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대운산 1봉(589m)-2봉(670m)-대운산(742m)-대추남만디(634m)-서창 북부마을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3. 2. 19. 15:39

*산행일시: 2013. 2. 16(토), 맑음

*누구랑: 부산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10명(혜영, 은수, 휘운, 휘운 게스트 , 환희, 환희 게스트(주연), 여행, 노홍철, 즐거운 산행, 부산갈매기)

 

*산행코스: 상대마을 2주차장(10:41)-굴바위(11:49)-대운산 1봉(589m)(12:29)-대운산 2봉(670m)(12:54)-대운산(742m)(14:23)-대추남만디(634m)(15:23)-대동아파트(16:30)-서창 북부마을(16:43)

 

*산행시간: 쉬엄쉬엄 5시간 40분(점심식사 40분, 휴식 30분) 

*교통편: 부전역에서 남창역까지 무궁화호 열차/부전역 09:05 출발

            남창역에서 상대마을 2주차장까지 마을버스/남창 우체국 앞 10:30

 

*산행 tip: 이 산행의 묘미는 부산에서 남창역까지 부산 근교행 열차를 이용하기에 여행의 설레임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남창마을에서 상대마을까지는 열차시간에 맞춰 마을버스로 갈 수 있기에 원점회귀가 아닌 다른 코스로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상대마을의 동쪽 능선에서부터 시작하여 대운산 정상까지 종주를 해 볼 수 있다는 잇점과 굴 바위에서부터 대운산 2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에서의 낙엽 밟는 소리는 자신의 자아를 깨우는 자각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대운산 2봉에서 대운산으로 가는 능선의 철쭉 군락지는 유명한 산 못지 않은데, 5월의 숙제로 남겨두고 대운산 정상에서의 탁 트인 조망과 쉼은 인생에서 쉬어가야 할 이유를 찾게 한다. 그리고 대운산 정상에서 대추남만디까지는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현장을 볼 수 있지만, 대추남만디에서 잠깐의 휴식 속에서 산꾼이라면 천성산과 멀리 영축(취)산까지 바라보며 지나간 인생여정의 한 페이지를 넘겨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서창 북부마을의 동동주 한 사발에 우리의 하루는 저물게 되고, 인생의 노을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산 동지와 함께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집에서 조금 일찍 나와서 부전역에 도착하여 역사 안을 두리번거리는데 혜영님과 마주쳤다. 그리고 휘운님, 여행님, 처음 백산 번개산행에 얼굴을 내민 환희님을 만났다. 환희님은 나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내가 받지 않자 배낭에 달린 백산 리본을 보고 나를 알아보았다. 부전역에서 남창역까지 무궁화호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기에 타고내리는 사람들의 표정도 보고, 차창도 내다보며 시간의 여유도 가져 보는 것이 좋았다. 지난 한 주일 동안 내 계획대로 살아 온 것 같아도 남의 시간과 계획에 휩쓸려 폭포수에 쓸려간 인생이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인생은 자신의 궤적을 그리며 살려고 하지만, 우리가 요즘 스마트 폰으로 카스토리를 지인들과 주고받는 중에 남의 이야기도 얼핏 묻어져 나에게 전해진다. 그렇듯 우리의 삶은 타인의 삶에 간접적으로 엮이어 가듯이 순수하게 우리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지켜갈 수만은 없다. 더불어 사는 사회 속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10:06분 남창역 플랫폼에 내리며 혜영님은 “노홍철님이 누군가?”하며 앞에 나이든 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인가."라고 말을 했다. 정작 노홍철님은 뒤에 따라서 오면서 속으로 킥킥거리며 따라 왔단다. 그런데 동래역에서 내 뒷자리에 빛나리(?) 한 명이 배낭을 들고 탔었는데, 은연중에 눈길이 갔었다. 그가 노홍철님이었다. 남창역 광장에서 어깨도 맞추어보고 키도 재며 인증샷을 날렸다. 우선 급선무는 상대 마을행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것이다. 설 명절 뒷날 와서 마을버스 정류장을 찾아갔건만 조금 애매했었는데, 환희님이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제대로 찾아 갈 수가 있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15분 정도의 시간이 있기에 잠시 닉네임을 주고받았다. 환희님과 게스트인 주연님은 올해 10년차의 베테랑 산꾼이라는 것도 알았고, 노홍철님의 빛나리(?) 사연도 들었다. 산을 오랫동안 사랑해 온 사람들과 함께 산행을 하게 되어 더없이 즐겁다.

