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함양 삼봉산(오도령-오도봉-삼봉산-등구재-백운산-금대암-마천)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3. 3. 4. 06:46

*산행일시: 2013. 2. 23(토). 맑음

*함께 한 사람: 부산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0명(백산남친, 바람숙, 운해, 붉은노을, 여니아 외 1명, 태평양, 서희, 현진, 은수, 수희, 성산, 휘운외 1명, 혜영, 흔적, 태영, 진부령, 앞마당, 토끼, 거북이, 성기태, 즐거운산행, 윤슬 외 3명, 성길, 해곤, 솔뿌리, 덕석바우 외 2명, 산하, 노홍철, 정은, 봄산, 유유산속, 부산갈매기)

 

*산행코스: 함양 오도령(773m)/지리산 제1문(10:38)-913m-오도봉(1,035m)(11:53)-삼봉산(1,187m)(14:03)-등구재(15:23)-백운산(903m)(16:02)-금대산(847m)(16:34)-금대암(17:04)-마천(17:38)

*산행시간: 7시간(점심식사 1시간 10분, 기타 휴식 40분)

 

*산행 tip: 이번 산행은 무엇보다 올 한 해 동안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 산행이라 40명의 회원님들과 게스트님들이 참석을 했다. 원거리 산행은 여행과 산행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또 다른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산청을 지나 함양읍으로 갈수록 산머리에 희끗희끗 허옇게 회칠을 한 듯이 보이는 산의 매력에 자꾸만 눈길이 그쪽으로 간다. 오도령(773m)으로 오르는 구절양장의 도로는 과히 한국의 100선에 들어 갈만한 풍경이었다. 도로변의 산야는 허연 이불로 뒤덮여 있고, 오도령의 지리산 제 1문의 쉼터에는 새하얀 눈들이 아무도 밟지 않은 상태였다. 버스에 내린 일행들은 화장실을 다녀오고, 산행할 채비를 갖추느라 소란스럽다. 또한 시산제에 쓸 제물을 일행들이 나누어 배낭에 넣는다고 10여 분 분주하다.

 

산행 들머리를 시작하자마자 통나무로 발판을 만든 계단이 100여 미터 이어지니 초반부터 숨이 턱 차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편평한 길로 이어졌지만, 눈들이 있고 또 아침 햇살을 받아 땅이 녹아버려서 미끈거리는 곳도 있어서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조바심을 내며 15분여 정도 올라가다가 은수님과 서희님이 아이젠을 하고 가자고 한다. 그래 이왕 가져왔으니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 싶어서 아이젠을 했다. 그런데 40여 분쯤 가니 갑자기 경사진 내리막길이 나타났는데, 눈이 많이 쌓였고 앞서 간 사람들이 밟았기에 굳어져 있다. 일행이 일렬로 서서 나무를 잡기도 하면서 간신히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내 앞에 가던 태영님이 갑자기 “어~~!”하고, 나무가 뚝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5미터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순간 머리가 주삣 선다.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딱 하고 났기에 혹시나 팔이 다쳤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미끄러지면서 팔을 짚었다. 그러나 팔뚝이 쭉 미끌리면서 까져서 피가 났다. 주위의 일행들이 놀랄까봐 속으로 참으며 괜찮다고 한다. 아이젠을 차고 가지 않던 일행들에게 경각심을 울려주는 이벤트가 되었다.

 

이제 일행들은 913봉의 능선에 올라서서 아스라이 남쪽으로 보이는 지리산 천황봉을 배경으로 추억을 가두어 둔다. 선두조들과는 제법 거리감을 두고 있음을 느낀다. 후미조들은 주변 경관을 조망하며 조금 느긋하게 오른다. 표지석이 있는 오도봉(1,035m)에서 차례차례로 인증 샷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를 닦던 스님이 그곳에서 깨달음이 있었다고 해서 오도봉이라고 했다는데, 오늘 우리 일행들은 어떤 깨달음을 하고 갈까?

