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감물고개-만어산(670.4m)-산성산(387m)-활성마을>2012년 송년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2. 12. 26. 07:51

*산행일: 2012. 12. 22(토). 맑음

*누구랑: 부산백산 산악회원 26명<백산남친, 운해, 즐거운 산행, 붉은 노을, 종현, 해곤, 솔뿌리, 윤슬, 흔적, 효리, 정은, 수희, 은수, 서희, 산들바람, 한사랑, 봄산, 햇띵구, 와석,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 감물고개(09:00)-감물고개 출발(09:06)-선우사(09:10)-점골고개(09:49)-만어산(10:25)-산성산(13:58)-일자봉 팔각정(14:03)-활성마을(14:58)

*산행시간: 6시간(점심 32분, 휴식 30분 정도)

 

*산행 tip: 백산산악회의 대망의 송년 산행은 감물고개-만어산-산성산으로 전체 산행시간은 6시간이었고, 휴식 1시간을 제외하면 대략 5시간 정도의 산행을 했다. 무엇보다 이 코스는 감물고개까지 버스로 올라간 후 만어산으로 올라가, 이후는 하산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하였기에 부담이 적은 산책로를 걷는 산행이었다.

 

삼랑진IC를 빠져나온 백산 전용버스는 얼음이 얼어 있는 구절양장의 산길로 접어들었다. 간밤에 온 비로 도로가 여기저기 결빙되어 있어서 부산 사람들이 쳐다보는 느낌은 조금 아찔했다. 늘 신뢰감을 가져 왔듯이 연륜이 있기에 부드럽게 잘 차고 올라가 감물고개에 우리들을 내려놓았다. 고개는 바람이 지나는 골이라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목을 움츠리게 하니 여자 회원들은 빨리 산행을 시작하자고 아우성이다. 일행들은 채비를 갖추고 약간의 몸을 풀고는 산행을 시작했다. 시작하자마 시멘트 옹벽을 딛고 올라서야 하는데, 해곤님과 햇띵구님이 위에서 손을 잡아끌어 주는 수고를 했다.

 

4분여 만에 능선에 올라서는가 싶더니 황토와 시멘트를 바른 찜질방 같은 선우사가 나타났다. 낯모르는 길손이 왔기에 매어 놓은 개와 강아지가 정신없이 짖어대니 비구니가 나와서 이런저런 정리를 한다. 그 틈을 놓칠세라 여자 회원님들 대여섯 분은 인생 시름(?)을 해결하려고 배낭을 놓고 사라지고, 기다림에 맘이 탄 회장님은 임도를 따라 가버린 탓에 운해대장님 회장님 찾는데 잠시 마음이 간다.

 

산 능선을 하나 올라 내려가 35분 여를 가니 임도가 나왔다. 점골고개에서 다시 회장님과 전 회원들이 합류를 하여 만어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산행로는 대체로 완만하고 낙엽도 깔려 있어서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산행길이었다. 그 점골고개에서 35분 정도를 올라 만어산에서 26명의 일행이 합류를 했다. 하나 둘씩 사진을 찍고, 단체 사진도 한 컷을 했다. 이번 코스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만한 절경이 많지 않기에 정상에서의 백산 기자(?)님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만어산 중턱의 통신 중계소 앞의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려는데 얼음이 얼어 있어 갓길로 해서 내려왔다. 몇 군데의 임도를 지나오긴 했는데, 대체로 오른쪽 방향으로 휘감아 내려가는 기분의 산행이었다. 만약 혼자 왔더라면 상당히 헷갈릴 수 있는 코스였다.

 

394봉을 지나 내려가다 양지바른 곳에 회장님(백산남친)이 자리를 잡았다. 들머리에서 2시간 40여 분을 온 셈이다. 그러나 코스가 대체로 완만하고 샤방샤방해서인지 땀을 제대로 흘리는 일행은 없는 것 같다. 도심지 뒷산의 아침 등산을 온 기분이 든다. 뭐니 뭐니 해도 인생에서 먹는 재미를 빼 놓을 수 없다. 각자의 배낭에서 먹거리를 꺼낸다. 백산에서 산행을 해서 12시 전에 점심을 먹어 본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정말 다른 것 같다.

 

봄산님이 집에서 담궈 온 매실을 한 잔 준다. 이제 봄산님과는 세 번째의 산행으로 낯익은 얼굴이라 참 편하다. 또 낯익은 얼굴은 흔적님과 윤슬님, 즐거운 산행님, 해곤님, 정은님과 같이 한 자리를 깔았다. 윤슬님의 밤새(?) 고운 된장국과 계란 부침개로 얘기꽃을 피우며 식사교제를 하니 즐겁다. 옆의 즐거운 산행님이 앉자마자 생탁을 한 컵 건넨다. 들이키니 겨울의 싸한 공기가 휘감고 지나가지만 몸에서 따뜻한 열기가 올라온다. 정은님이 일행을 위해 집에서 가져온 야채와 굴을 초고추장에 버물려 한 접시씩 돌리니 입안이 얼얼하면서 침이 고인다. 그 무침이 밥과의 만남이 금상첨화이고, 곁들이는 반주에 일행들이 어찌 잊을 수가 있으랴. 그 정성에 모두 감사하고 그 마음에 백산인의 정감이 어려 있다. 남에게 조그마한 것이라도 함께 나누려는 마음 때문에, 그리고 그 배려 때문에 백산인들의 정이 깊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30여 분의 식사 후 산성산(387m)까지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데, 쉬운 코스이기에 앞뒤 동행하는 일행이 달라지기에 또 다른 회원들과 세상사는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햇띵구님과는 두바이에 지낸 이바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보지 않은 곳, 그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면서 살아간다. 남의 이야기 또한 늘 틀에 박힌 진부한 이야기보다는 청량제와 같은 이바구에 솔깃해진다.

 

산성산에서의 요란스러운 인증 샷에 자리다툼이 치열하고, 취재(?) 열기도 만만찮다. 바로 아래의 일자봉 팔각정에 올라 풍류시인이 되어보고, 만어산에서 내려 온 봉우리들을 올려다보니 아스라이 멀게 느껴졌다. 쉬엄쉬엄 걸었건만 참 멀리도 왔다. 일자봉에서 활성마을까지는 조금 경사가 급했는데, 마지막 활성강변식당 바로 뒤의 진흙탕 비탈길은 확실하게 산행의 끝을 각인시켜 주었다. 인생 또한 진흙탕 길을 가야 한다는 것임을. 

 

이리하여 산행은 끝이 났고, 일행은 동래역 부근의 참소국밥집으로 옮겨 저녁식사를 했다. 식당에서 와석님의 찢어진 바지 속에서 5cm 정도의 피흘린 상처도 보았다. 바지가 엄지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로 찢겨 나갈 정도였으니 아픔도 컸으리라. 네모지게 앉은 탁자 위헤 생탁과 소주가 한 순배 돌고 도니 회원간의 친목이 돈독해져 갔다. 닉 네임을 몰랐던 회원님들 간에도 통성명을 하며 홈피에서 보던 이름과 일치시켜 본다. 그래서 옆자리의 종현님, 해곤님, 솔뿌리님과도 일면식을 해 본다. 이어서 몇 사람만을 빼고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이제 송년 산행과 뒤풀이는 완전히 끝이 났다. 새해에는 더 멋진 백산인의 화합과 정감어린 산행이 기대된다. 가족 친지를 제외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친구가 바로 백산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기에 기쁨과 땀 흘리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고,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산행지도: 코스만 참조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