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은혜의 보은

부산갈매기88 2012. 4. 16. 07:16

궁궐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왕과 신하가 흥겨운 마음으로 잔치를 즐기고 있을 즈음,느닷없이 그 안의 불이 모두 꺼져버렸다. 때는 깊은 밤이라 주위는 그대로 암흑이었고, 이때를 틈타 누군가가 왕이 가장 총애하는 애첩의 입을 맞춰 버렸다. 깜짝 놀란 애첩은 엉겁결에 그 사람의 갓끈을 잡아 뗐고, 곧이어 분한 목소리로 왕에게 고했다.

 

"폐하, 지금 어느 놈이 신첩에게 해괴망측한 짓을 하기에 그 놈의 갓끈을 잡아떼어 놓았나이다. 어서 그 놈을 잡아내 능지처참하소서."

 

그러자 이 말에 왕은 노발대발, 당장에라도 그 놈을 잡아죽일 듯이 노기등등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왕의 입에서 나온 명령은 좀 이상한 것이었다.

"들으렷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갓끈을 떼지 않는 자가 있으면 용서치 않겠다!"

 

이러한 왕의 호령에 신하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모두 서둘러 갓끈을 떼어내는 것이다어.따라서, 이후 불을 다시 켜 주위는 밝아졌으나 모두가 다 갓끈을 떼어냈는지라 아까의 무례한 작자를 가려낼 방도가 없었다. 다시금 왕이 말했다.


"나의 애첩에게 입을 맞춘 무례한 놈은 살려둘 수 없다. 허나, 그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이번만은 없던 일로 하겠다. 그러니 그대들은 더 이상 그 일에 신경쓰지 말고 계속 잔치를 즐겨라."

 

그리하여 풍악은 다시 울렸고, 왕과 신하는 또다시 흔쾌한 마음으로 그 밤이 새도록 흥겹게 놀았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나라에 위급한 일이 닥쳤다.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이웃의 강대국이 급기야 수많은 군사를 이끌고 침범해온 것이다. 나라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 마당에 왕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웃나라의 대병을 막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그때였다. 별안간 어떤 장수 하나가 날래디 날랜 수많은 군사를 이끌고 비호처럼 나타나 적군을 무찌르기 시작했던 것이ㄷ다. 참으로 용맹하기 짝이 없는 장수와 군사들이었다. 그러자 적군은 마침내 패퇴하고야 말았다. 그때 왕의 감격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럴 수가!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오? 장군은 도대체 누구요? 누구길래 나를 .......?"

 

그러자 그 장수는 왕 앞에 무릎을 꿇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폐하께서 저에게 베푼 은혜를 오늘에야 조금 갚았을 뿐입니다. 몇 년 전 궁에서 베푼 연회를 기억하시는지요? 제가 바로 그날 폐하의 애첩에게 불측한 짓을 저지른 무뢰한입니다. 하오나 폐하의 은혜를 입어 무사하게 되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하여, 언제고 폐하께 목숨을 바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남 몰래 군사들을 훈련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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