 

오도봉에서 시산제가 열리는 헬기장까지는 45분 정도 걸렸다. 오도봉에서 조금 내려가다가 중간의 암릉을 하나 올라서서 경치에 도취되어 저마다 사진을 한 컷씩 한다. 이어서 제법 경사지고 눈 덮힌 비탈길을 오르니 시산제 장소가 나타났다. 먼저 온 사람들이 시산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놓칠세라 진부령님, 토끼님, 거북이님, 덕석바위님들이 한 팀을 이루어 사진을 찍는다고 어깨를 맞대고, 은수님, 휘운님, 현진님, 서희님, 성산님들은 자기네들끼리 한 팀을 이룬다.

 

시산제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 같다. 동쪽 방향에 플랭카드를 펼치고 그리고 그 앞에 제물을 나열한다. 일행들은 여기저기 조망도 하고 빙 둘러서서 제물 차리는 것을 지켜본다. 먼저 회장님이 신발을 벗고 제주를 올리고 두 번을 절을 한다. 이어서 부회장 부산갈매기와 여니아님의 순서가 이어지고 운해대장님을 비롯한 운영진의 순서로 넘어간다. 한 해의 무사 산행을 위해 천지신명께 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산의 번영을 위해서 말이다. 굵직한 목소리의 덕석바우님이 축문을 읽고 참석한 전 회원들이 무릎 꿇고 있을 때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어느 순간보다 간절하고 진지하게 한 마음 한 뜻이 되어보는 순간인 것 같다. 올 한 해 모두 자연에 순복하겠다고 엎드린다. 쉼 없이 달려 온 인생이 잠시 자연의 품에 안긴다.

 

이어서 점심식사를 그 자리에서 한다.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 날씨도 약간 쌀쌀한 편이라 한 곳에 앉기는 쉽지가 않기에 대여섯 명씩 여기저기 앉아 본다. 제주는 은정님이 협찬을 했는데 제법 많은 양이라 일행들에게 충분히 돌아갔다. 점심식사 시간이 많이 지난 시간이라 빈 속에 막걸리가 한두 잔 들어가니 싸~ 하면서 얼굴에 취기가 빨리 오르는 것 같다. 그 막걸리 때문에 일행들은 싸가지고 온 밥을 반쯤 남겼다.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지난번 선자령 산행에서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밥이 어는 바람에 반쯤 먹다만 적이 있지만 말이다.

 

점심을 먹고 일어서니 1시 50분이다. 그런데 헬기장을 바로 벗어나자마자 눈 덮힌 계단에서 일행들은 발걸음이 부자연스럽다. 가파른 경사길이었기에.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바닥이 얼어붙어 있어 아이젠을 신었다고 하지만 조금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시산제를 치른 헬기장에서 삼봉산까지는 10분 정도였지만, 비탈길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 듯 했다. 삼봉산의 정상석은 다른 산의 그것에 비해서 너무나 낮고 초라해서 다소 실망이 되었다. 또한 장소도 아주 협소했다. 그래서 몇 명이 어울려서 단체 사진을 찍거나 아님 몇 명이 어깨를 맞대고 한 컷씩 했다.

 

삼봉산에서 등구재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하산 능선은 제법 경사가 심하고, 게다가 능선은 폭이 좁아서 둑방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군데군데 잔설이 있고, 햇볕이 드는 곳에는 진흙탕 길이라 미끄러워서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일쑤다. 아이젠을 했기에 그런대로 버터 낼 수 있었지만, 여기저기 바위를 넘어갈 때는 녹록치가 않았다.

 

