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영덕 팔각산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3. 3. 13. 10:27

*산행일시: 2013. 3. 9(토). 맑음

*산행자: 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3명(백산남친, 바람숙, 노홍철, 키종, 해곤, 윤슬, 수희, 현진, 서희, 은수, 휘운, 성산, 붉은노을, 운해, 와니, 봄산, 유유산속, 피네, 한사랑, 해월정, 갈바람, 햇살, 산하, 종현, 햇띵구, 혜영, 차돌이, 김지영,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 옥계 주차장(10;39)-제1봉~7봉-팔각산(628m)-옥천사 아래 외딴집-청석바위-개선문(독립문)-팔각산 출렁다리-유성원모텔

*산행시간: 6시간(점심 휴식 30분, 기타 휴식 30분, 알바 30분)

*교통편: 부산백산 산악회 전용버스

 

*산행 tip: 동해의 금강산이라든지 소설악이라든지, 옥계8봉이라고 하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 있는 팔각산. 그 수식어가 붙어 있는 만큼 그 경치가 빼어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수식어를 다 풀고 온 산행이었다.

 

전체적인 산행 개요는 옥계 주차장에서 1봉~8봉(팔각산)까지는 암릉으로 이루어져 숨막히게 아름다운 경치를 2시간 정도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데 모두 제 정신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팔각산에서 옥천사 부근의 개울까지의 1시간은 암릉을 보상해 주듯 낙엽길과 푹신푹신하고 샤방샤방한 산길을 호젓하게 걸어갈 수 있고 봄바람도 불어주어 기분이 최상이 된다. 그 기분은 산성골 계곡을 따라 1시간 반 정도를 쭉 트레킹하다 보면 폭포와 청정수에 매료되고 암벽들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모습, 그리고 개선문(독립문) 바위에서 모두 분위기가 압도된다. 또한 그 분위기를 안고서 상마산 부근의 팔각산 출렁다리를 건너면 들떠있던 기분이 가라앉게 되면 산행은 끝이 난다.

 

부산 만덕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려간 버스는 경주IC를 지나 포항 방향의 국도를 달려 영덕으로 올라간다. 포항을 지나면서 바다가 보이고 바닷가 가게 간판을 보니 정말 대게의 본 고장에 온 느낌이다. 부산의 바다와 별반 다른 게 없지만, 색다른 맛을 느끼기에 차장 밖으로 눈이 자주 간다. 이제 버스는 더 좁은 2차선 국도변의 <팔각산 17km>라고 씌여진 이정표를 따라 꼬불꼬불한 산길을 요리조리 간다. 30여 분을 달리니 눈앞에 쭈삣쭈삣하게 하늘을 찌르는 듯한 암릉이 나타난다. 직감적으로 이제 종착지에 나온 느낌이 든다.

 

부산 덕천에서 옥계 주차장까지 2시간 반을 달려 도착을 했다. 너른 주차장에는 승용차들이 십여 대 늘어서 있다. 일행들 중 화장실에 다녀올 사람은 다녀오고, 산행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서서히 산행 준비가 다 되어 가는 가운데, 운해님의 지시에 따라서 몸 풀기를 해 본다. 그리고 단체 인증샷을 한다. 산행은 <등산로>로 쓴 표지판에 달린 다리를 건너 200미터도 채 가기 전에 철계단을 오르기 위해 줄을 쭉 늘어섰다. 병목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곳의 철계단은 한 사람만 올라가게끔 아주 좁다. 군청의 예산 때문인지 아니면 산꾼들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시공인 것 같았다.

 

철계단을 헉헉 거리며 올라서니 이제는 약간 비탈진 길을 차고 올라가야 한다. 10여 분 비탈길을 갈짓자로 걸어 올라가니 산허리를 편평하게 돌아가는 길이 나왔다. 입에서는 부하가 많이 걸린 탓인지 입에서 단내가 팍 올라온다. 조금 트인 공간에 <팔각산 1.9km>라는 돌로 새긴 이정표가 땅에 박혀있다. 거기서 눈을 들어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다. 암봉들이 동에서 서로 도레미로 전개되는 것을 바라보며 일행들 잠시 가픈 숨을 몰아쉰다. 거기서 3~4분도 못가서 암릉을 넘어서야 하기에 낑낑거리며 올라선다.

