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양산 춘추공원-462봉-화제고개-작은 오봉산-오봉산(533m)-임경대-물금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2. 12. 31. 17:38

*번개 산행일시: 2012. 12. 29일(토), 흐림, 안개

*산행자: 10명(운해, 피네, 해월정, 봄산 부부, 은수, 서희, 현진, 미옥, 부산갈매기)

 

*산행코스: 양산역(09:40)-양산 춘추공원(10:01)-약수터(10:40)-456봉 갈림길(11:36)-462봉(11:42)-화제고개(12:36)-작은 오봉산(13:14)-작은 오봉산 팔각정(14:17/점심식사 45분)-오봉산(533m)(15:12)-체육시설(15:53)-삼진 무지개 아파트(16:52)

 

*산행시간: 6시간 50분(점심 45분, 기타 휴식 45분/ 양산역에서부터 순수하게 걸은 시간은 5시간 40분)

 

*산행 tip: 코스는 양산역에서부터 춘추공원-작은 오봉산-오봉산-물금역으로 능선을 한바뀌 도는 산행이다. 산은 그렇게 높지는 않으나 눈 속 산행이라 시간이 다소 걸리고 체력을 요하는 산행이었다. 가을 산행이라면 5시간 남짓 걸으면 완주를 할 수 있는 코스이다. 그러나 겨울 산행은 그리 녹록치가 않은 산행이었다. 자욱한 겨울 안개와 눈꽃, 발을 휘감는 눈.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산허리를 감고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안개 폭포가 어느 사진 속의 한 장면처럼 오랜 여운을 남게 해주는 산행이었다.

 

서면에서 양산까지는 지하철로 50분 정도 걸리기에 조금 빨리 출발을 하여 09시 07분 양산역에 도착했다. 눈이 온 탓에 조금 쌀쌀하여 매점에서 동전을 바꾸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막 돌아서는데 피네님과 마주쳤다. 조금 있으니 해월정님, 봄산님과 짝지, 은수님, 서희님, 미옥님, 현진님, 그리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운해님이 나타났다. 때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나타나게 되면 더 기쁨이 배가 되는 것이다.

 

09시 40분경 양산역을 출발하여 양산천 둑길을 따라 춘추공원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다. 양산 다리 위는 눈이 얼어붙어 제법 미끄러웠다. 양산 향교까지는 대략 15분 채 못 걸렸다. 춘추공원 정문으로 가서 충렬사로 오르려면 시간이 4~5분 더 걸리기에 양산 향교가 끝나는 골목으로 해서 충렬사로 올라갔다. 충렬사 마당에는 흰 눈이 소북히 쌓여 있었다. 약수터로 오르기 전 안부의 체육시설을 지나서 계단을 밟는다. 서서히 경사가 조금씩 가파라져 간다. 산 중턱에 있는 약수터에 물을 떠서 마셔보니 땅 속의 물이라서 그런지 차갑지가 않다.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발 아래를 조망해보니 양산 시가지는 안개가 하얀 천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고, 화제고개 쪽으로 안개가 이쪽 너머로 내리깔리고 있다.

 

 5~6분을 오르니 산 능선에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등산화만으로는 앞길의 험로가 예상되어 아이젠을 신기로 했다. 10년 전에 사둔 아이젠의 테스트가 필요하고, 이왕 일행들이 준비해온 것을 남덕유산에 가기 전에 신어서 요령을 익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잠시 한 숨을 돌리며 아이젠을 신어 보는데, 서희님의 것이 제대로 안 되어 운해님이 조심스럽게 신겨 본다.

 

서서히 오르막은 급해져 감에 따라 신어 놓은 아이젠이 위력을 발휘한다. 355봉의 중턱에 오르니 화제고개에서 내리 쏟아지는 안개의 연출이 장관이다. 이 추운 겨울에 낙동강의 바람을 싣고 날아온 안개를 바라보니 일행의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순간을 붙들어 싶어 셔터를 누른다. 일행들도 오기를 잘했다는 느낌이 든다. 사흘 전에 번개 산행을 올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음 맞는 일행 아홉 분이나 함께 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인생에 이렇게 마음과 뜻을 맞춰주는 나그네가 있다니 즐거운 것이다.

