신도 몰라보는 아버지를 정성껏 간호했지만 마버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닷새째 되는 날 오후, 소년이 아버지 곁에서 병 간호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간호사 아가씨, 그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문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소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바로 아버지의 낯익은 목소리였던 것이다. 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 


  "저 분이 바로 당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간호사의 설명을 들으며 병실로 들어서던 아버지는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고 깜짝 몰랐다. 소년은 그동안 간호사의 잘못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아버지로 알고 간호해 온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를 만난 소년은 곁에 있는 환자를 두고 차마 발걸음을 떼 놓을 수 없었다.


  "아버지, 먼저 집으로 돌아가세요. 저는 하루만 더 이분을 간호해 드릴게요."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소년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전보다 더욱 열심히 환자를 간호했다. 소년의 아버지가 병원을 떤 지 이틀째 되는 날, 밤새 몹시 괴로워하던 환자는 마지막 순간 소년을 향해 힘없이 미소짓고는 눈을 감았다. 소년은 쓸쓸한 마음으로 창가에 꽂혀 있던 제비꽃 한다발을 환자의 손에 쥐어 준 뒤 병원 문을 나섰다.


소년의 등 뒤로 새벽 별들이 마지막 빛을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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