 

2봉에 올라서니 무 같기도 하고 오뚜기 같은 바위가 동쪽으로 우떡 서 있어 일행 중 몇 명은 가서 사진을 한 컷 한다. 그리고 2봉이라고 표시된 표지석 옆과 뒤에 쪼그리고 앉는다. 뭐 쪼그리고 앉는다 하기 보다는 한 컷을 하는 시간을 이용하여 잠시 휴식도 취하고 은수님이 가져 온 과일로 요기를 한다. 일행들은 가능하면 홀로 인증샷을 남기려고 안간 힘을 써 보기도 한다. 홀로 자신의 폰에 자신만의 추억을 담겨 두기 위해서.

 

그런데 3봉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3봉 아래로 올라가다가 위험구간이라는 표지를 발견하고 암릉 아래를 따라 되돌아 내려온다. 바위로 만든 이정표가 <팔각산 0.9km>라고 쓰여진 것을 보고 일행들은 조금 힘을 얻는다. 이제 힘겹게 비탈길을 따라 다시 암릉 사이의 고갯마루로 올라선다. 거기 고갯마루에 오른 후 3봉에 오르려고 하니 그 경사도 만만치 않다. 3봉은 그 고갯마루에서 동쪽으로 서 있었는데 높이가 20여 미터는 된다. 문제는 경사도가 80도 정도의 직벽에 가까우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자회원들은 남자 회원들에게 먼저 시범을 보이라고 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붉은 노을님이 먼저 올라간다. 밑에서 쳐다보는 일행들이 보니 아찔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나중에 은수님과 햇띵구님, 노홍철님, 성산님이 오른다. 나는 3봉의 북동쪽 허리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서 암봉에 올랐다. 그런데 암봉 위에 올라가 보니 그 봉우리가 남쪽과 북쪽 두 개로 나누어져 있고 중간에 골이 깊었다. 그래서 그 거리가 30여 미터나 되었다. 엄밀히 말해서 3봉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 두 봉우리를 뭉뚱그려서 3봉이라고 남쪽 암봉 하단부에 표지석을 세워 두었다. 북쪽 암릉으로 오른 은수님과 햇띵구님이 신이 난 모습을 고함을 외친다. 대단하다. 그 여자의 몸으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백산인의 모습에 해병대 동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먼저 올라 왔던 종현님과 노홍철님과 함께 암릉 위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산 사나이의 우정이 어딘지 모르게 샘솟는 것 같다. 암봉에서 하산은 남쪽으로 내려왔다. 종현님이 3봉 표지석이 남쪽에 있다고 그곳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다시 조금 전 쉬었던 고갯마루에 되돌아오니 일행들은 4봉을 향하여 철게단을 올라가버리고 없다. 이번 산행의 백미는 뭐라도 해도 3, 4, 5봉의 향연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 세 암봉이 소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자태가 동해의 금강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4봉으로 오르는 계단은 남덕유산의 철계단과 같은 이미지를 주어서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암봉은 바위 그 자체만으로는 자연의 오묘하고 절묘한 맛이 반감된다. 거기에 소나무와 같은 실루엣이 가미되었을 때 동양화 몇 폭이 드러나는 것이다. 수십 년을 바위에 엉겨 붙어 비바람, 눈보라에 맞고 휘어져 자연에 순응하며 버티어 낸 소나무들이 있어야 암봉은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인간들에게 삶으로 다가왔을 때 감동이 이는 것이다. 그 깊고 오묘한 감동의 바위산들이 우리 앞에 여러 점의 수묵화로 다가왔다. 감탄이 일어 저마다 탄성을 지르고,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전부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는다. 그 먼 길을 왜 달려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일행들은 암릉의 표지석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 컷씩 하고, 또 멀리 있는 일행에게 손을 흔들어 보기도 한다. 윤슬님도 일행들에게 사진을 찍어 준다고 분주하고, 차돌이님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연신 일행의 모습을 담는다. 일행 중 자신들이 가지고 온 과일을 차례차례로 꺼낸다. 너의 것을 먼저 꺼내라고 아니라, 그냥 분위기에 따라서 일행을 위해 내어 놓고 봉지를 벌리면 일행들은 한 조각씩 즐겁게 나누며 웃음꽃을 피운다. 이게 바로 사람 사는 모습이다. 왜 백산인들이 우정이 돈독해져 가는가? 웃음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힘이 없을 때 어깨를 토닥거리며 힘내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아량과 도량이 넘치기에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6봉은 그래도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서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거기서 조금 시간을 지체하면서 7봉에 오르려고 암릉을 넘는데, 바로 아래에서 일행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아니 무슨 일인가 싶어 일행에게 물어보니 그게 7봉 표지석이란다. 암봉의 표지석 위치가 중구난방으로 되어 있어서 초등학생들처럼 암봉 표지석 보물찾기를 해야 했다. 까닦 잘못 하다가는 지나치기 일쑤다. 그렇다고 해서 암봉 정상에 설치해 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설치하기 좋은 장소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군청 담당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암봉 표지석을 보물찾기 하듯이 찾아가라고 설치해 두었는지 말이다.