등구재에 도착하니 앞서 간 일행들이 창원생태마을 쪽으로 절반이 내려가는 것 같다. 이유는 삼봉산에서 등구재로 하산을 해서 보니 바로 앞에는 또 다시 백운산이 가로막혀 있고, 앞쪽 경사면을 보니 하얀 눈이 눈에 들어 왔기에. 그래서 절반의 일행들은 조금 편한 지름길로 빠지기로 했다. 이제 선택의 귀로다. 백운산과 금대산 쪽으로 가느냐 아니면 앞선 일행을 따라 가느냐. 쉼터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려 본다. 그런데 내 뒤에 20여 명의 후미조가 등구재에 도착을 했다. 일행들은 등구재 이정표 앞에서 인증 샷을 찍는다고 한 무더기가 되었다. 이후에 여자 회원님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일행은 창원생태마을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고 내려갔다. 그런데 운해대장님, 태영님, 덕석바우님, 노홍철님, 진부령님, 태평양님, 해곤님, 앞마당님, 그리고 나를 포함한 9명은 백운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백운산을 오르는 길은 응달이라 눈이 녹지 않고 얼어붙어 있는데다 경사가 급하고 잣나무가 군데군데 쓰러져 장애물이 많았다. 잣나무는 보기에는 키가 크고 뿌리 깊게 박힐 것 같은데, 넘어진 꼬락서니를 보니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과도 같은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허울좋게 보여 주려고 폼만 잡고 펑펑 쓰다가 한 방에 나가 떨어지는 그런 모습 말이다.

 

일행들은 정말 잘도 올라간다. 하지만 산 중턱쯤 올라가니 이제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그것을 본 노홍철님이 안쓰러웠는지 뒤를 돌아보며 기다려 준다. 뭐 연민의 정을 느꼈나 보다. 등구재에서 30분 정도 기진맥진해서 올라가니 백운산(903m) 정상 표지석이 나타났다. 거기서 한 숨을 돌리며 막걸리를 한 잔씩 돌린다. 한바탕 침을 튀기며 웃고 떠드는 소란스러운 시간을 가져본다. 북쪽 멀리 삼봉산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보니 많이 걸어온 것 같다. 혼자서 하라고 하면 못할 일을, 그리고 고독한 일들을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끼리 어깨를 맞추니 신이 나는 시간인 것 같다. 쳐진 분위기를 노홍철님과 태영님, 그리고 덕석바우과 해곤님이 살려준다. 백산의 보배와도 같은 산사나이들이라고 느낀다. 산과 하나 되고, 사람과 하나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말이다. 사람이 병이 나는 것은 대상과 하나 되지 못하고, 화합하지 못해 뭔가 뒤틀릴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현대인들이 말하는 스트레스가 아닌가 말이다.

 

백운산에서 금대산으로 향하는 능선은 숨고르기 하기에 좋았는데, 중간에 큰 바위 하나가 나타났기에 일행은 그 바위 앞으로 올라가 본다. 걸음걸이가 느린 나로서는 그네들과 함께 할 수 없어서 금대산으로 먼저 오른다. 거기서 금대산(847m)까지는 약간 오르막길이다. 금대산(847m)에서는 덕석바우님이 정상석 머리를 손으로 비비며 요염한 자태를 취했기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그 웃음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친다. 얼굴을 알아가는 사내들이 낯선 산골짜기에서 함께 크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우리는 인연이라고 말한다. 좋은 인연이다. 자주 함께 하고 싶은 인연 말이다.

 

금대산에서 금대암까지의 하산 길은 땅이 질퍽거려 애를 먹었다. 바위들이 여기저기 진을 치고 있어 아이젠을 벗었더니 녹아내린 흙덩이를 잘못 밟아 미끄러지기를 서너 차례. 또 아이젠을 벗는다고 조금 지정거렸더니 일행은 다 내려가고 없다. 조금 내려가니 노홍철님이 기다려 준다. 내 무릎이 시큰거린다고 했더니, 무릎 보호대가 있는지 찾아본다. 배낭의 어디에 두었는지 뒤적거려도 나오지 않기에 포기를 하라고 했다. 마음 써 준 것만 해도 기분이 좋다. 배려하는 마음씀씀이를 엿볼 수 있었다. 금대암 가까운 곳에 임도가 나타났다. 마천에서 금대암까지 임도가 닦여져 있었다. 우리는 임도를 따라 하산하는 길이 아닌 동쪽 왼쪽을 돌아 3~4분을 가니 금대암이 나타났고, 그 절 앞에는 150년 이상이나 되어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주위 경치에 어울리지 않게 멀대처럼 주삣하게 서 있었다.