 

상대행 마을버스는 2분 정도 빨리 왔다. 상대로 가는 산꾼 중 우리 일행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했다. 버스기사는 승객 중 하대마을로 가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없다고 하니 하대마을은 가지 않고, 상대마을로 곧장 갔다. 나는 미리 버스 기사에게 상대마을 2주차장에 내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기사는 친절하게도 상대 2주차장보다 육칩십 미터 더 가서 부산-울산간 고속도로 교각 아래 세워주었다. 운화리성지 2.5km라는 이정표 부근에서 일행들은 몸 채비를 서둘렀다.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가 다리를 건너가기 전 무덤에서 길이 조금 헷갈렸다. 그럴 듯하게 보이는 산길을 따라 갔는데, 아뿔싸 막다른 막힌 길이 나왔다. 그래서 되돌아 나와 다리를 건너 곧장 비포장도로를 따라 쭉 올라갔다.

 

굴 바위까지는 임도를 따라 쭉 올라가면 되었는데, 들머리에서 30여 분쯤 올라가는 도중 외딴 집에서 한 사내가 휴대폰 통화중이었다. 산길을 물을까 해서 올라갔더니, 그 사내는 커피를 한 잔 하고 가란다. 그 외딴 집 문 앞에는 ‘기도중’이라는 글과 함께 폰 번호 쪽지를 붙여 놓은 것이 보였다. 커피 한 잔 안하고 갈 수 없지 않느냐고 물귀신 작전을 쓴다. 이에 노홍철님 과감하게 뿌리치며 “아자씨! 커피는 안 마실랍니더!” 하며 커피를 끓이려 방안에 들어간 사내에게 한방을 쏘았다. 내가 머쓱해 하며 방안에서 나온 사내에게 굴 바위 방향을 물었더니 그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란다. 거기서 30분 정도 올라가니 굴 바위가 나왔다.

 

굴 바위 가기 전 임도 옆의 너럭바위가 너무 좋다고 쉬자고 혜영님이 권한다. 잠시 쉬며 누군가가 꺼낸 방울 토마토를 먹었다. 그 너럭바위를 조금 올라가 굴 바위까지의 10여 분이 능선을 오르는 길목의 숨 가픈 비탈길이었다. 굴 바위 옆으로 다른 길이 나 있으나 지도상에 나오기에 궁금해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미 굴 바위 위에서부터 들리는 굿하는 소리에 바위 굴의 용도를 알았지만, 그 굴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알고 싶어 올라갔다. 환희님은 굳이 굴 입구까지 올라가 본다. 배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 아직도 귀신이나 우상에 의존하여 사는 사람도 있고, 우주만물을 다스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은 귀에 익숙하고 낯익은 것에 마음이 가는 것 같다. 이 세상을 다스리는 자가 누구인지를 진정 안다면 좋으련만.....

 

굴 바위 앞에서 혜영님은 즐거운 산행님이 오늘 늦게 우리와 합류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나 보고 전화를 해 보란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휴대폰을 뒤적거려 문자를 보니 상대 2주차장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남창에서 마을버스를 탓을 시각에 즐거운산행님이 기장에서 오면서 날린 문자였다. 즐거운 산행님에게 전화를 하니 우리 일행이 서 있는 굴 바위에 거의 근접을 했단다.

 

굴 바위를 오른쪽으로 200미터를 돌아 바위 사이를 조금 올라서면 이제 능선이 시작된다. 능선에 올라서니 전망 바위가 나타났다. 자연스러운 포토 존의 바위 위에서 올라서서 일행이 돌아가며 포즈를 취했다. 멀리 온양읍의 시가지도 보이고, 월내 앞바다도 산너머로 보이며, 발 아래 남동 방향으로 저수지도 보인다. 그리고 전망 바위 2백여 미터 뒤편으로 큼직한 바위 굴이 보였다. 그리고 바로 옆 나무 위에는 <대운산 2봉 1.3KM/대운산 주봉 4.0KM>라고 쓴 빛 바랜 이정표가 보였다. 그때 혜영님이 일행에게 줄 것이 있다고 배낭을 뒤적거렸다. 집에서 만든 흑마늘을 비닐 봉지에서 꺼내 1인당 세 쪽씩 먹으라고 한다. 집의 서방님한테도 안 주는 것인데, 특별히 오늘 번개 산행팀에게 준댔다. 그 흑마늘이 젤리 마냥 아주 쫄깃쫄깃한 게 감칠맛이 났다. 어찌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은 우리 여성 동지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손가! 만드는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야단이다.