 

제 7봉까지 인증샷을 누른 일행들은 8봉 팔각산 철계단을 오르기 전의 빈 터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간 운해님, 와니님, 혜영님, 해곤님 등 십 여명이 자리를 깔고 식사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후미조인 우리 십여 명도 자리를 펼친다. 햇띵구님은 얼른 라면을 두어 개 끓여 본다고 분주하다. 늘 그러하듯 붉은노을님이 토종 요굴트를 한 잔 건네준다. 잘 하지도 못하는데다 빈 속에 두어 잔 들이키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게다가 봄산님의 짝지인 유유산속님이 집에서 가져온 비장의 달짝지근한 매실주 한 잔을 부어준다. 달콤한 맛이 입에 감치며 기분이 고조되는 것 같다. 땀 흘리고 고생한 전우(?)들과의 맛있는 점심 식사가 한 주일의 피로를 날리게 해 주는 것 같다. 은수님은 생미나리를 가져와서 내놓아 일행들이 맛있게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제 각각 준비한 반찬이 맛이 있다. 거창한 식사도 아니요, 산해진미의 식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맘과 뜻이 맞는 가족 다음으로 친한 벗과의 식사 친교가 인생을 살찌우게 하는 것이다. 식사의 끝은 커피다. 피네님이 한 모금의 커피를 건네 준다. 그리고 입안의 좋지 못한 떨떠름한 맛을 노홍철님은 껌으로 해결해 준다. 요소요소에 눈에 보이지 않은 님들의 베풂이 숨어 있어서 좋다.

 

바로 점심을 먹고 마지막 숙제 해결을 위해 8봉인 팔각산으로 오르려면 피할 수 없이 거쳐가야 하는 철계단. 식사를 하자마자 계단을 오른 탓인지 속이 부대낀다. 속이 엄청 버겁다. 계단을 조금 지나서 가니 능선이 나타나고 그 중간에 팔각산이라고 쓴 정상석이 보인다. 일행은 인증 샷을 찍는다고 북새통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은 타 산악회원들이 안 보여서 우리 일행들만 한 컷씩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짧은 순간의 정상과의 만남.

 