 

456봉을 지나 462봉으로 가는 길은 조금 능선을 치고 올라가 내려가다 다시 조금 올라가야 하는데, 여자 회원님들이 조금 힘이 부치는지 미옥님과 봄산님의 짝지는 선두로 치고 올라오지만 나머지 세 명은 뒤에서 힘겹게 오르고 있다. 그 뒤에는 운해님과 해월정님, 피네님이 보조를 맞춘다고 쉬엄쉬엄 올라온다.

 

 춘추공원의 들머리에서 1시간 40분 정도 지나서 462봉에 오르니 조금 넓은 빈터에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잠시 한 숨을 돌리며 땀도 훔치고 단체 사진도 한 컷을 했다. 거기서 등산로는 뒤편 북쪽으로 나 있어 조금 헷갈렸다. 우리의 맘이 제 정신을 잃은 곳은 378봉을 지나 조금 아래로 내려갔을 때부터였다.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나무 위에는 눈들이 얹혀 있고, 그 눈들이 우리 일행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안개와 눈꽃이 어우러져 겨울 속의 동화 나라에 온 기분이었다. 일행들은 대여섯 살 먹은 동심으로 돌아갔다. 눈꽃에 쌓인 나무들이 한 번 쳐다봐 달라고 번쩍거리고 머리 위에서는 후두둑 눈가루가 떨어진다. 그 열기가 고조되어 가는 가운데 화제 고개의 임도로 내려오니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픈 일행들이 눈꽃 나무 앞에 서 보기도 하고, 앉아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런저런 포즈에 정신이 아득 나갔다. 여기가 태백산이나 설악산인가 착각할 정도로 자연을 우리를 황홀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냥 산행도 좋으련만 하늘은 우리에게 안개 속의 눈꽃 풍경을 연출해 주었으니 휴대폰과 디카의 손놀림이 분주할 수밖에는....

 

 

화제고개에서 370봉을 작은 오봉산으로 생각하고 빡시게 오르고 나니 그곳은 작은 오봉산이 아니었다. 점심을 먹어야 할 작은 오봉산은 서쪽으로 가파르게 서 있었다. 모두 한 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370봉에 피박 썼시유”하고 한바탕 분위기를 반전해본다. 그런데 462봉에서 하산 중 배가 고픈 나머지 어디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자고 생각하고 내려오다 별천지를 만나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배고픔을 잊었는데, 이제 제 정신이 돌아오니 허기가 진 것이었다. 이제 작은 오봉산을 향해서 올라가는 발걸음은 어찌 그리 천근만근인지. 일행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겨우 작은 오봉산에 올라서니 뒤쪽의 토곡산이 올려다 보이고 그 아래의 산허리에 안개가 걸쳐 있다. 그 장면을 놓칠세라 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바로 아래의 팔각정에 올라 가져온 먹거리를 펼친다. 들머리에 출발한지 3시간이 조금 지났으니 배도 고플만도 하다. 운해님 왈 “쉬엄쉬엄 산행이 샤방샤방 산행의 곱빼기” 그 팔각정에는 먼저 온 한 사람이 있었는데, 우리가 자리를 잡으니 가버린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버렸는가? 앞이 탁 트인 곳이라 전망도 좋고 다행히 바람도 불지 않고, 구름 사이로 햇살도 윙크를 해댄다.

 

 오늘도 봄산님은 집에서 담근 매실주를 가져와 한 잔을 준다. 뱃속에 찹찹함이 짜르르 전해져 온다. 그리고 옆에 앉은 은수님은 2년 반 숙성시킨 오디주 원액을 한 순배 돌리다가 반 병 정도 남았을 때 소주와 함께 희석시켰다. 게다가 은수님이 썰어서 가져온 문어를 기름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청와대 밥상이 부럽지가 않았다. 은수님은 산행 때 자신이 오디주 한 번 가져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노라고 했다. 이래서 백산에 정감이 가고 좋은 게 아닌가?