 

즐거운 산행님이 오는 시간도 기다릴 겸 해서 혜영님에게서 강의를 들었다. 그 만드는 비결은 제철에 원료인 마늘을 사가지고 집의 보온밥통에 14일간 보온으로 숙성시킨다는 것인데, 명심해야 할 것은 안 쓰는 빈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역한 냄새가 엄청 나서 방을 다 버린다고 했다. 아뭏든 흑마늘로 에너지를 보충한 일행은 또 20여 분 정도 완만한 능선을 올라 대운산 1봉(589m)에 다다랐다. 그런데 대운산 1봉이라고 알아보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큰 바위 중간에 누군가 사인펜으로 대운산 1봉이라고 써 놓았기에. 그때 뒤를 따라온 즐거운 산행님이 합류를 했다. 기장의 집에서 아들 녀석에게 상대 2주차장까지 차를 좀 태어 달랬단다. 오랜만에 보니 정말 반가웠다. 우리 일행은 대운산 1봉 바위를 배경으로 한두 사람씩 포즈도 취해보고 단체 사진도 한 컷을 했다.

 

이제 1봉에서 2봉으로 가는 길은 조금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하는데, 1봉에서 조금 내려가는 비탈길에 팔 벌린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일행은 소나무에 걸터 앉아보기도 하고, 소나무에 올라가 그 품에 기대어 보기도 했다. 1봉에서 2봉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걸렸는데, 어쩌면 이 코스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지도 모른다.

 

 대운산 종주 코스는 대체로 산세가 여성스러운 면이 많다고 느꼈다. 사람에게는 인품과 인격이 있듯이 산에도 산세와 자태가 있다. 이 능선길은 발목까지 빠지는 수북한 낙엽길이 천하일품이다. 대운산 코스 중에서 이 능선길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낙엽이 원상태로 잘 보존 되어 있다. 그래서 낙엽을 밟노라면 어머니 품속과 같은 따스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늑하고 조용한 능선길에서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인생을 그렇게 달려 왔던가.’ 하는 자신에 대한 물음이 용솟음치게 하는 곳이다. 손에 잡히려고 하면서도 잡히지 않은 부귀영화를 찾아 그렇게 달려온 인생길의 회한이 발밑에서 머리 위로 전해져 온다. 바쁜 인생길, 쉼 없이 달려 온 길에 진정 마음 터놓을 친구 몇 명 있었던가? 40대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한 링컨의 말을 제쳐두고서라도 달려온 인생길이 파란 잔디밭이 아니라 푸석푸석한 낙엽길이 아니었는지 생각나게 한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속에서 인생 겨울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대운산 2봉의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숨은 조금 거칠어진다. 그 거칠어진 숨통이 한 방에 해갈되어지는 곳. 거기가 제 2봉이다. 서쪽으로 손에 잡힐 듯 대운산 정상이 보이고, 남쪽 발 아래의 산 너머에는 파아란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더니 갑자기 자연이 내게 안긴다. 울산의 허어연 빌딩숲도 보인다. 그 인위적인 모습에 눈을 돌린다. 또 눈을 아래로 펼치니 부산 울산 고속도로를 따라 차들이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늘 보아왔던 익숙한 것들로부터 눈을 피해 2봉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꼬부라진 소나무가 세월을 이겨내고 있음을 본다. 비바람과 폭설 속에서 단련된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거기 그대로 버티어 서 있다. 단지 내리쬐는 햇빛이 있으면 좋을 뿐이고, 간간히 적셔주는 비라도 오면 그것에 흡족해 하는 소나무에게서 세월을 이겨가는 지혜를 배운다.