이제는 하산 길이다. 하산은 그 팔각봉에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내려가는 길은 비탈지다. 십 여분 내려가니 너른 공간이 나타났는데, 줄이 쳐져 있어 들어가지 못하게끔 해 두었다. 앞서 간 일행은 다 내려가고, 노홍철님과 나 둘이만 남았다. 팔각정 아래에서 무릎이 조금 시큰거려 무릎보호대를 두른다고 지정거린 것이 화근이었다. 우리 둘은 줄이 쳐져 있는 길을 돌아서 팔각산장 이정표를 따라 400여 미터 정도 내려가고 있었다. 그때 붉은노을님에게서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어디 있느냐고. 우리는 갈림길에서 팔각산장 쪽으로 많이 내려왔다고 했더니, 다시 갈림길 능선까지 올라오란다.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 같았다. 다시 올라가려면 그 경사가 만만찮은데. 게다가 내려오면서 맨 땅이 너무 메말라 왼발이 쭉 미끄러지면서 가뜩이나 시원찮은 왼쪽 무릎에 충격을 주었는데 말이다. 올라오라는 말에 힘이 쭉 빠진다. 그래도 노홍철님은 천연덕스럽게 웃는다. 하는 수 없이 올라가는데 기진맥진해서 힘이 없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능선을 굽어보니 더 힘이 없어진다. 나무 사이를 이어 놓은 로프에 의지해서 겨우 올라간다. 그러길 중간에 또 한 번 붉은노을님에게서 폰이 울린다. 겨우 반환점의 갈림길에 올라서니 노홍철님이 안쓰럽는지 잠깐 쉬자고 한다. 물을 마시고 힘이 차려 본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물도 많이 마셔지게 된다.

 

붉은노을님이 기다리는 곳은 나와 홍철님이 진행하는 곳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이었는데, 능선을 올라가야 했다. 겨우 올라가니 붉은노을님, 종현님, 햇띵구님이 30분이나 기다렸단다. 붉은노을님은 자기 때문에 알바 30분 했다고 미안해 한다. 뭐 못 따라간 내 탓인데 말이다. 거기서부터는 낙엽 깔린 길이고 흙도 푹신푹신하여 제법 걸을만 했지만, 롤러코스트를 타듯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1시간 걸었다. 그러다 조금 내려가나 싶더니 개울이 나타났다. 앞서 간 붉은노을님은 개울을 건너 언덕 위에 있는 폐허가 된 외딴집 쪽으로 올라가버린다. 종현님, 햇띵구님, 노홍철님은 시원한 냇물을 보더니 얼굴을 좀 씻고 가자고 한다. 냇물을 얼굴에 축이니 정말 차갑다. 정신이 확 돌아온다. 누군가 발까지 담궈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 마디 한다. 그럴 수는 없는 법. 재촉을 해서 그 언덕을 올라서니 산대나무가 서 있는 길에 붉은노을님이 인내심을 가지고 서 있다. 속으로 안달복달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붉은노을님은 싫은 내색 하나도 없다. 자연에 동화되어 초탈해진 것인가? 아니면 아예 마음을 비운 것인가? 또 아니면 이쪽의 마음을 이해해서인가? 선두조에 서야 할 사람이 후미대장으로 있으니 아마도 답답할 거라고 뒤에 따라가면서 우리 넷은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늘 그 자리에서 임무를 다해 주고 있기에 감사할뿐이다.

 

이제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트레킹이다. 계곡 아래로 갈수록 계곡 경치는 소(沼)가 형성되어 물이 가득 차 있고 그지없이 맑아서 붉은노을님은 여름 같았으면 벌써 알탕 한 번 했을 거라고 한 마디 한다. 계곡을 따라 5~6분 내려오니 앞서간 운해님을 비롯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네들은 벌써 세수도 하고, 발도 담근 듯 했다. 표정들이 아주 좋고 밝았다.

이제 다시 합류를 해서 조금 내려와 시야가 트인 개울에 서서 단체 사진을 한 컷 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메마른 냇가를 가로질러 내려온다. 때로는 절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기도 한다. 이 계곡 중간쯤에 청석 암반들이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냇가 암반들이 옅은 코발트색을 띄고 있다. 그 위로 냇물이 흐르니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이국적인 정취가 풍긴다. 후미조를 함께 하며 종현님, 햇띵구님, 현진님, 서희님, 붉은노을님이 그 신기한 색깔의 바위 위에서 한 컷을 해 본다.

