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불하는 돈 이상의 가치를 주는 곳’. 그 발상이 사업의 시작이 된 다이소아성산업의 박정부 사장(66세). 그는 1,000원짜릴 팔아 2008년 매출 2,300억을 올렸다.
그는 ‘1000원에 담긴 가치 느껴보세요.’ 흔히 ‘1000원 숍’으로 불리는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을 국내에 상륙시켰다. 그가 일본에서 유행하던 ‘100엔 숍’을 본떠 서울 천호동에 1호 매장을 연 게 지난 1997년 5월이다.
박 사장이 남보다 빨리 ‘100엔 숍’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88년 무역회사 한일맨파워를 창업해 맨몸으로 일본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선 박 사장은 일본 균일가 시장 1위 업체인 다이소산업의 최대 글로벌 공급 파트너로 자리 잡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한국에서도 장사가 되겠다.’고 판단한 그는 1992년 아성산업(현 다이소아성산업)을 세워 여건이 무르익기를 기다려 왔다.
결과적으로 운도 따랐다. 1호점을 열고 몇 달 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000원 숍’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10년 새 다이소아성산업의 모습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2001년 일본 다이소산업이 지분 참여(34%)에 나서 한·일 합작법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997년 5개에 불과하던 매장은 440개로 늘어났고 매출 규모도 3억 원에서 2300억 원으로 70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가파른 성장세에도 박 사장은 만족하지 못한다.
“일본은 전체 균일가 시장의 규모가 6조 원이 넘는데 우리는 3000억 원 안팎으로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인구 비율로 봐도 마찬가지죠. 일본인은 한 해 동안 평균 15개의 균일가 제품을 구매하지만 한국인은 3.06개밖에 안됩니다.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엄청난 거죠.”
‘1000원 숍’은 불경기 때 인기를 끄는 대표적인 불황 산업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박 사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 스페인 등 서구 여러 나라에서 균일가 매장이 수십 년째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배경에는 소비 패턴의 변화라는 큰 흐름이 놓여 있다. 외형이나 자존심보다는 가격 대비 품질과 실속을 훨씬 중시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박 사장은 “중산층이 많은 아파트 지역의 매장에서 오히려 매출이 더 높게 나온다.”고 말한다. 더구나 균일가 매장은 단순한 가격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준다.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해요. 상상하지 못한 가격이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볼륨감은 물건을 사는 고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고정관념을 깨는 거죠. 소비자들은 이런 매력에 끌립니다.”
다양한 상품 구성도 균일가 매장의 강점이다. 다이소아성산업이 공급하는 제품은 무려 2만여 가지.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 거기에다 매월 400개 이상의 신상품을 개발해 낸다. 이를 위해 세계 26개국 1800여 개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박 사장은 공격적인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생각만큼 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임대료다. 2만 가지나 되는 상품을 전시하려면 최소 330㎡(옛 100평) 이상은 돼야 하는데 도심 상권에 그 정도 점포를 확보하려면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자연히 출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직영점 위주에서 벗어나 가맹점을 늘리기로 방향을 바꿨다.
“앞으로 매장은 대형화와 고급화로 가야 해요. 상품 구색의 강점을 살리려면 최소 330㎡ 이상은 돼야 합니다. 또 백화점 못지않게 쾌적한 쇼핑 분위기도 제공해야지요. 가맹점에 30%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고, 상품 경쟁력 자체는 이미 일본 시장에서 검증됐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할만한 사업이라고 봐요.”
다이소아성산업에는 ‘버려야 할 세 가지 바보 유형’이 있다.
-초급 바보: 봐도 모른다. 들어도 모른다.
-중급 바보: 보려고 하지 않는다.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고급 바보: 봤어도 못 본 척한다. 들었어도 못 들은 척한다.
다시 말해서 무소신, 무의지, 무관심, 무기력, 무책임, 무능력을 깨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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