 

점심시간이 넘은 시각이라도 일행들은 2봉 주위의 경치에 도취되어 배고픔도 잊었나 보다.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 10여 분쯤 대운산 정상 방향으로 가면 좋은 자리가 있다고 했더니, 그곳으로 가잔다. 이제 2봉에서 대운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나무계단을 조금 내려가서 다시 약간 올라가야 한다. 인위적인 것을 굳이 피했으면 좋으련만,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자연을 망가뜨려가는 인간들의 단면을 본다. 자연에서 쉼을 얻으려 하면서 인간은 자연을 계속 학대해 간다.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를 자연에서 보상받으려는 심리처럼 말이다.

 

대운산 2봉에서 15분 정도 가서 철쭉 군락지라는 표지석이 서 있고, 그 옆에는 산꾼들을 위해서 나무로 넓은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왼쪽 계단에서 먼저 온 산꾼들이 버너로 취사를 하고 있었고, 예닐곱 계단위의 넓은 쉼터에는 대여섯 명의 산악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바로 뒤가 상대봉 정상이다. 우리 일행은 식탁보를 깔고 배낭을 펼쳤다. 낮 1시 10분이 지난 시간이라 한창 배고픈 시간은 조금 지났나 보다. 각자가 가지고 온 것을 꺼내 놓는다. 혜영님은 오늘 일행을 위해 겨울초에 젓갈과 양념을 준비해서 양푼이에 마음과 정성을 담아서 바로 버무른다. 그 양푼이는 여행님이 생탁 2병과 함께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준비해 온 것이다. 그 양푼이의 용도가 다른 용도로 쓰인 것이다. 갖은 양념으로 갓 버물린 겨울초에 일행의 식탁이 풍성해지고 생기가 났다. 거기에 생탁이 한두 잔 도니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하고 고조되어 갔다. 먹거리 앞에서는 대통령도 노숙자도 속내를 숨길 수가 없는 법. 이 세상에서 먹는 것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말이다. 아주 느긋하게 40여 분 식사를 하면서 많은 수다를 떨었다. 식사 후 쉼터 계단에서 단체 사진을 한 컷 했다. 번개 산행은 역시 모두가 함께 자리할 수 있고,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헤아려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라 좋다.

 

거기서 대운산 정상까지는 25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비탈길을 조금 올라간 뒤 헬기장 옆을 거쳐 올라가야 했다. 헬기장에서 대운산 정상까지는 100미터라고 이정표에 나와 있지만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기에 쉽게 정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점심을 먹고 오르는 경사길은 짊어지고는 가기 쉬운데 뱃속에 담아가기에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허나 일행들은 잘도 오른다. 세상살이도 큰 욕심의 덩어리를 안고 가기에 더 자유스럽지가 못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너무 움켜쥐려고만 하지 말고 나뭇잎을 떨쳐버리고 환경과 여건에 순응하면서 사는 나무와 같은 인생이 되어야 하는데, 죽을 때 못 가져가면서도 그 끝없는 욕심의 노예로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대운산 정상(742m)에는 먼저 온 다른 산악인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하고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며 우리 일행도 몇 컷을 해 본다. 으레 정상석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인간세상에서 그 자리가 하나 밖에 없다면 생존경쟁은 치열한 법. 정상석 주위의 여기저기에서 아래를 조망하며 그 장면을 사진 속에 붙들어 둔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력 속에서 훗날 추억은 그 사진에서만 찾을 수 있기에 말이다.

 

이제 하산이다. 하산은 헬기장으로 다시 내려와서 대추남만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헬기장을 지나니 웬걸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는 730봉의 산허리를 돈 다음 능선을 따라 하산을 하였기에 범솔밭 삼거리까지 내려오는 동안 꼬불꼬불한 포장도로를 여러 번 만나게 되었다. 인간의 남획에 의해 잘려나간 산허리를 바라보며, 개발과 편리함 뒤에는 인간의 파괴적인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그것을 바라보니 마음이 짠 했다. 범솔밭 삼거리에서 조금 오르니 610봉에 이르렀는데, 그 610봉 아래에 전망바위가 있어서 일행들은 거기서 쉬어가잔다. 게다가 멋들어진 소나무가 있어 그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잠시 농담을 주고받으니 모두 얼굴이 펴진다.