 

거기서 조금 내려오니 계곡이 응달이라 하얀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있기에 우리 일행은 그 위에 올라서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로 가로질러 냇가를 건넌다. 적당히 너른 장소를 택해서 대여섯 명이 어우러져 사진도 찍어보며 가는 겨울을 아쉬워 한다. 이제 사진을 찍고서 얼음이 얼은 바위 위에서 내려와야 하는데, 붉은노을님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뛰어내리다 그만 얼음이 깨어져 두 발이 얼음물 속에 훌라당 빠져버렸다. 붉은노을님은 순간적으로 재빨리 냇가의 얼음물에서 빠져 나오려 했으나 살짝 녹기 시작한 얼음이 계속 깨어지면서 잠기게 되어 신발이 완전히 젖어버렸다. 그 광경에 옆에서 지켜보던 현진님, 서희님, 햇띵구님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몸으로 개그를 보여 준 셈이 되었다.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냇가 절벽이 길이 갑자기 없어졌다가 냇가 건너편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절벽을 타고 오르거나 내려가기도 해야 하기에 만만찮았다. 그 수고한 보람이 개선문(독립문)바위에서 다 보상이 되었다. 2미터 높이의 둥그런 바위 문 안에 안길 때 일행들은 웃음꽃이 휘날렸다. 5시간 넘은 시간을 달려 온 것에 대한 보상치고는 괜찮은 셈이다. 붉은노을님은 현진님. 서희님, 은수님에게 통천문을 지나면서 소원을 빌었느냐고 물어 본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어쩌구저쩌구.

 

그 개선문에서 10분을 내려오니 이제 나무다리가 나타났다. 홍예다리 같이 생긴 다리 위에서 사진을 한 컷 했다. 그리고 20여분을 더 내려오니 이제는 조금 긴 나무다리가 나타났는데, 일행들은 거의 앞서 내려갔다. 햇띵구님과 붉은노을님, 나 셋뿐이었다. 세 명은 개울로 내려가서 차가운 냇물에 발을 담구었다. 너무나 시러웠다. 5시간 반 이상 걸어왔기에 무릎 연골이 열을 받아 있는 셈이기에 얼음물이나 냉수로 식혀주는 것이 무릎을 오래 써 먹을 수 있다고 붉은노을님과 노홍철님은 산행 내내 강조했다. 그래서 냇물에 무릎을 꿇어 담궈 보니 차가움이 무릎과 발에 전해져 온다. 차갑다 못해 아리다. 얼굴도 씻어 본다. 지나온 여정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운해대장님에게서 무전기로 호출이 온다.

 

팔각산 출렁다리에 도착해서 셋이서 번갈아 사진을 찍고 건너와 유성원 모텔로 가니 먼저 간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다시 만나니 반갑다. 목이 너무 말라서 현진님의 생수를 받아 들이킨다. 숨통이 트이는 거 같다. 그래 이처럼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팔각산 8봉을 돌고 가는 것이다.

 

곧바로 1시간을 달려 포항 죽도시장으로 갔건만 그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포항 산불 때문에 25분여를 빙글빙글 돌았다. 포항시내는 매캐한 연기로 뒤덮여 있었고, 도로변의 산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죽도시장의 2층에서 포항 본 고장의 포항 물회를 먹어본다. 가자미살이 상당히 부드럽다. 그리고 삶의 윤활유가 한 순배 돌아가니 분위기는 활활 타오르고 일행들의 얼굴도 붉게 물든다. 부산으로 가야 할 길이 멀어서 아쉬움 속에서 일어서야 했다. 포항 물회 맛도 좋았지만, 부회장인 피네님이 한 방 쏘아 주니 그 정성과 배려심에 더 기분이 고조되어 버스 속 일행들의 마음은 다 녹아지고 몸도 녹아 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명산인 팔각산 진행을 위해 엄청 수고한 운해대장님, 붉은노을님, 회장님, 그리고 여러 운영진과 회원님, 그리고 게스트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말 날이 갈수록 우정이 두터워져 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후미조에서 하산을 하면서 햇띵구님과 종현님의 마음씀씀이와 배려심에 새삼 머리숙여진다. 그 헌신하는 마음이 있기에 백산에 더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또 다음 산행지가 기대된다. 그 산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런지.....

 

*산행지도

 

*산행사진