 

45분 정도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제 오봉산으로 능선을 따라 가야 하는데 능선길은 눈이 녹아서 질퍽거리고 오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단지 좌우 양옆으로 조망을 하고 금정산 고당봉과 토곡산의 낮게 드리운 안개를 보는 것이 위안이었다. 그리고 양산 시가지를 굽어 내려다보며 가야 할 앞길을 상상해 본다. 돌탑이 서 있는 오봉산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그 주변의 전망대에서 나름대로 포즈를 취해 본다. 낙동강이 구비 돌아 흘러와 그 속에서 잉태된 생명수가 하늘로 날리어 안개가 내를 이루니 어찌 우리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으랴. 강과 산, 그 안개 속에 우리의 마음이 들어앉으니 시는 안개 바람을 타고 자연이 되어 소리 지른다. 산다는 게 별건가. 억만금이 있어도 밥숟가락 놓을 때 갖고 가지 못하면서 우린 너무 자신의 인생의 무게에 짓눌러 산다. 신바람 전도사 황수관 박사도 68의 나이에 이생을 하직했다니. 너무 스트레스 받으며 사는 것보다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먼저 들을 수 있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제 목표는 달성되었고, 하산하는 일만 남았는데, 임경대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임경대로 가기 전 여자 회원님들 눈을 뭉쳐 남자 일행들에게 던져 보며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임경대는 아무런 표지판도 없어서 허탈함 속에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눈이 녹아있는 비탈길은 만만치가 않았다. 은수님은 아이젠을 했건만 몇 번이나 미끄러져 피네님에게 앞서 가이드 좀 하랬더니 미끄러워 먼저 내려가버린다. 하는 수 없어 해월정님이 앞서 보지만 미끄럽기는 마찬가지다.

 

20여 분간의 하산 사투 속에 삼진 무지개 아파트 옆으로 내려가 물금역 부근의 손두부 집으로 갔다. 먹을 곳이 마땅찮았다. 그런데 들어간 곳이 기대이상이었다. 손두부에 막걸리 맛도 괜찮았지만, 콩비지를 내어 왔는데 참 맛이 있다고 했더니 8명 전부에게 콩비지를 조금씩 뭉쳐 주었다. 봄산님 부부는 식당에 들어오기 전에 약속이 있어서 헤어졌기에 맛을 보여 주지 못해 맘에 짠하다. 식당 아줌마의 후하고 정감어린 인심에 우리의 마음이 다 녹았다. 도심지라면 그렇게 알뜰살뜰 신경을 써 주겼냐 말이다.

 

길을 떠나 맘과 뜻을 맞춰 함께 하니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부해도 마음이 넉넉한 자가 부자인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열어 배려하고 나누어주는 자가 행복한 사람이다. 산을 배우기에 모두 넉넉한 인심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식사가 끝나가나 싶었는데 해월정님이 한 방 쏘았다. 조금씩 마음을 모두어도 되었건만 해월정님이 어느 새 평정을 해버렸다. 그러던 중 운해님이 주인 아줌마에게 21번 버스 시간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2~3분밖에 남지 않았단다. 일행은 갑자기 등산화를 신는다고 부산을 떨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왔고, 우리들은 동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왔다. 정말 쉬엄쉬엄 걸은 산행이었지만, 눈 속이라 조금은 힘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산행지도

*산행사진

 

 <양산천 둑길>

 <양산다리>

 <양산 충렬사>

 <약수터에서의 봄산님>

 <능선에서 아이젠 준비>

 <힘들어요>

 <안개도 잠시 잡아 두고, 표정도 좋고>

 <갈림길 이정표>

 <462봉에서>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곳>

<나무 위에 얹힌 눈들>

<눈 tree>

 

 <정신 없시유>

 <태백산이라 해도 믿을껴!>

 

  <입을 다물지 못하는 현진님>

 <갈매기가 눈꽃 속에서 정신을 잃다>

 <미녀들의 웃음소리 드높고...>

 <운해님도 한 컷 하고>

 <해월정님도 토곡산을 배경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작은 오봉산 정상에서>

 <작은 오봉산 팔각정>

 <양산 시가지를 발 아래에 두고...>

 <이 시간은 아무도 못 말려...>

 

 <아 조오타...>

 <안개도 졸고 있고...>

<오봉산으로 가기 위해서 능선을 구비 돌고>

 <오봉산에서의 즐거운 시간>

 <갈매기도 낙동강 위에 살포시>

 <좌청용 우백호라>

 <뒤돌아 본 산 능선>

<미녀 삼총사를 사이에 두고...>

 <미녀 5총사>

 <낙동강이 여기래요>

 

 <체육시설에서 쑥덕쑥덕>

<바람이 좀 불구만유>

 <어이쿠 넘어지면 안 되는데....>

<낙동강은 말이 없고>

 <이제는 하산 중>

<조심조심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