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뽀드득 뽀드득!

부산갈매기88 2009. 7. 23. 09:13

옛날에 빨래를 잘 하는 시어머니를 부러워하는 며느리가 있었다. 같은 옷을 빨아도 시어머니가 빨면 유독 새하얗게 되는데, 자신이 빠는 빨래는 시어머니만큼 하얗게 되지 않아서 고민을 했다.

 

“어머니, 저에게도 하얗게 빠는 비결 좀 가르쳐 주세요.”

 

“비결은 무슨 비결이냐? 열심히 빨면 되지.”

 

며느리가 물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이런 말만 할 뿐 더 이상 어떤 비법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마음씨 좋은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자기만큼 깨끗하게 빨래를 하지 못해도 전혀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괜히 며느리를 가르치려 들다가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시킨다고 오해할까 봐 배려를 하는 것이었고,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만큼 따라 하지 못하는데도 배우려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아 괜히 걱정이 앞서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 덧 식구들이 모여서 시어머니의 입종을 지켜볼 때였다. 시어머니가 “잘 살라.”는 유언만 남기고 돌아가시려고 하자 며느리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이 시어머니 곁으로 다가가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머니, 제발 저에게도 빨래를 새하얗게 빠는 비결을 가르쳐 주시고 가세요.”

 

그러자 시어머니가 눈빛으로 며느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라고 하더니 겨우 입을 움직여 이런 소리를 냈다.

 

“뽀드득, 뽀드득!”

 

시어머니는 그 한 마디를 남기고 그만 숨을 거두었다. 그때부터 며느리는 빨래를 할 때마다 시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무슨 뜻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빨래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빨래를 하면 왜 어머니처럼 새하얗게 되지 않지? 도대체 시머니가 말씀하신 뽀드득, 뽀드득은 무슨 뜻이지?’

 

며느리는 오로지 이 생각에 몰두한 채로 빨래를 하면서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그때 갑자기 자기 손에서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들렸다. 그때서야 자신이 빨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며느리는 얼른 빨던 빨래를 펼쳐 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자신이 빨고 있는 빨래도 시어머니가 빨았던 빨래처럼 새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순간에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빨래를 했던 비법을 터득하고 하얀 웃음을 지었다.

 

며느리는 아무리 시어머니처럼 빨래를 하려고 해도 덜렁대는 성격이라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정성을 들려 빨래를 하는 것이 시어머니가 빨래를 새하얗게 하는 비법이었다는 것을 며느리는 그때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값진 성과를 얻으려면 한걸음 한걸음 정성스럽고 충실해야 한다.”  -단테-

 

 

정민미디어 <비우면 얻는 인생의 지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