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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빙 속 얼었던 열매… 3만년 만에 꽃 피우다

부산갈매기88 2012. 2. 22. 08:55

러시아서 세포 배양해 성공

러시아 세포생물물리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있는 매머드 화석 유적지인 콜미아 강둑 다람쥐굴에서 발견한 식물 실레네 스테노필라(Silene stenophylla)의 열매 조직을 재생시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데 성공했다. /AP 뉴시스

빙하시대에 존재했던 고대 식물이 조직 세포 배양을 통해 되살아나 3만여년 만에 꽃을 피웠다고 BBC가 20일 보도했다.

러시아 세포생물물리학 연구소 과학자들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서 "시베리아의 콜미아강 둑 인근 지하 동토층에서 발견된 3만여년 전의 석죽과(科) 식물 실레네 스테노필라(Silene stenophylla)의 열매를 조직 세포 배양 실험을 통해 완전한 식물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세포 배양으로 살려낸 고대 식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금까지는 이스라엘 마사다에서 발견된 2000여년 전 야자 씨앗이 가장 오래된 환생 식물이었다.

연구진은 매머드 화석 유적지 지하 20~40m 지층에서 동결 상태를 유지해 온 다람쥐 굴 70여개와 그 안에 저장된 씨앗과 열매 60만여개를 발견했다. 방사선 연대 측정 결과 이 씨앗과 열매는 3만2000~2만8000년 전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태반 조직'에 해당하는 열매 조직을 채취해 배양액에서 키웠다. 열매의 조직 세포는 식물의 모든 부위로 자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조직은 배양액 속에서 싹을 틔웠고 일반 토양에 옮겨 심은 뒤에도 잘 자라 꽃을 피우고 번식력 있는 열매까지 맺었다. 고대 식물의 꽃잎은 현존하는 같은 식물의 꽃잎보다 좀 더 얇고 바깥쪽으로 벌어진 모습이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고대 식물의 세포가 수만년 동안 죽지 않았던 이유는 실레네 스테노필라가 생명력이 강한 종인 데다가 식물의 열매가 발견된 다람쥐굴이 영구 동토층 바로 옆에 있어 열매가 동결 상태로 보존됐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