 

이제 대추남만디(634m)까지는 능선을 따라 가다가 조금 올라가야 했는데, 대추남만디에는 나무들을 벌목해버려 넓은 공간이 전개되었다. 그래서 서창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었고, 왼쪽으로 천성산이 그리고 저 멀리 아스라이 영취산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북동쪽 저편으로 울산 시가지의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는 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세워진 것만 있었는데, 작년 1월에 새로운 대추봉 정상석이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가 나무 이정표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니까 앉아 있던 커플이 자기네들이 먼저 찍겠단다. 그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 주었더니, 중요한 정보 하나를 준다. 서창 북부마을회관 뒤에 주말농장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말 그대로 주말에만 영업을 한단다. 그곳에 가면 동동주와 안주가 일품이라고 알려준다. 일행들은 그 대추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날리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이번 산행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였다. 다소 험하고 가파랐기에 무릎에 많은 부담을 주었다.

 

그런데 바로 서서 하산하는 것도 어려운데 여행님은 뒷걸음을 치면서 하산을 했다. 뒤를 따라가며 위에서 보는 우리들은 아찔하게 느껴지는데, 정작 본인은 바로 서서 가는 우리들보다 더 잘 내려갔다. 노홍철님도 흉내를 내며 따라 내려간다. 뒤로 해서 내려가면 무릎에 부담이 적단다. 오늘의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노홍철님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대머리로 밀었는데, 정말 인기 연예인의 생김새와 비슷한데다 입담도 좋아서 산행 내내 분위기를 주도했다. 긍정적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바뀌는 법. 그래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과 함께 해야 인생의 보탬이 되는 것이다.

 

대추봉 정상에서 대동아파트까지는 1시간 남짓 걸렸는데, 도중에 한 번 쉬기로 했다. 여행님이 가지고 온 배를 하나 먹고 갈까말까 망설였다. 그것은 깍지 않은 통배였기에. 그래서 은수님이 얼른 받아서 자기가 깎겠노라고 하여 깎아 한 조각씩 돌렸다. 사람들은 큰 것 보다는 아주 작은 것에 큰 감명을 받고 때론 공감을 한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이쁜 것이다.

 

대동아파트에서 서창 북부마을회관까지는 10여 분 이상 도로를 따라 내려왔는데, 이제 그 주말농장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회관 주위에서 행인에게 물어보니 희한하게도 주민들은 잘 안다. 마을회관 위쪽으로 돌아서 가보란다. 30여 미터를 올라가보니 그래도 잘 몰라서 다시 한 번 다른 행인에게 물으니 편백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집이라고 가르쳐 준다. 그런데 그 주말농장에는 간판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추봉에서 만난 커플이 우리를 보며 웃는다. 그들이 먼저 와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안쪽에 자리를 잡고 동동주, 손두부, 파전, 오뎅탕 등을 시켰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여전히 고풍스럽고 구닥다리를 사모하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 일행들에게는 친숙하고 낯설지가 않다. 몸이 좋지 않아 술을 지난 몇 달 동안 전혀 안 마셨다던 노홍철님이 환희님과 그 주위분의 건배 제의에 금주를 해제했다. 두 테이블에서 건배 소리가 더 높다. 열 사람이 함께 한 번개 산행, 오랜 친구처럼 격이 없이 멋진 시간을 보냈다. 막걸리가 잘 숙성되어야 맛이 제대로 나듯이 산행의 빈도와 많아지고 우정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친밀감이 더해져 가는 것 같다. 오늘 처음 온 환희님, 그리고 환희님의 게스트인 주연님, 노홍철님, 휘운님의 게스트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산을 바라보았을 뿐이고, 사람 사이의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오늘 대운산이 던지는 메시지를 안고 간다. 메마른 땅보다는 푸석푸석한 낙엽이 우리를 푸근하게 해 주듯 조금 부족한 듯 해야 주위분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과 쉬워 보이는 맨 땅도 살짝 녹아있어 방심하거나 교만하면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 속에서 대운산의 큰 가르침을 받고 간다.

 

함께 한 아홉 분들이 시간을 공유하고 행복을 나누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그리고 감사드린다. 그 우정과 사랑이 다음 산행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사랑하는 자가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산행지도 

 

*산행사진 

 

 

 

 

 

 

 

 

 

 

 

 

 

 

 

 

 

 

 

 

 

 

 

 

 

 

 

 

 

 

 

 

 

 

 

 

 

 

 

 

 

 

 

 

 

 

 

 

 

 

<산행작가/부산갈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