 

금대암 옆에서 천황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 일행을 운해님은 속이 타는지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앞서간 선두조와 무전 교신에서 일행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기에 정말 안절부절 못한다. 그래도 일행들은 속이 타든말든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어쩌면 경치에 도취되어 벗어나고 싶은 않은 심정인지도 모른다. 금대암에서 마천까지의 하산길은 비스듬하게 오른쪽으로 산허리를 돌아가야 했다. 뒤를 따라 오던 후미조 6명의 특공전사들의 입담이 만만찮다. 내가 10여 미터를 앞서 가건만 진부령님과 해곤님의 목소리가 귀에 다 들린다. 6인은 신이 났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못한 운해님은 100여 미터를 앞서 가고, 그 뒤를 따라 노홍철님이 따라가고 있다.

 

마천 마을과 축구장이 보인다. 이제 산행도 끝을 내야 한다. 마천 마을의 천황봉로 도로 표지판 앞에서 마지막 인증 샷을 남긴다. 버스를 찾아 나섰기에 운해님은 안 보인다. 일행들은 앞서간 회원님들에게 미안한 감을 가지며 버스를 기다린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버스가 나타났다. 버스에 오르니 9인에게 미안함을 떨쳐버리도록 박수를 쳐 준다. 그 배려하는 마음에 모두가 웃음꽃이 핀다. 선두조를 버스에서 많이 기다리게 해서 많이 미안하다. 곧바로 생초의 매운탕 집으로 달려간다. 자연에 안기니 세상의 욕심이 조금 비워지는지 어린아이처럼 순진해진다. 그러나 인간세상으로 돌아오면 또 다시 본성이 발동을 하여 순백의 마음이 검게 물들어가는 것 같다. 어쨌든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인생을 공유하고, 자연에서 오감을 느끼고 자연에 안기다 오니 뭔가 새로워지는 것 같다. 여생을 더욱 알차게 보내야 하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그냥 먼 곳까지 따라 갔다 왔지만, 이것을 준비한 회장님, 운해대장님, 붉은 노을님, 즐거운 산행님을 비롯한 운영진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생각해 본다. 회원들은 편안히 버스만 오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운해님을 비롯한 운영진은 적정 인원이 안 채워질까봐 조바심을 낸다. 바쁜 일과 중에서도. 그 마음을 누가 알까?

 

*산행지도

 

*산행사진

 

     *하차하는 일행

     *여기서 얼굴 빠지면 안 되지...

     *슬슬 올라가 볼까나...

     *시작하자마자 나무계단이 시작되는 거여?

     *능선으로 올라서니 숨이 조금 트이네...

     *한 번 뒤돌아 보았구만유.

     *아직 갈 길이 멀어유~~

     *저길 올라서야 시산제 헬기장으로 갈 터인데... 쩝!

     *게스트가 나 죽는다고 앉아버리니, 덩달아 쉬는겨...

     *이 암능을 넘어서야 하리라

     *시산제 헬기장으로 오르기전의 깔딱고개

      *요렇게 뒤틀려도 내 멋에 산다오!

     *시산제를 준비해 볼까나...

    *시산제 막간을 이용하여 찰카닥~~휘운님/은수님/성산님/현진님/서희님/즐거운산행님

     *내도 낑가도! 토끼님이 뛰어 왔네요.진부령님/토끼님/거북이님/덕석바우님/성기태님

    

     *시산제

     *시산제 축문 낭독 중

     *점심식사 중

 

 

    *점심식사 후 헬기장에서 삼봉산으로 내려가는 중

     *삼봉산

    *삼봉산 설명

    *삼봉산에서 등구재로 하산 중의 능선

     *등구재로 하산 중에 쉬고 있음

 

 

     *등구재에서 한 컷

    *백운산의 특공 전사(?)들

     *금대산 바로 가기 전의 바위

     *금대산에서 즐거워 하는 운해님

 

     *뒤돌아 본 삼봉산

    *바위 터널에서 웃음꽃 피우고 덕석바우님/운해님/태영님

 

    *금대암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운해님

     *금대암 옆 모습

     *금대암 앞에서

     *특공 전사 6인이 수풀을 헤치고

     *산행을 끝내며 마천 마을에서

     *금강경도 식후경; 생초 매운탕 식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